이번 회에서 임형우가 하는 것은 최기표에 대한 '이미지 조작'입니다.
비록 최기표 자체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대중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최기표 본인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 장면은 현대 사회에서 왜 언론의 역할 중요한지를 잘 설명해 줍니다. 언론은 이렇게 자신의 가정을 현실로 바꿔놓을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다음 담임과 임형우가 나서서 모금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반 아이들의 동참을 유도합니다.
이 일련의 과정이 아주 매끄럽게 진행되기 때문에, 반 아이들은 자신들이 선동 당하는 지도 모른 채 앞다투어 모금에 동참합니다.
그러자 담임은 곧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한껏 천사로 포장해 놓은 자신의 이미지를 신문을 통해 퍼뜨리는 것입니다.
당연히 여기에 임형우도 끼워줘야 합니다. 혹시라도 그가 배신하면 안 되니까요.
이제 수많은 사람들이 신문을 통해 최기표의 이야기를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읽은 이야기는 62명의 반 아이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많이 다를 겁니다.
이렇게 최기표에 대한 두 개의 이야기가 동시에 존재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사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진짜 이야기'로 유통될까요?
그런데 담임의 욕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최기표의 이야기로 포장한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까지 만들려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담임은 정말 거대한 욕망을 감추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시 최기표의 입장이 되어 봅시다.
영화 속에서 담임과 최기표는 어떤 모습으로 연출될까요?
어쨌거나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볼 것이고, 그들은 영화 속의 담임이 진짜 담임이고, 영화 속의 최기표가 진짜 최기표라고 믿을 겁니다. 만약 그들이 어쩌다 최기표를 만난다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나는 진짜 너를 알아."
이렇게 최기표는 담임에 의해 뜯어고쳐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그는 공포를 느끼고 집을 뛰쳐나갑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이유대는 자신이 그 동안 착각해 왔음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유대와 비슷한 착각을 하고 있던 1980년 봄의 대중들에 대한 경고일 것이며, 이렇게 작가는 '위선적인 악이 가장 위험하다'라는 주제를 완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