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약간 수정해서 옮겨옵니다.
지금 우리사회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고려말의 권문세족, 호족, 귀족의 자리를 지금은 기업이 대신하고 있는거구나 싶을때가 많아요.
내가 소작하는 작물의 대부분을 - 심지어는 9할까지 - 세(稅)로 내면서도 그 땅뙈기 떼이지 않으려 아둥바둥 했던 시대와 이 시대를 직접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잘 들여다보면 려말과 같은 상황이 재현된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본질적으로 생산수단을 소유한 이와 노동자간의 줄다리기와 균형을 찾기위한 대립은 인류의 역사가 이어지는 한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닐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입장을 바꿔 더 나은 생산과 분배의 순환을 만들려는 시도는 계속되겠지요. 우리 사회도 그렇겠지만.
그런데 발전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는 려말의 구조로 빠르게 퇴보하고 있는 것 같네요.
지금은 물질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생존을 위협했던 먹고사는 문제가 려말과 직접 비교할 건 아니겠지만 귀족가에 민초들이 얽매여가듯 가진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의 관계가 얽혀 동조화되는 형태로 후퇴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혹자는 대한민국의 지금을 스톡홀롬 신드롬이라 진단하기도 하더군요.
최고 지상가치로 인권이 자리매김한지 한세기가 훨씬 넘었지만, 이 나라의 관계는 일방에게 유리하게 해석된 이익이라는 비참하고 저열한 가치관에 인권의 자리를 빠르게 넘겨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먹고살수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잖아요?
새해가 밝았는데 우울하네요. 한자의 의미를 뺀 말 그대로의 병신년이 될 것 같은 불안한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