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에서 나오는 사촌형과의 에피소드는 결말에 대한 암시이면서 동시에 소설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즉, 신과 악마는 사람들의 생각처럼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적대적 공생관계이며, 악마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위선적인 신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악마 역시 신의 피조물이며, 그런 악마를 만든 신의 의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관계는 이후에 담임과 최기표의 관계로 실현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최기표가 임형우를 테러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잠시 그 상황을 보도록 하죠.
임형우는 반의 우등생들을 모아 부정행위를 통해 최기표의 성적을 올려주자고 제안합니다. 임형우는 그것을 정의인 척 포장하고, 우등생들은 그것이 반의 무사안일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동의합니다.
여기서 임형우는 만약 걸렸을 때는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 장담합니다. 하지만 반의 우등생들이 모여서 조직적으로 부정행위를 한 일을 반장 한 사람이 책임질 수는 없을 겁니다. 따라서 그의 뒤에 담임이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임형유의 얼굴에 스쳐지나가는 교활한 웃음을 발견한 이유대는 이것이 최기표를 길들이려는 담임의 의도임을 간파하고 저항해 보지만, 결국 그것이 최기표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금새 포기합니다. (이 소설에서 이유대는 항상 최기표의 입장에서 판단을 합니다.)
이처럼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표면적으로는 늘 정의나 의협심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항상 각자의 욕망을 꽁꽁 감추고 있습니다. 임형우가 이렇게 나서는 이유 역시도,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이 숭배하는 담임의 욕망에 충실히 복무해야 자신에게도 유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담임은 임형우에게 넉넉하게 당근을 던져줍니다.)
이렇게 일이 마무리되자, 임형우도 결국 이것이 반 전체의 무사안일을 위한 것임을 털어놓습니다. 이처럼 작가는 2학년 13반을, 부정적인 인물들이 모여 오직 무사안일만을 위해 움직이는 공간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당시 대한민국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인식이 담겨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