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 정리할 시간이 부족해서 내 생각이 제대로 전달될지 걱정돼.
사소한 감정의 서운함이 생기는 순간에 바로 해결을 위한 행동을 못한 건, 그 대화의 과정에서 나에게도 그런 감정이 생겼기 때문이야. 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침묵을 선택하게 되는 순간.
사례를 하나씩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수저 구매에 관한 대화에서 내 뜻은, 돈이 아까운 게 아니라, (그때의 내 생각에) 언제 쓰게 될지도 모를 이 수저가,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서 (차에서 찡찡될 확률이 높은) 단이와 함께 굳이 가서 사야할 만큼 중요한 물건일까? 라는 의문의 표시였는데, 그에 대한 대답이 '오빠 가방은 잔뜩 있는데 수저는 왜 못사' 로 돌아오니까. 그 순간에 부끄럽게도 나도 화가 좀 났어. 그자리에서 가방이 이렇게 많아지게 된 경위와 수저를 사러 가는것의 차이를 설명하려면 싸움이 될 것 같아 침묵을 선택했지.
이런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 내 설명이 부족했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이해해줄거라는 막연한 기대. 한번만 더 좋게 말해주면 안되나 하는 내 기준에서의 이기적인 바램.
단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것과는 별개로, 하루종일 함께 있는게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더 많이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은 항상 해. 하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거나, 해도 잘 못할 것 같거나, 어색한 일을 하는게 힘들다는 이유로 미루게 되는 경우가 많아. 알아서 착착 해주면 좋겠지만, 이런쪽으로는 부족한 사람이라는걸 이해하고 도와줬으면 좋겠어. 필요한 일은 그때그때 부담없이 부탁해줘.
용서하기가 싫어서 성당에 가기 싫다는 말이 너무 아파. 10년을 넘게 살았어도, 그냥 살아지는게 아니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어.
힘들더라도, 조금 이해가 덜 가더라도,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걸 게을리 하지 말자. 더 행복해지기를 내려놓지 말자. 노력할께. 사랑해."
...나도 사랑해. 나도 노력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