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항해일지 관련 서적을 읽고 있는데, 인도로 가는 항해의 선원들이 생각보다 훨씬 국제적이더군요
물론 사업을 후원한 것은 포르투갈의 왕실이었지만, 항해를 가능하게 했던 기술자들은 여러 나라에서 온 전문가들이었습니다.
막대한 보수를 약속받은 제노바인(항해술, 서기), 베니스인(항해술 서기 및 통역), 카스티야인(군사), 그리고 독일인(천문) 등의 기술이 한 곳에 모여 이러한 무모한 사업을 가능케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항해기술과 무역노하우를 갖고 있었던 것은 제노바와 베니스였기 때문에 이들을 반드시 모집해야 하는 것이었고
유럽 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하고 있었던 것은 스페인 사람들이었기에 이들도 포섭해야했죠(이들은 나중에 테르시오로 유명해지죠)
그리고 정교한 지도제작과 항해에 필요한 노하우는 독일인들로부터 얻었고....
혼란스러운 유럽 중앙 정치 상황(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 간의 갈등)으로부터 도피해온 전문직들이 변방에 위치한 한 작은 나라의 왕실의 후원을 얻어 말도 안 되는 사업을 벌인 것입니다.
재미있는게 포르투갈 사람들이 최초로 인도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 있던 한 무슬림 상인이 깜짝 놀라면서 "아니 당신들 어떻게 여기까지 따라왔소?"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그러자 포르투갈인들은 유럽의 유력왕국들이 동방을 찾아 나섰다고 했는데, 그 무슬림은 "아니 그럼 프랑스 왕국이나 카스티야 왕국 아니면 베니스 공화국이 와야 하는 거 아니오?"라고 하면서 포르투갈인들을 디스..ㅋㅋ 아무튼 그 무슬림은 서양언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았고, 튀니지 출신으로 추정된다고... 그리고 포르투갈인들을 마치 고향 동포들마냥 도와주고 했답니다.
그도 꽤 오랜 세월 먼 인도 타지에서 생활하느라 그나마 비슷하게 생긴 포르투갈인들을 보고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겠죠. 비록 종교는 달라도 어느 정도 문화권(?)은 비슷한 사람들이었으니...
마치 한국인이 어디 처음 들어보는 완전한 미지의 나라에 막 표류했을 때 우연히 중국인이나 일본인을 만난 격이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