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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best_2460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90102
추천 : 180
조회수 : 3705회
댓글수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9/16 13:19:54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9/16 12:17:22
10년 가까이 여기 와서 즐거운 글만 읽던 제가 이런 글을 쓰게 될 줄 몰랐네요.
얼마 전에 결혼을 하고 아기도 갖게 된 아줌마입니다.
그런데 제가 맘이 여리다 보니 사소한 상처에 가슴이 많이 아프네요.
시집 식구들은... 툭 뱉은 말 한마디에도 제가 못견딜 만큼 너무 기가 세요.
말 그대로 남편 사랑만 보면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어요.
특히 시부의 폭언은 정말 죽고 싶을 정도에요. 제가 웃으면서 흘린 한두 마디까지
눈에 불을 켜고 일일이 기억했다가 하루 날 잡아서 쥐잡듯이 저를 구석에 몰아댑니다.
반대로 저희 친정 식구들은, 정말 순하고 조용조용한 사람들이에요.
삼십년 동안 장녀 키우시면서 손찌검 한 번 안 하신 점잖은 성격이에요.
지난 주... 시집 식구들이 출장 갔다가 귀국을 했습니다.
어설픈 솜씨지만 간만에 한국에 왔으니까 얼큰한 요리도 준비했어요.
남편이 먹다 남긴 국이 있었어요. 제가 몸이 힘들어서 냉장고에 넣는 걸 깜빡했거든요.
(이때 임신테스터로 임신이라고 나왔는데 병원에서 확인한 게 아니라서
갔다 와서 말씀 드리려 했죠. 몸이 피곤한 게 딱 봐도 임신이더라구요)
시모는 먹다 남은 국이지만 맛을 보니 괜찮은 것 같으니 이것도 먹겠다 하셨어요.
제가 데워서 상에 내놨습니다. (전 입덧 때문에 맛도 못 봤어요)
근데 시부가 맛을 보더니 대뜸 썩은 국을 내놨다고 상을 엎었습니다.
그리고 제 편을 든 남편과 집안 살림을 집어 던지며 큰 싸움으로 번졌어요.
제가 국 맛을 보고 이상했으면 안 내놨겠죠... 제가 무슨 심보로 썩은 국을 드렸겠어요.
입덧 때문에 몰랐다... 죄송하다...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시부한테 맞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머리 뚜껑이 열린 남편 품에 안겨서 시집을 나왔어요.
시집을 나오면서도 백정의 년이니 개만도 못한 년이니... 벌써 세번째 들은 욕설.
앞집 아주머님이 울지 말라고 도닥여준 것도 까무룩히 기억 납니다.
며칠을 울었는지 몰라요. 저희 아빠도 절 삼십년 키우시면서 큰 소리 한 번,
손찌검 한 번 안하셨는데, 시집와서 맞았습니다. 그것도 임신한 몸으로.
벌써 며칠 째 회사에도 못 가고 시체처럼 침대에 누워서 자다가 가위 눌리고
악몽에 시달리다가 배가 아파서 깨고... 다시 자고... 그럽니다.
하루에 한끼 밖에 안 먹어서 며칠 사이에 50kg에서 48kg로 줄었어요.
제 키가 169인데 제 평생 성장기 빼고 이런 급격한 체중 변화는 처음입니다.
임신 5주차... 임신하게 되면 사소한 것에도 예민해진다더니...
tv에서 이승기가 "엄마가 김치를 해줬네~" 하는 노래만 들어도 2시간은 울어요.
친정에서...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슬퍼하실까...
엄마가 해준 미역냉국도 먹고 싶고... 찐옥수수도 죽도록 먹고 싶은데...
얼굴 보고... 목소리 들으면 목 놓아 울까봐 전화도 못 하고 있어요.
임신한 몸으로(제가 개털 알레르기가 무척 심합니다) 개 두마리 키우는 시집에
청소하고 빨래 하러 왕복 3시간 왔다갔다 하면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남편 사랑만 보고 살기는 참 힘드네요. 아기를 위해서라도 힘내야 할텐데 말이죠.
정말 그 집 사람들 죽을 때 까지 보고 싶지 않아요.
엄마랑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 딸 때문에 백정에 개소리까지 들은 울 엄마 아빠...
그치만 난 엄마 아빠를 사랑하니까 마음 속에 조용히 비밀로 해둘랍니다.
눈물이 또 그치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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