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 헌법 1장 4조(현행헌법에는 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저 문구는 사실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국가의 헌법이 영토조항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럴경우 일반적으로 신생국가나 연방국가일 경우이죠.
헌데 고유한 영토를 가진 대한민국이 헌법에 굳이 영토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느냐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한반도는 어디까지 일까요? 그리고 저기에 명시되어 있는 부속도서는 어디를 지정하는 걸까요?
엄격함과 명확함을 중시하는 헌법에 위 질문에 대한어떤 부속적인 주석이나 추가 법령이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스테리하죠.
답을 찾으려면 당시 제헌국회 의원들의 머리속으로 들어가봐야 합니다.
먼저, 당시 한국은 남북으로 쪼개진 상황. 따라서 북이고 남이고 서로에 대한 영유권을 확실히 주장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근데 재미있는 사실은 제헌국회의원들 대부분의 출신이 북쪽, 또는 북간도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당연하죠. 제헌국회의원들은 독립운동가 출신이 압도적이었으니까요.
당시 신문 기사, 그리고 제헌국회의원들의 발언을 취합해 보면
제헌 헌법에 명시된 한반도에 간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현재 연구가들의 중론입니다.
"저 만주의 북간도에서 우리 민족의 분투감으로 보더라도, 또 역사상으로 보더라도 그 지역에 대한 모든 권리는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는 현재 그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이것은 과거의 역사 사실로 보더라도 우리 국토로 편입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헌법제정회의록 발췌
그런데 이 경우, 신생 대한민국이 북한에 대한 침략전쟁, 더 나아가 중국을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대외적 우려가 생길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저 당시 이승만이 미국에게 대마도는 우리땅이다!! 라고 말하는 사건이 겹쳐집니다. 따라서 추가된 조항이
현행 5조(제헌 6조): 대한민국은 모든 침략적인 전쟁을 부인한다.
국군은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
모순이죠. 예 맞습니다. 헌데 1962년 북한이 중국과 영토협약을 맺으면서 간도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합니다.
이로 인해 폐지 직전이던 3조는 그 의미가 커지고 현행그대로 해석의 여지를 둘수 있게 남겨집니다.
여기에 현행 헌법제정 당시 추가되는 조항이 생깁니다.
현행 제4조 :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재미있습니다. 법학적 관점에서 "지향"은 상당히 해석의 여지가 많습니다. 아닐수도있고, 그럴수도 있죠.
그러니까 종합하면
3조에서는 우리의 영토(미수복영토)를 확실히 언급하고 이에 대한 수복을 천명하는 한편
5조에서는 3조를 전면 부정하고
4조에서는 3조와 5조사이에서 타협안을 제시합니다.
....이래서 우리나라 헌법이 국제적으로, 국내적으로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전문안에서 문구끼리 서로 싸우거든요 ㅋㅋㅋㅋ
사실 이런 내용을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군대입니다.
사병출신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부사관 학교나 사관학교에서는 고토회복을 매우 티나게 많이 가르칩니다;;;;
옛날에 중국 장성이 우리 사관학교를 방문했다가 정문에 걸린 "만주회복"이라는 문구를 보고 충격을 먹었다는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죠.
또한 현재 상비 사단들의 사단가와 군단가에서도 이런 고토회복의 소망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제헌 국회의원들은 민족적 관점하에 한반도의 강역을 간도까지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를 수복해야 한다고 보았으나,
거듭된 개정과 북한의 간도영유권 포기로 인해
이 부분은 해석의 여지가 많은 상태로 남겨졌다 입니다.(다른 말로는 순화되고 있다.)
추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북쪽으로 땅크를 밀고 올라가자는 건 아닙니다.ㅋㅋㅋㅋ 그냥 헌법정신이 저렇다 정도로만 알고 계시면 될듯합니다.
그걸 판단하고 결정하는 건 우리몫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