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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7년차 유학생의 푸념...
게시물ID : emigration_24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흥칫쁑
추천 : 20
조회수 : 2247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7/01/23 23: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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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한테 푸념하듯이 가볍게 쓰고 싶은 이 글에도 사실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제 머리속의 얽히고설킨 생각들 때문에 멍할 지경이네요. 
예상컨대 재밌고 즐거운 내용은 아닐 것 같으니 행복 바이러스를 받고 싶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 고고!

제목에 썼듯이 저는 프랑스에 7년째 살고 있는 유학생이에요.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제대를 한 뒤 긴 고민 끝에 떠나온 유학생활이 벌써 이렇게나 되었네요.
이십대의 절반 이상을 프랑스에서 보낸 셈이네요.

사실 주변 다른 유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일년 중 거의 340여일 이상은 우울한 감정 때문에 아침에 눈을 떠도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힘겨울 정도예요.
보편적인 외로움이나 과거에 대한 그리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원인일까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듯해요.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혼자 살았었고,  지나간 것이나 다가올 일에 대한 막연한 감정들은 지금의 삶에 불필요하다는 건 머리로는 알기 때문이죠.
우울증인가 싶기도 하지만 지금은 이미 이런 감정들조차도 저의 일부분인 것처럼 여기고 살아요.

하지만 요즘 들어 마음이 자꾸만 무겁고, 그 심리의 영향인지 몸도 많이 아프다보니 뭔가 개선의 필요성을 느껴요.
그래서 이렇게 쓸 데 없는 글도 적고 있나봅니다. 누군가 제 얘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 큰지도 모르겠어요.

길었던 유학생활도 이제 곧 끝이 나네요. 요즘 한국의 저와 같은 세대들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불안감을 안고 있는 시기예요.
주변의 비슷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졸업 후의 계획(바람)들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죠.
한국에 돌아가려는 사람과, 이곳에 남고 싶은 사람.

저는 떠나올 때도 그랬듯이 한국에서의 삶이 저와는 너무나 맞지 않다는 걸 알고 있고,
쉽지만은 않았던 유학을 끝내고도 여전히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후자에 속한 사람이죠.

하지만 제 전공의 특성상 당장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기란 더욱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고
이래저래 방법을 찾느라 밤새 인터넷도 뒤져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기도 하고 그러는데 역시 쉽지가 않네요.
적잖은 시간동안 살면서 이들의 언어를 배우고 삶에 스며들려고 고군분투를 했지만 이들에게 저는 여전히 외국인일 뿐이니까요.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마냥 부럽다고만 해요. 그들이 힘들게 모은 돈으로 짧은 휴가라도 오고만 싶어하는 그런 여행지에 저는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외국에 계신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여행과 생활은 천지차이라는 걸. 
그리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밥 한 끼 사먹는 것도 여유 없는 유학생에게는 사치일 뿐이라는 걸.
그냥 빛좋은 개살구 같은 삶이네요.

사실 저희 집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이 아니에요. 
한국에서도 서민 중의 서민에 속하고 최근에 본 '수저 등급'에 따르면 저는 그냥 흙수저예요.
프랑스를 유학지로 선택한 것도 물론 이 나라를 좋아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아니 절대적으로 학비에 대한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에요.
한국에 계신 부모님은 나이들어가시고, 가끔 영상통화를 할 때마다 나이든 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저리는 다짐을 하죠.
내 부모님에게 더이상 짐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나도 어서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은데... 라면서요.
이제는 더이상 빛나지도 않는 이십대 초반의 나의 꿈들이 나에게는 사치였나, 나는 왜 그걸 진작에 깨닫지 못했나 가끔 자책도 하네요.

그러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건, 아니 포기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굉장히 현실적인 부분인데
지금 여기서 멈추면 사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에서 중간에 그만 둬버리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끝이 어디에 있는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 '끝'에 조금이라도 다가서려고 애를 쓰고 싶기 때문이에요.
사실 지금의 저도, 과거 언젠가의 제가 꿈꾸던 그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인지 제 욕심의 기준점을 좀 낮춰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자꾸만 위만 바라보고 가려니까 내가 있는 지금에 만족을 할 시간이 없구나 하면서요.
어쩌면 이 글에 적자면 몇 날 밤을 새워서라도 적을 수 있는 수 많은 현실적인 문제들도
그 불확실한 욕심의 기준때문에 가름되는 건 아닌가 싶네요.

그냥 좀 더 단순하게 행복한 삶을 살고 싶네요.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아도 사실 그 답은 제가 알고 있을 거예요.
신세한탄하고 있을 시간에, 원인불명의 불안감에 덜덜 떨고 있을 시간에
그냥 지금 조금 더 만족할 수 있는 조그만 일들부터 하면서 살아야겠어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제 삶을 더 단단히 다지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

글을 쓰면서 제 머릿속의 생각들이 조금이나마 정리가 된 듯하네요.
목적도 불분명하고 두서 없이 적어내려간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는 것만으로,  혹시 '얘는 여전히 배부른 소리 하고 앉아있네'라면서 
비판적으로 보실 수 있는 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무언의 응원과 질책이라고 여기고 살게요. ㅋㅋ

다들 조금씩 더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제 삶의 행복의 주체는 저니까 저도 조금만 더 행복해지도록 할게요.

그럼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언제나 안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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