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한국에 캐나다 이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캐나다 좋습니다.
헌데 그 만큼 이민의 달콤함과 환상만을 듣고 무작정 준비하는 분들께 찬물 끼얹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관점에서도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제 이야기를 드리면 고1을 마치고 홀로 유학을 와서 이제 막 10년 째 된 사람입니다. 현재는 지난해 부터 현지 공기업 IT 부서에서 일을 하여 금전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이 사는 중입니다. 운도 많이 따라준 케이스 입니다만 그 만큼 고생한 게 이제 몸에서 나타나더군요. 20대 중반 젊은 나이에 대상포진도 두어 번 걸렸고 우울증 초기까지 겪어 봤습니다. 지금은 제 생활에 99% 만족합니다 (1%는 결혼 하고 싶어서...). 이제는 영어 소통도 잘 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직장 내에서도 인정을 받기 시작 했습니다. 그나마 저는 어렸을 때 왔기에 아직 제 가치관이 정립이 안 된 상태에서 현지 적응하는 데 덜 어려웠던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이민 준비 중이신 30대 분들은 그 동안 한국에서 쌓아왔던 모든 자산들 (지적 자산, 사회적 지위, 등등) 을 포기하고 캐나다의 높은 삶의 질을 쫓아서 오실 거라고 생각 됩니다. 마음 단단히 잡수시고 오세요. 여기 박사학위 따고 오신 분들이 현지 회사나 학교에 취직이 안되서 몸이 고생하는 일 하는 것을 여럿 보았고 현지 문화와 언어 적응이 안되서 한인 사회 틀 안에서만 생활 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물론 한인 사회 내에서 활동 한다고 좋다 나쁘다 라고 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 향수병을 잘 견디게 해주기도 하고 좋은 사람들 만나면 서로 의지할 수도 있고요. 다만 경제적 파이 관점에서 봤을 때 한인 사회는 여러분의 potential이 무척이나 제어 되기도 하고 위험요소도 많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사업을 할 경우 환율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서 시장안에 소비자 수가 확 줄어들 수가 있습니다. 유학생들이 학비를 내지 못해 다수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여기에 포함 됩니다.
저는 처음 왔을 때 중국인인 척 까지 했습니다. 영어만 해보고 싶었거든요 (물론 한 일주일 지나니 학교 한국학생들이 다 알더군요 ㅎㅎ). 무작정 영어만 쓰겠다하며 생활했던 것 때문에 창피한 순간도 많고 민망했던 기억들도 허다 합니다. 결과론 적으로는 저에게 큰 도움이 된 경험들이죠. 나이 들어서 이민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부분을 견디는 것이 아마 제일 힘드실 겁니다.
캐나다 좋습니다. 공기 좋고 삶의 질 (노동 개념)이 무척 선진적이고, 노력하면 그 만큼 사회에서 인정도 해줍니다. 다만 어느 나라도 이민자에게 관대하지 않습니다. 이민 유토피아는 없는 얘기입니다. 이 모든 것이 현실입니다.
캐나다 무척 좋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느끼기 까지 십년 걸렸습니다. 한국 직장 포기하고 아이 때문에 오시는 분들이나, 살인적인 업무에 시달려서 도피성으로 이민을 생각 하시는 분들께 간곡히 말씀 드립니다. 멘탈 단단히 잡고 장기적으로 계획하시고 오세요.
희망을 가지고 이민을 생각하는 것 좋습니다. 꿈이 없으면 사람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마련이니까요. 꿈은 꾸되 이민을 준비할 때는 꼭 이성적, 현실적, 그리고 체계적으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