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본 토론회 정리하고자 쓴 감상평입니다.
만약에 다 읽으신다면, 그래서 잘못된 점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저 좋자고 드리는 부탁입니다.
참여자
홍팀: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청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신철 성균관대 교수
발언
(국정화 반대 여론 53%인 것에 대해)
권희영: 설문조사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
유일하게 권희영 교수만 설문조사에 대해 의문 표시. 전형적인 논점흐리기라고 봅니다.
흔히 '카더라' 라고 하죠. 조사자료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려면 그 자료에 대한 반박 자료가 필요합니다.
그런 것도 없이 말을 툭 내뱉어 놓고 '이거 이상한 듯보이네요.' 라고 하는 것은 토론의 기본 자세가 아니지요.
(정부가 논란이 일자, 기존 교과서 집필진을 국정 교과서 집필진에 넣지 않겠다는 것에 대해)
권희영: 국정화 이전에 이런 식의 집필진 구성은 검정위원회의 잘못이다.
개인적인 생각
일단 본인이 집필진 구성에 들어갔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만, 안 된 듯 싶습니다.
권희영 교수는 국내 사학계의 "카르텔"을 지적하며, 집필진 구성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아마 본인이 추구하는 역사 서술 혹은 본인이 집필진이 되지 않았기에, 이런 지적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신철: 배제하기 전에 거부했다.
개인적인 생각
오늘 밤샘토론 명장면. 철학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발언입니다.
저는 철학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으로서, 이것이 다수 사학계 교수들과 박근혜 정부의 가장 중요한 차이라고 봅니다.
배제하기 전에 거부했다. 나는 이권을 생각하지 않고 내 소신껏 행동했다는 의미입니다.
직접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할 얘기가 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단칼로 대답해버리는데
카타르시스를 느꼈네요.
('전체주의'에 관해 논쟁 중에)
권희영: 전체주의는 특정한 지도자에 의해 국가가 재단되는 것이며, 특정한 지도자를 우상화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
실시간으로 박정희와 박근혜 대통령이 떠올랐습니다. 꼭 말로 "나 우상화 할 거야" 라고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죠.
세상의 어느 정치가가 아니, 사람이 모든 걸 솔직하게 이야기합니까? 말도 중요하지만 행동은 더 중요하지요.
국정화 교과서에 대해 찬성하는 데 있어서, 역사적인 이야기만 나누고 있습니다.
역사학자라면 사회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겠죠.
지금의 정부의 국정교과서 움직임은 역사적, 교육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동기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이런 내적 사유 말고도 그 방법론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요.
(대안교과서에 대해)
권희영: 대안교재 편찬은 학생을 볼모로 삼는 것.
개인적인 생각
전교조의 태도와 묶어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가치를 주입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는 주장도 했죠.
이신철: 국정화야말로 학생을 볼모로 삼는 것.
개인적인 생각
추가적인 발언으로, 길게 잡아 2월 말 교과서가 나와도 바로 가르쳐야 하는 교사에게 부담이다.
일본의 경우, 그렇게 비판받던 우익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교과서 내용을 바로잡는 '정오표'를 배부해야 했다, 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적어도 '1년'은 더 기다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네요.
이는 토론 내내 청팀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시민 논객의 '수출vs수탈'논란 질문에 대해)
권희영: 40년대는 "공출제"가 있었으니, "수탈"이다.
그러나 2~30년대에는 쌀 "수출"이다. 수집상들이 시장가격에 의해 매매했다.
30년대 일본에서는 쌀이 지나치게 많아져서 수입 반대 운동이 일어나 결국 수입을 금지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접근이 아니라, 경제적인 메카니즘으로 봐야한다.
개인적인 생각
일단, 국가가 없는 상태에서의 거래이니 굳이 적겠다면 '판매'가 맞는 용어겠죠.
왜냐하면 국가가 없으니까요. 개인이 해외의 물건을 돈을 주거 들여온다면, 그것은 '구매'입니다.
그것을 국가 단위로 보아서 '수입'이 되는 것이죠. 다만 정확한 사실 관계는 필요하겠네요.
하지만 경제적인 메커니즘으로 봐야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 논리로 반박이 가능합니다.
수입반대 운동이 일어나서 금지했으니, 이걸 수탈이 아니라 수입으로 봐야한다?
아니죠. 착취라 할지라도 쓸모가 없으면 하지 않죠. 경제적으로 손해니까요.
누가 수탈을 하면서 동네에 널린 모래먼지를 가져가겠습니까?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거죠.
이 문제는 경제적 관점보다는 정치적 관점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아무래도 권희영 교수는 '사실'에 집중한 나머지 '진실'은 보지 못하네요.
토론 전체의 방향성에 대한 생각
유시민 전 장관은 토론회에 나와서 사실 내용의 폭은 별로 없었습니다.
다 합쳐보면 딱 한 가지만 말했죠.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
조전혁 전 의원과 함께 자신을 묶으며, '전'자 붙은 허섭스레기가 나와서 토론을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실태라고 했습니다.
왜? 현 정권의 그 누구도 나와서 대화해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특히 극우적인 생각을 보여주는 권희영 교수에게 일관되게 이야기합니다.
'당신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러나 그런 다른 생각들이 모여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자유주의다.'
마무리 발언에서는 권희영 교수에 대해 심증으로 저격합니다.
'교학사 교과서는 시장에서 실패했다. 그것에 대해 '아, 우리가 잘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지,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 위해서 국가 정권의 품속으로 숨어들어가 국민에게 강요한는 것은 그르다.'
유시민 전 장관이 이렇게 발언할 수 있는 근거는 앞에서 다 나왔습니다. 권희영 교수는,
'발행이 성급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부담이다'라는 반박에 답변하지 않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역시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전자에 반박을 하지 않는 이유는,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역사관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며,
후자에 반박을 하지 않는 이유는, 윗선에 밉보이게 된다면 자신이 집필진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자신의 역사관을 펼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후자에 대해, '현 집필진 구성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 문제를 지적한 점 역시 앞서 제 생각을 끌어와, '본인이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여겨집니다.
권희영 교수는 역사학자답게 토론 내내 역사적인 인식 문제를 계속 짚어 나갑니다.
그렇지만 '대화의 장' 논리나, '기이한 교과서 발행 과정' 문제에 있어서는 전혀 답변하지 않습니다.
아니요, 못하는 것이겠지요. 제 소감으로는, 철학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권만 존재하죠.
역사만 전공한 그는 일종의 '기술자'입니다. 이는 어떤 학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철학도 피해갈 수 없죠.
다만, 결국 전체를 조망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그는 유시민 전 장관의 그릇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유시민 전 장관의 말 속에서 철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가 어떤 사회를 만들려는 지 또렷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의식을 가지고 정치를 접한 이후에서, 그런 느낌을 주는 정치인은 유시민 전 장관이 유일합니다.
오늘 제가 그에게 철학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대화의 장' 논리로 자유주의에 대해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왜 자유주의에 대해 이야기 해야만 했을까요? 본래 "모토란 부재에서 오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