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7개월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남편은 미국사람이구요.
5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했습니다.
이유식 시작하고 얼마 안되었을 때 이유식 강좌를 들으러 갔는데, 40년 동안 일본 유치원/어린이집에서 급식을 담당하셨다는 강사분이 "일본 선생님들 중에는 아이들이 밥을 국에 말아먹는 것을 금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후리카케(밥위에 뿌려먹는 것)도 못쓰게 하기도 하구요. 아이들이 일본 학교에서 단체생활을 할 때 편하려면 맨밥만도 잘 먹을 수 있는 것이 좋아요. 초기이유식 때부터 밥과 반찬을 나눠서 먹이는 것을 추천합니다"라고 하시더라구요.
실제로, 일본에서 아이들과 야외활동을 갈 때 선생님이 물조차 맘대로 못먹게 해서 열사병으로 아동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을 정도로 나쁘게 말하면 꽉막힌 선생님들도 있으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그래서 저도 주식과 반찬을 나눠서 먹이다보니 나름의 시스템이 만들어졌습니다.
제 기본 이유식 구성입니다.
1. 주식 - 미음/죽.
미음은 쌀미음 이외에도 감자/고구마를 섞어 먹이기도 했어요.
중기로 넘어온 지금은 7배죽이 주식입니다. 쌀죽 이외에 빵죽이 추가되었고 앞으로 오트밀과 시리얼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미음이나 죽은 한 번에 많이 만들어서 냉동했습니다.
미음일 때는 얼음틀에 넣어서 냉동했고, 7배죽 부터는 한 번 먹을 분량씩 랩으로 싸서 냉동하고 있어요.
2. 채소
초기에는 당근/시금치/청경채/소송채/브로콜리/단호박 정도를 시험해봤습니다.
채소도 한번에 많이 만들어서 냉동했어요. 채소의 냉동 방법은 "엄마표 냉동이유식은 다르다"는 책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책에는 냉동한 식재료를 2주 안에 쓰라고 되어있는데, 이유식 강좌 강사분께서 "밀봉을 잘 하면 한 달 정도는 사용 가능하다"고 하셔서 저도 한 달 정도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한 달 넘으면 제 밥에 넣어서 비벼먹기도 하고...ㅎㅎ
중기로 넘어가면서부터는 한 번에 쓸 분량씩 나눠서 냉동하는데, 글래드 랩이 좋더라구요.
위의 사진은 잘게 썬 시금치인데요 이렇게 냉동하면 진공포장과 비슷한 효과가 납니다.
3. 단백질
초기에 두부, 흰살생선, 소고기 순서로 먹여봤고 지금은 닭고기와 캔참치까지 추가되었습니다.
요구르트도 먹여봤는데 엄청... 싫어하네요... 세상 못먹일 것을 먹인 듯한 표정이... 넘나 귀여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생선과 고기는 갈아서 한 번 분량씩 냉동해서 씁니다.
4. 농도 조절용 스프
이건 이유식 강좌 강사분이 알려주신 방법입니다.
이유식을 먹이는 가장 큰 목적중 하나가 고형식을 먹기 위한 연습인데 농도가 너무 묽으면 연습이 잘 되지 않고 너무 되직하면 아가들이 먹기를 거부하니까, 식사 때 국물 종류를 하나 두고 그때 그때 농도를 조절해가면서 먹여보라구요.
현재로는 채소육수, 황태육수, 두유를 주로 쓰고 있어요. 감기 때 먹이려고 만들어 냉동한 배즙도 가끔 씁니다.
5. 그 외 고명 등
맛이나 식감을 바꾸기 위해 잔멸치나 콩가루를 조금씩 섞기도 합니다. 중기부터 치즈도 추가되었어요.
토마토를 과육부분만 잘라서 냉동한 뒤, 소고기나 닭고기와 함께 담아 해동하면 토마토소스 역할을 해서 맛있어요.
이렇게 주식/반찬 나눠서 먹이면 아기가 어떤 식재료를 좋아하는 지, 어떤 농도까지 먹을 수 있는 지 확인하기가 편하고, 한번의 식사에서 여러가지 다른 식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먹이는 동안 대화 소재-_-;가 늘어나는 것도 저는 좋더라구요.
"이번엔 다시 쌀밥 먹자, 아~~", "이건 소고기예요~~ 고소하죠~~", "오늘은 시금치에 단호박을 섞어봤어요~~ 달달하죠~~"이렇게요. 한입 먹을 때마다 다른 식재료를 먹으니까 계속 화제가 있는 느낌?
번거로워 보이지만 어차피 냉동해 놓은 것을 적당히 해동해서 먹이는 거라 익숙해지면 금방 뚝딱뚝딱입니다. 완성품 전단계의 재료들이 냉동된 상태라 아기 컨디션이 갑자기 바뀌어도 맞추기 편하구요.
단점이라면 설거지가 늘어난다는 것…
*저는 전자렌지 사용에 대해 전혀 반감이 없습니다. 전자렌지 사용에 대한 찬반토의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