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투수라면, 타자는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지게 된다. 투수는 그만큼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여유를 가져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투수들이 다양한 변화구 장착을 위해 노력한다. 물론 이게 쉬운 일이라면 모든 투수들은 끝도 없이 변화구를 늘려가겠지만, 그런 투수들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한 가지의 변화구를 추가하는 것 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 공을 던질 줄 안다는 것이 아닌, 그 공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완벽한 의미의 변화구 장착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구종을 장착하는 과정에서 많은 투수들이 자신의 투구 밸런스를 잃고 무너지는 경우를 우리는 봐왔다. 또한 오직 강력한 패스트볼 하나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원피치 투수도 봐왔고, 강력한 패스트볼과 단 한 가지의 비장의 변화구를 감춰둔, 투피치의 투수들을 봐왔다. 그리고 지난 2년간 투피치 선발투수의 대표적인 선수는 NC 이재학이었다.
이재학은 140KM 초반대의 구속을 가진 패스트볼과 체인지업만으로 2시즌을 보냈다. 어떤 날에는 체인지업과 패스트볼의 비율이 1:1에 이르는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시즌에는 타자들이 이재학의 공에 전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이재학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두 개의 공으로만 타자들을 가뿐히 요리하며 10승을 거두었고, 2.88이라는 좋은 평균자책점도 기록했다.(kWAR 3.48) 덕분에 NC 다이노스 창단 첫해에 신인왕을 거머쥐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2014시즌 상황이 달라졌다. 2년 연속 10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으나, 2.88이었던 평균자책점이 4.21로 폭등했다.(kWAR 3.13) 탈삼진 수는 줄고 볼넷은 늘었다. (삼진 144->131, 볼넷 59 ->68) 피홈런 역시 12개에서 16개로 늘어났다.
물론 손꼽히는 타고투저 시즌에 거둔 성적이긴 했으나, 분명히 좋지 않은 내용이 많았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자꾸만 맞아나갔다. 이재학이 가진 체인지업의 노출이 잦아지면서 타자들이그만큼 타이밍을 읽힌 것이다. 결국 이재학의 새 변화구 장착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수면위로 떠올랐다. 결국 이재학은 간간히 던져오던 슬라이더를 본격적으로 던지기로 마음을 굳혔다.
시범경기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이재학표’ 슬라이더는 효과적이었다는 것이 중평이다. 3월 7일 경기의 경우 전체 61개의 투구 중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9개를 던진 것에 반해 슬라이더는10개를 던졌다. 주무기보다 많이 던졌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 결과도 괜찮았다. 4이닝 동안14타자를 상대한 이재학은, 2개의 볼넷과 2개의 피안타를 내주었으나, 6개의 삼진을 솎아냈다.무엇보다 본인이 만족하는 눈치.
물론 시범경기이며, 3월 19일 삼성전에서는 5이닝 6실점하는 부침도 겪었지만, 슬라이더 장착이 본인의 투구 밸런스에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는 점과 상당 수준의 제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쓰리피치 투수로 거듭난 이재학이 자신의 목표대로 15승-180이닝을 달성하며 리그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 할 것이다.
정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