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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에서 철이 들기까지 part 2
게시물ID : emigration_23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상위0.001%
추천 : 4
조회수 : 110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1/03 19:58:35
잡솔 집어치고 바로 본문 ㄱㄱ



이놈이랑 같이살면서 영어가 조금씩 늘기 시작하는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언어라는게 어릴때 습득할수록 훨씬 더 쉽고 원어민처럼 구사가 가능하다.

당시 내 나이가 20이였는데, 당시 내 실력은 한국에서 막 온 사람이랑 비슷했을꺼다.


아무튼, 이때 진짜 독한 마음먹으면서 공부할려고 한거 같다. 근데 세살 버릇 여든 간다고 했나?

한 2주는 빡세게 공부하다가, 2주는 탱자탱자 놀고

또 2주는 빡세게 공부하다가, 2주는 탱자탱자 놀고 뭐 이런식이 였던거 같다.


이때 아버지랑 많은 교류를 했다. 아버지가 말주변이 있으신 양반은 아니라 편지를 굉장히 자주 써 주셨다.

아직도 그 편지들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들하고 같이 보관한다. 그리고 스켄을 떠서 가끔 힘든나날이 있을때마다 읽으면서 마음을 다시 다잡곤 한다.


공부라는게 습관 + 집요함 아니겠는가? 조금씩 조금씩 재미도 붙고, 몸에 익어서 졸업은 상위 0.1% 들었고,

대학도 일류 대학에 붙고, 과도 제일 붙기 까다로운 과에 붙었다. 

이때만해도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 나가는 사람 인줄 알았던거 같다.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거리를 걸을때도 속으로 "훗 너네들 내가 어떤사람인줄 아냐?" 이런 마음가짐으로 다녔던거 같다.

대학붙은걸 듣고 부모님이 굉장히 좋아하셨다. 아버지 어머니가 그렇게 밝은 얼굴로 다니는거 처음 봤다.


그리고 드디어 대학에 들어갔는데 너무 마음을 내려 놓아서일까, 옛날 버릇들이 서서히 다시 기어나왔다.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학교간 날짜만 2달이 안되는거 같다. 

수업을 안들으니 그냥 자취방에서 혼자 게임하거나 잠만 잤다.

기말고사는 당연히 치러 가지도 않았다.

부모님은 아직도 이 사실을 모르신다. 그냥 워낙 공부가 어려워서 그랬겠거니 생각하신다.

그렇게 일년을 지내니 학사경고를 당연히 받았다. 내용을 자세히 보니, 전과를 하더라도 앞으로 4년간은 그 학교는 못 다닌다고 하더라.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줄 알았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이걸 어떻게 말씀드려야될지 모르겠더라.


이차저차해서 지방에 있는 한 대학에 운좋게 입학을 할수있었다. 

지방에서의 대학생활은 뭐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다만 전해에 성적이 좋지않아, 나라에서 주는 학생 수당을 못받게 되서 생활이 빠듯했다.

그리고 아마 이때부터 우리집안은 다시 슬슬 일어나기 시작했던거 같다.

학교 생활은 열심히 했지만 성적은 크게 좋지는 않았다. 

간략하게 말하지만 모범생도 아닌 또 그렇다고 너무 놀지도 않게 좀 어중간한 생활을 했다.

대학생활에 대해 조금더 풀고 싶지만 너무 길어질까봐 여기서 그냥 넘어가겠다.


대학졸업과 동시에 나는 결혼을 했다.

참하고 아리따운 아가씨와 오랫동안 교제를 했었는데,

그 아가씨가 공부 욕심이 있어서 대학원을 가고싶었는데 집안형편상 그렇지가 못했다.

당시만해도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집안 살림살이가 나가지고 있어서 내심 혹시 우리 집안에서 도와줄수 있을까 기대했다.

당시 여친님은 유학생이였는데, 유학생들은 이민자들과는 달리 학비가 굉장히 비싸다.

내 기억에 여친님(지금은 와이프) 일년 학비만 3~4천만원 했던걸로 기억한다.

우리부모님께 어렵사리 말씀을 드렸더니 은쾌히 허락을 하셨다. 그리고 결혹 승낙도 받아냈다.

이 결정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식을 크게 하고 싶었지만, 그냥 소소하게 치렀다.  


이제는 취직이 문제다.

내가 졸업을 한 과는 과 특성상 인턴을 필히 해야되는 과정인데,

외국에서 생활을 하신분들은 알겠지만 대학을 졸업했다고 다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이다.

언어라는건 자기 의사표현을 넘어서 문화와 정서의 교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 나라의 정서와 문화를 깊이 이해를 하지 못한다면, 정확한 의사소통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예를들어서 샘 해밍턴만 같은경우에, 우리말을 사실 잘 하지는 못한다. 자막없이 눈 감고 한번 들어봐라. 발음도 그렇고 알아듣기 힘들다.

하지만 샘 해밍턴 같은경우엔 우리나라의 문화를 굉장히 이해를 잘하고 습득을 잘해서, 사람들이 많이 쓰는 표현들을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의사소통의 질을 높인다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나 같은 사람으로썬, 당시 이민온지가 11년이 됏는데도 현지인 친구 하나 없었다. 

현지인들의 문화와 정서는 당연히 이해제로고,

영어를 구사를 한다고해도, "speaking" 을 많이 해본적이 없어서

발음이라던지 엑센트가 굉장히 어설펐을것이다. 사실 지금도 영어책 한권을 읽어본적이 없다.

그러니 면접을봐도 취직이 안되는 것이다. 이때까지만해도 나는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줄 알았다.


정말 정말 힘들게 취직이 됬는데, 내가 졸업한 과는 특성상 인턴과정이 학교 과정이랑 조금 섞여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거다.

아무튼 인턴과정을 끝내야지 사회에 진출할수 있다.

인턴과정을 시작했을때 비로서 나는 내가 얼마나 영어를 못하고, 

현지인들과의 의사소통에 많은 걸림돌이가 있는지 깨달았다.

분명 나는 "주어진" 일 은 훌륭하게 해냈지만, 뭐랄까.. 그 2% 부족한 뭔가 아쉬운 그런 스멜을 풍겼던거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언어적인 부분인거 같다.

인턴 과정은 1년인데, 시험을 반드시 통과를 해야지만 대학 전공을 살릴수 있다.

그렇게 1년이 후딱 가고 시험을쳤는데 낙방..

굉장히 우울한 나날을 보냈던거 같다. 

사실 내 자신이 비참해보이는건 둘째치고, 와이프한테 처갓댁에 면목이 없었다.

당시까지만해도 내 모든 재정적인건 부모님의 지원에 의해서 가능했다. 

내 학비+ 와이프 학비 + 생활비+ 주거비 등등 모든것 

내 계획은 인턴과정만 딱 마치면 부모님으로부터 모든것의 독립이였다.



결과만 말하자면 그 후로 나는 시험을 3번이나 더 봤다. 그러니 4번째에 합격했다.
 
여기에 대해서도 자세히 쓰고싶지만 간략하게만 쓰겠다.


한국과는 다르게 이 나라 에서는 시험을 총 칠수 있는 횟수가 있다.

총 기회는 3번이다. 근데 어떻게 나는 4번째에 합격을 했냐고?

3번째 시험을 낙방했을때였다. 시험을주관하는 측 (보건복지부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에서 연락이 와서 왜 자꾸 낙방하는지 면담을 좀 가져야겠단다.

면담날이 다가왔다. 

방에 들어가보니 대략 10명 넘는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노려보고 있는데,

마치 청문회처럼 진행이 됐다. 

한명이 물어보면 내가 바로 즉답하는 그런 식.

질문은 딱히 생각안나지만 뭐 왜 자꾸 낙방하냐는 식이였던거 같다.

그렇게 면담이 끝나고, 주최측에선 나한테 한번의 더 기회를 준다고 결정했다.


내가 첫번째에서 4번째 시험을보기까지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는지 여러분은 이해가 가는가?

첫번째 낙방했을때는 주위 사람들한테까지도 알렸던거 같다.

물론 뭐 동네방네 떠들어 댄게 아니라, 과 동기들이나 뭐 친한사람들만 말이다.

둘째, 셋째 시험을 낙방했을때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가족을 빼고는 말이다.

내 친구들은 거의다 나는 옛날에 붙은걸로 알고 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결혼도 한 상태였다.

그래서 처갓댁한테 더더욱 면목도 없엇다.

4번째 시험보고나서는 이번에도 낙방하면 자살할려고 유서까지 써놨다면 내 마음이 이해가 갈려나?

정말 자살 계획까지 세세히 계획해놨었다.

나를 믿고 결혼해준 와이프한테 너무 미안했지만, 

계속 장난조로 언급을 했었다, 혹나 내가 사고로 죽으면 꼭 재혼 하라고.

아직 젊고 애도 없고 앞길이 창창한 사람이라 재혼걱정은 안됐다.



이제 마무리 할려고 한다.

내가 이번의 계기로 얻고 배운점은 이렇다.

인생이 어떻게 좋은일만 계속 일어날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이번 계기로 어떻게 힘든일들을 이겨내야되는지 알거 같다.


대기만성이라고 했는가?

나는 이 말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인생은 분명 뿌리는대로 거두는것 같다.

여러분들은 나처럼 오만하지 말고 항상 겸손하고 친절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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