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임정을 지나치게 동일시하는 것은 건국절 운운하는 것만큼 과격하다고 생각합니다.
1948년에 건국된 대한민국은 1919년에 수립된 임정과는 연속적인 국가체나 정부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 민족의 독립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헌법으로 그 정신과 법통을 계승한다 밝힌 것입니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관계는 직접적 계승이 아닌, 고려와 고구려의 관계와 유사합니다.
일제의 한반도 강점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었기에 불법이라는 것도 논리적이지 못합니다.
그런 시각으로는 임정 수립 이전인 1910~1919년의 불법적 강점 상태를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그 이전에 단군조선 이래 맥을 이어 온 한민족 국가를 계승합니다.
즉, 일제의 한반도 강점은 조선이나 임정이 아니라 한민족 국가를 침탈했기에 불법인 것입니다.
개천절은 한민족 국가의 기원으로 우리나라, 우리 민족의 뿌리가 시작된 날이고,
광복절은 우리 민족이 이끌어나갈 우리나라, 한민족 국가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입니다.
건국절이 부정되어야 하는 것은, 한민족 국가를 부정하는 반민족적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한민족 국가의 계승에 있는 것이지 1948년 건국에 있지 않습니다.
1919년 건국을 주장하는 것도 건국절이라는 틀에 경도되어 잘못된 명분을 내세우는 것입니다.
한민족 국가는 4000여년 전부터 시작됐고, 건국은 민족 서사의 작은 사건에 불과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과도한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는, 다른 독립 세력과
그들이 이루려 했던 한민족 국가의 재건 시도를 절하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광복군 외의 다른 독립군 세력이나, 건국준비위원회는 임정과의 경쟁에 실패한 세력일까요?
만약 여운형 주도로 조선공화국이 이 땅의 정통성 있는 국가체로서 세워졌다면 어떨까요?
글쎄요. 과연 조선공화국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동일시하는 분들이 지금처럼 많았을까요?
건국절 주장의 반민족적 의미를 되새기고 반대하되, 그 판짜기에 놀아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정통론이나 1948년 건국의 안티 프레임인 1919년 건국론이 불편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