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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놈 지도
게시물ID : humorstory_2727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카카오빈
추천 : 0
조회수 : 30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1/10 18:37:38
아..갑자기 서울로 전학 간 친구가 오랜만에 놀러와서 그 친구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떠올랐네요.

제가 중1일 당시의 여름방학이었습니다.
(전학간 친구=A, 따라온 친구=B)
방학 숙제로 국립생물자연관인가? 거기로 A와 B와 제가 가기로 했죠.
제가 먼저 제안한 거라서 당연 어떻게 가는지 제가 다 조사했습니다.
버스를 갈아탈 필요도 없이 멀지만, 한 번에 가더군요...
저는 저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하고, 정류장도 외우고, 혹시나 못찾을까 주위에 있는 건물도 외웠습니다. 아주 근처에 카센터 하나가 있더군요.

모든게 순조로웠습니다. 날씨는 더웠지만, 친구들끼리 추억을 쌓고 좋죠...
마침내 저희가 내려야할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저는 두려워지기 시작합니다.
주위에 있는 건 온통 밭. 인천 부평구쪽에서 사는데요...그때 당시 지도 볼 때는 인천 서구였던 것 같았어요...근데 같은 인천인데 이렇게나 차이가 나나요? 레알 정글임. 4차선 국도 뚫린 정글이었습니다.
저랑 친구들은 잠깐 헤매다가 일단 보이는 건물을 찾았습니다. 다행이게도 제가 기억했던 카센터가 보이는 군요. 저는 바로 가서 정비사 아저씨께 물었습니다.

"저기요...죄송한데요..여기 국립생물자연관이 어디죠?"
"뭐어? 어디?"
"국립생물자연관이요."
"어이, @@아! 국립생물자연관이 어디있냐?"

동료에게 물어보시더군요. 그러더니 동료분께서

"아, 거기~지도상으로는 여기인데 여기없어. 이 국도 따라 가야하는데..걸어서 못가!"

걸어서 못가걸어서 못가걸어서 못가걸어서 못가걸어서 못가걸어서 못가걸어서 못가걸어서 못가걸어서 못가
걸어서 못가걸어서 못가걸어서 못가걸어서 못가걸어서 못가걸어서 못가걸어서 못가걸어서 못가걸어서 못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걸어서 갔습니다. 좀만 더 가면 인천국제공황이더군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사이의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일단 엄청 욕먹었습니다.
ㅄ새끼라느니 개객끼라느니 멍청한 놈이라느니 엄청 욕먹으면서 땡볕에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 안 나오길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죠.

"야, 너희 국립생물자연관 간다고 하지 않았냐?"
"ㅇㅇ"
"어떻게 갔냐?"
"버스로."
"아...쓰벌.."

또 욕먹었습니다. 따른 친구들은 제대로 갔는데 우리는 왜 이 모양 이꼴이냐면서요....아 제기랄...
아무튼 가다가 이젠 완전 생존기입니다. 물도 없고, 4차선 국도라서 택시도 안 서고...해는 쨍쨍하고 힘은 들고, 주위에 보인는 건 밭이고...진짜 미친듯이 걷다가 길 건너 슈퍼가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A가 무모하게도 4차선을 건너더군요. 그러더니 슈퍼로 달려가 문을 열었습니다.
................아니 열려고 했습니다. 친구 행동이 조금 이상하더군요..어깨는 움직이는데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3초후 친구는 4차선 저편에서 주저앉아버렸습니다. 마치 드라마에서 아내가 아픈데 시간이 늦어서 근처 병원이 전부 문닫아서 절망하고 있는 그런 포즈였습니다. 그렇게 패닉에 빠지다가 A가 다시 돌아올려다가 무언가를 봤는지 소스라치게 놀라더니...다시 건너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 미친...4차선 한 가운데를 지나가는 뱀의 죽음을 보고왔어."
"응?"
"저기 저어~~~~~도로 끝에 검은 거 보이냐?"

저와 B는 도로를 주목합니다. 그러자 정말 길죽한 무언가가 빈대떡이 되어있더군요.

"뱀이야. 신기해서 보고있는데 슈앙~하고 뭐가 지나가더니 저렇게 됐음..차가 지나갈 때마다 착-착-착 감기는 소리남."

이 정도면 정말 정글이라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어쩔 수 없이 계속 나아갔습니다. 그러다가 주유소를 보게 되었는데요 그곳에서 길을 물어보자고 했습니다.

"저기..국립생물자연관에 가려면 얼마나 가야하나요?"
"어이쿠, 학생들 걸어서 거길 가려고?"
"네. 저 개객끼가 지도 잘못찾아서요."

B가 바로 고자질했습니다. 저는 억울하죠. 네이놈이 설마 저를 속일줄 알았겠어요?
지식인도 아니고 블로그도 아니고 카페도 아니고 네이놈 지도에서 얻은 정보인데 말이죠.
아무튼 주유소 사장님은 친절히

"4블럭정도 가면 된단다."

라고 하셨습니다. 밭이라도 보도블럭은 제대로 갈려있어서 그나마 블럭 구분이 가능했으니 다행이라 생각했죠. 저희는 감사합니다하고 나가려고 하자 냉장고에서 저희에게 생수 한 병씩을 건내주셨습니다.

와 진짜...그때 저희는 일생에 모든 힘을 다하여 인사를 했습니다.
정말 감사했어요! 주유소 사장님!


근데 그것도 오래 못 갔어요. 얼마나 더웠는지 조금 걸으니까 물이 뜨거워지더군요. 마시기 싫을 정도로...그리고 한 블럭이 개같이 길었습니다. 걷고 걸어서 한 3~4시간 걸었나 봅니다. 표지판이 보였죠.

[국립생물자연관]

뛰었습니다. 어째서 아직까지 그럴 힘이 남았는지 아직까지 미스테리군요. 엄청 뛰어서 거의 도착했을 때 쯤 저는 불길한 생각을 해버렸습니다.

"아, ㅆㅂ...언제 돌아가냐?"
"아..쓰벌."
"간나쌔끼. 너 간첩이냐?"

온갖 욕을 먹다가 갑자기 차 한 대가 멈췄습니다. 그리고 창문이 열리죠....
놀랍게도 같은 학교 아이였습니다! 게다가 저희들은 매우 친한 사이였죠! 부모님하고도 친합니다!
같은 학원이었습니다! 엄청난 행운이었죠.
결국 돌아갈 때는 차에 같이 타고 갔습니다.
그때 친구 아버지께서 돌아가는 길에 운전하시면서 했던 말씀이 떠오르더군요.

"헤에...이 거리를 걸어왔구나..허허..10km는 되겠어."

차안에서 어른들도 있는데 그렇게 싸맞았습니다. 물론 A, B에게...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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