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가 생각한 한국인의 민족성 중 단점에 관한 서술.
(1) 양협(量狹)한 성질 : 이것은 우리 반도의 지리적 환경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즉 우리 나라
에는 산악,협곡(狹谷),분지(盆地)가 많아, 저 넓은 대지에서 자라난 민족에 비하여 기우(氣
宇)가 좁고 애증(愛憎)이 심하고, 조그만 일에까지 이해를 따지고 시비를 분석하여 상호 배제
(排除),시기,질투 등 양협의 습성이 대동단결을 방해하는 사례가 많다.
(2) 형식치중(型式置重)의 습성(習性) : 옛날로부터의 허례허식이 이를 잘 증언하고 있다. 근래 헤
아릴 수 없는 빈번한 종종의 기념식과 동상건립, 내용보다도 외형에 치중하는 대학의 건축물
들 - 근사한 예로 요리상(한식) 위에 벌려 논 잡다한 가짓수는 왕왕 외국인을 놀라게 한다.
(3) 천박(淺薄)한 현실주의(現實主義) : 원대한 전망이나 계획보다도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에 구애
되어 그때 그때를 미봉해 나가는 일이 우리 생활 가운데 허다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
라에 위대한 종교가 생겨나지 못하고 미신적인 요소가 지금에까지 잔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 나는 본다.
(4) 꾸준한 노력(努力)과 근면(勤勉)의 부족성(不足性) : 재질에 있어서는 가까운 중국인이나 일본
인에 비하여 결코 떨어지지 않고 어느 점에는 뛰어난 소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계속적인 노
력과 근면은 그들을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의 공적 사적 생활 가운데 용두사미(龍頭蛇尾) 격의 것이 많이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
에 기인한 바도 있겠지만 대체로 보아 꾸준한 노력과 인내의 결핍에서 초래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이병도, 풀뭇간의 쇠망치, 휘문출판사, 1972. 283-284면.)
특히 (1)의 양협한 성질 부분을 보면,
타율성론의 한 지류가 된 미시나 쇼에이의 반도적 성격론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나아가 한국인은 반도라고 하는 지리적 환경 때문에 파쟁적(派爭的)인 민족성을 가졌고, 선천적인 파쟁성 때문에 한국인은 정치적 능력이 없어
정쟁이 끊이질 않았다고 주장한 호소이 하지메의 당파성론도 함께 연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