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월가 시위대, 더 많은 전략과 전술 시도할 것" 2012-01-09 지난해 세계에 불어 닥친 시위 열풍을 설명하는데 '월가를 점령하라'(OWS) 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월가의 금융자본을 규탄하며 뉴욕 주코티 공원에서 시작된 OWS는 약 3개월 동안 미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1999년 시애틀의 반세계화 시위를 계승한 운동으로 평가받았다. 진보 진영의 평가는 후하지만 OWS 운동이 거둔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는 어렵다. 수십 년 독재 권력을 끌어내렸던 '아랍의 봄'과 같이 정치적 성과를 거둔 것도 아니었다. 미국의 양극화와 '1%'의 탐욕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간결한 메시지'를 선호하는 언론들은 OWS 시위대의 다양성을 무질서로 폄훼하기 일쑤였다. 미 주요 도시의 '점령하라' 농성장은 잇따라 철거됐고, 겨울이 찾아오면서 시위의 기세는 축소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판 세력조차도 이 운동이 2011년 가을에 '반짝 흥행'했던 일탈행위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로이터> 통신은 OWS 운동은 미국의 정치적 논쟁에 분명한 영향을 미쳤으며, 2012년 대선을 준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는 '공정함'이란 단어 속에 OWS의 정신이 이미 녹아들어가 있다고 9일 평가했다. 통신은 겨우내 몸을 추스리고 있는 OWS 시위대들이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자신들의 시각을 펼칠 새로운 전술과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진화'를 시도하고 있는 OWS 운동은 올해 미 대선 국면을 맞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또 한 번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로이터>가 항목별로 전망한 OWS의 2012년은 다음과 같다.
■ 선거를 점령하라 OWS 운동이 시작될 당시 많은 언론들은 극우 시민네트워크 '티파티'의 반대 현상으로만 바라봤다. 하지만 OWS 시위대 대부분은 특정한 당파성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막대한 비용이 드는 미 정치권의 선거 풍토 자체를 비판하면서 오바마의 지지층이라는 세간의 주장이 틀렸음을 보여왔다. 대선 정국이 도래할 올해에는 당파성을 떠나 대권 후보들의 유세 현장이 OWS 시위대들의 활동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위대들은 이미 지난 5일 아이오와에서 치러진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에 출몰해 오바마와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연설을 방해한 바 있다. 특히 이들의 공격은 그동안 경제적 양극화 논란을 '계급투쟁'으로 비하하면서 1%를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공화당의 '슈퍼 부자'들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
■ 경제를 점령하라 지난해 OWS 운동은 경제 문제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OWS는 대형 은행의 탐욕과 횡포에 대항해 비영리 신용조합으로 계좌를 옮기자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고, 이에 따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등 대형 금융기관들은 직불카드에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접은 바 있다. <로이터>는 시위대들이 올해 더 엄격한 금융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정치권에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오클랜드 시위대와 샌프란시스코 시위대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했던 '글래스-스티걸 법안'의 부활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OWS는 또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볼커 룰'이 보다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오클랜드 등 미 서부 지역 시위대들은 지난해 두 번에 걸쳐 항만 폐쇄를 시도하고 실제로 가동을 중단시킨 적도 있었다. 하지만 통신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러한 시위 방식은 시위대의 '우군'으로 여겨지는 노동조합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연대 강화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했다.
■ 주택을 점령하라 미국발 금융위기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거품이 터지면서 시작됐다. 상환능력을 고려치 않는 마구잡이 대출 덕에 거품이 터진 후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기 집을 잃은 미국인들이 속출했다. OWS 시위대는 지난해 12월 '우리의 집을 점령하라' 운동을 발족시켰다. 은행에 압류당한 빈 집을 점거하고 원거주자를 위해 대출 조건을 재조정하자고 요구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을 조직한 맷 햄린은 몇 달 안으로 100개 이상의 집을 '점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운동은 지난해 경찰에 의해 공공장소에서 내쫓긴 월가 시위대들의 새로운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이미 지난 성탄절 직전에 오클랜드의 한 압류된 집을 점거한 시위대들을 사유지 침해 혐의로 끌어낸바 있다.
■ 온라인을 점령하라 OWS 운동 뿐 아니라 지난해 전 세계 시위대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월가 시위대는 흑인 민권운동의 대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탄생일인 오는 16일까지 100만 개의 '비디오 성명'을 받아 온라인 사이트(StudioOccupy.org)에 게재할 계획이다. 경찰에 정보가 유출되지 않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시위 계획을 전파하는 등 시위대의 IT 기술 활용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또 SNS로 인해 특정 리더가 주도하는 과거의 시위 형태를 탈피했다는 점은 앞으로도 OWS 운동이 모두에게 개방된 시위로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를 높인다.
■ 공원을 점령하라 OWS 운동의 또 하나의 성공 요인은 SNS를 통한 온라인 활동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거리를 점령했다는 점에 있다. 독재자 호스니 무라바크를 끌어냈던 이집트 시위대들에게 타흐리르 광장이 있었다면, OWS 시위대들에게는 뉴욕 주코티 공원이 있었다. 시위 열기가 한풀 꺾인 시점도 경찰이 주코티 공원의 텐트촌을 강제 철거한 시기와 들어맞는다. 텐트촌은 모두에게 평등하고 개방된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미국 주요 도시의 대규모 텐트촌은 지난해 말 대부분 철거당했지만 비공식 통계로는 워싱턴DC를 비롯해 미 전역에 약 65곳의 텐트촌이 남아 있다. 현재 뉴욕 시위대 등은 사무실을 임대해 겨울을 날 계획이지만 봄이 되면 다시 전국에 '텐트촌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통신은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텐트촌이 시위대의 전술적 다양성을 제약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문화를 점령하라 지난해 OWS 시위대들은 다양한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99%다'(We are the 99 percent)라는 구호는 소수의 부자와 기업의 탐욕에 대한 비판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고, '점령하라'(Occupy)라는 단어 역시 다양한 목적어가 붙으면서 널리 사용됐다. 통신은 또 '누구의 거리? 우리의 거리'(Whose streets? Our streets), '은행은 구제받고, 우리는 파산했다'(Banks got bailed out, We got sold out)라는 구호 역시 과거 반전 세대들에게 친숙했던 포크가수 밥 딜런의 가사만큼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시위에 가담하는 모든 이들을 반기고, 위선을 경계하며, 모두의 발언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운동을 조직하면서 시위대들은 사회의 나머지 이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고자 할 것"이라며 앞으로 시위대들은 더 많은 문화적 상징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 원문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0109175838§ion=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