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역사학계에 있습니다.
꽤 큰 학회 간사도 해봤고, 지금도 몇 몇 역사 단체에 몸담고 있습니다.
물론 뛰어난 학자도 아니고, 발만 담그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래도 이번 국정화 너무 화가 나네요.
예전에 썼던 글을 조금 정리 해 봤습니다.
1.
"긍정의 역사관"을 이야기하는 현재 정부의 논의는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을 반대하고
일본의 역사를 "긍정"하는 일본의 극우 역사관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습니다.
일본 극우는 그렇게 후쇼샤 교과서를 만들었죠.
하지만 그런짓을 한 일본 극우도, 현재 아베정권도 교과서를 국정화 하자는 이야기는 안 하는 것 같습니다.
더하여 '굳이' 말하자면 역사는 과거를 자랑스럽게 기억하라고 배운다기보다 반성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일본 정권에게 요구하는 것도 바로 그것 아니던가요?
2.
학부 4학년 때, 미국의 역사 교과서를 공부한 일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용 미국사 교과서와 고등학생용 세계사 교과서로 기억됩니다.
교과서 내용 분석이 수업의 주된 내용이었는데 그것보다 기억에 남는 것이 역사 교과서의 서문인데요
초등학교 역사교과서 서문에는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정확하지 않지만 다음과 같이 적고 있었습니다.
"비판적 시민의 양성"
그리고 각 장이 끝나는 마지막에 있는 연습문제 가운데 하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보스턴 티파티 사건의 신문 기사를 제시하고
"사실(fact)과 의견(opinion)을 구별해라"
교과서의 제목은 비록 "우리나라(Our Nation)"이었지만, 상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이고,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왜 미국은 비판적 시민의 양성을 역사 교육의 목표로 삼았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비판적 시민'이야 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역사를 공부한다고 지금까지 해왔는데, 하면 할 수록 역사를 보는 많은 시각과 주장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시각과 주장들은 각자의 논리에 의해 구성된 사료에 의해 뒷받침 되죠.
이 사이에 논리적이지 않고, 사료에 충실하지 않은 주장은 자연히 도태됩니다.
즉 역사를 공부하는 과정이란 이미 알려진 사실을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사료를 충분히 비판적으로 읽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는 역사를 가르치는 목적을 '비판적 시민의 양성'이라고 하고,
연습문제로 신문기사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문제를 냈을 것입니다.
지금 현재 역사 교육의 행태는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선택된 것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에 지나지 않고,
결과 역사라는 과목은 학생들에게 재미 없는 암기과목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나아가 이것을 국가가 '국정' 교과서를 만들어 일원화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비판적 시민의 양성은 커녕, 국가가 원하는 수동적 인물을 키우려 하는 것에 지나지 않죠.
역사는 국가의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