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ONY MDR-W80L
고등학교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0년전에 쓰던 헤드폰입니다. 친구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발 니 귓구녕 속에서 축구해도 되겠다' 라고 표현할 정도로 귓구녕이 깊고 넓고 광활해서 ㅠ 다른 친구들이 쓰던 평범한 오픈형 이어폰은 당최 쓰질 못했었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썼던 헤드폰. (사실 모델명도 이번에 검색하면서 알게 됨)
소리가 어땠는지는 기억도 안 납니다 ㅡ.ㅡ 아이와 워크맨에 물려서 잘 썼던 기억만 나는군요 ㅎㅎ
2. SONY MDR-ED136SP
통칭 방독면 이어폰이라 불리우던 물건입니다. 90년대말 소니 시디피를 사면 번들로 끼워주던 이어폰으로써 착용감에 있어서는 극악이라는 평이 많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이어폰이 나올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했던 물건. 일단 귀에 꽂기면 하면 안 떨어지니까요 ㅎㅎ 저에게는 신세계를 가르쳐준 이어폰임.
소리는.. 그냥 저음 밖에 안 나요. 그것도 꽉 뭉친 저질 저음.
3. SONY MDR-G82LP
백폰이라고들 불렀던 헤드폰이죠 ㅎㅎ 밀레니엄을 앞둔 세기말. 이 땅의 10대와 20대들이 모두 힙합전사였던 시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쌀포대같은 바지가락을 펄럭이며 저거 하나 걸쳐주면 적당히 간지가 났던 헤드폰.
소니의 보급형 물건답게 전형적인 V형 음색을 들려줬던 걸로 기억합니다.
4. SONY MDR-EX70LP
지금 다시 쓰라면 절대 안 쓰겠지만.. 이 EX70이라는 이어폰이 가지는 의미는 좀 특별납니다. 기존의 오픈형 이어폰이 대세였던 시장에 커널형 이어폰이라는 개념을 이 이어폰이 처음으로 소개했다고 과언이 아닐거예요. 물론 이때도 에티모틱의 er4s같은 고급형 고가 이어폰은 있었지만 잘 알려지지도 않았을뿐더러, 21세기 초반에도 40만원이 넘는 ㅎㄷㄷ한 가격이었거든요. 체감상 지금의 한 백만원 정도?
전형적인 소니 소리입니다.
5. SONY MDR-ED268LP
당시 고음이 훌륭하다는 평을 듣던 MDR-E868의 방독면 버젼. 정식으로 소니코리아에서 팔던 상품이 아니라서 숭례문이라던지 보따리 장수들이 들여오는 물건들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운좋게 구해서 쓸 수 있었습니다. 두 달만에 어떤 개놈이 훔쳐갔...
몹시 신경질적으로 쏘는 고음이 인상적이었죠.
6. SONY MDR-EX90SL
이걸 어쩌다보니.. 무려 롯데백화점에서 샀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ㅡ.ㅡ 알루미늄으로 만든 하우징이라던지, 여러가지로 좀 고급스러운 모델이기는 했는데, 정작 쓰는 제 입장에서는 무척 짜증스러웠던 모델. ex70과는 다르게 완벽하게 차음도 안되는 것이 귀에서 자꾸 흘려내려싸서 -_-
소리가 어땠는지도 기억 안 나고, 친구한테 쓰라고 줬었던가 그랬을겁니다.
7. SONY MDR-D33SL
통칭 에그폰이라고 불렀던 헤드폰. 아마 소니코리아에서 아주 잠깐 정식수입해서 판매했었을거예요. 사진상으로 가늠이 되실지는 모르겠는데 하우징이 굉장히 작은데도 희한하게 귀는 딱 덮어주는 어라운드 이어형 헤드폰이라 요다 현상도 없이 아웃도어용으로 쓰기 적절했었습니다. 소리도 적절했었는데.. 발로 밟아서 망가져버린 비운의 물건 ㅠㅠ
8. SONY MDR-CD580
아마 이게 처음으로 집안에서 쓸 용도로 샀었던 헤드폰이었을거예요. 지금 다시 쓰라면 절대 못 쓰겠지만 쓰는 동안에는 엄청나게 만족스러웠던 모델.근데 이거 쓰던 동안에는 상급 모델인 CD2000이 너무너무 가지고 싶었.. ㅠㅠ
9. SONY MDR-V700DJ
2010년대에 닥터드레기가 있었다면 21세기 초에는 이 헤드폰이 있었습니다 ㅋㅋㅋㅋ 힙합전사 간지의 끝이자 본질이었던 패션DJ용 헤드폰이죠. 지금 생각하면 그 꼴을 하고 어떻게 저런걸 머리에 짊어지고 돌아다녔나 몰라요. 금발로 염색하곸ㅋㅋㅋㅋㅋ MF니 FUBU니 하는 브랜드에서 나온 쌀포대 같은 힙합바지엨ㅋㅋㅋㅋㅋ 후드봄버자켓 입곸ㅋㅋㅋㅋㅋ 아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흑역사에 이불킥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다행히 어깨에 수건은 안 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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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소니 DJ헤드폰을 끝으로 이어폰/헤드폰에서는 더 이상 소니 제품을 쓰지 않게 됩니다. 어째서 그랬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소리에 대한 취향이 확 변해버렸을거예요. 그 이후로는 딱 정해놓고 쓰는 모델만 여러번 재구입하며 쓰고, 딱 고집하는 회사 제품만 쓰게 됩니다.
10. B&O A8
3번인가.. 4번 샀을겁니다. 신품 구매는 정말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려야 할 물건이지만 요사이 중고 싯가를 보면 납득할 만한 수준인 것 같아요. 초기형은 정말 저음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서 아웃도어에서 음장 안 넣고 듣기 참 짜증났었는데, 요즘 나오는 제품들은 약간 소리가 변했는지 저음이 조금 있더군요.
11. Sennheiser HD590
돌솥HD600과 그 닮은꼴 형제 HD580 사이에 끼어서 지독히도 인기 없던 모델입니다. 왜 샀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요. 다들 너무 HD600만 외쳐대고 하니까 약간 반감 같은게 생겨서였는지 ㅎ 별로 기억이 안 남은걸 보니 소리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던걸로..
12. GRADO SR80
그 가격대(16만원)에서 록/메탈 음악 감상에는 대안이 없다! 그래서 샀었던 모델. 소리에 관해서는 확실히 그랬었다.. 라는 기억은 나는데 이 물건은 귀때기가 너무 아팠던 기억 밖에 안 납니다 ㅡ.ㅡ 두어달인가 듣다가 헐값에 팔아버렸었어요.
13. AKG K501
기나긴 사랑의 시작 #01
2003년에 사서 한 8년인가 9년 썼을거예요. 그 가격대에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올라운드 타입 헤드폰. 소편성 실내악에 최적화 된 소리를 낸다고는 하던데 꼭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어떤 장르의 음악을 들어도 평균 이상의 만족을 안겨줬던 모델이었어요. 근데 지금 사진으로 다시 보니 참 디자인 하나는... ㅋㅋㅋㅋ
14. Etymotic Research ER6i / HF5
기나긴 사랑의 시작 #02
12년간 두 모델을 각각 3개씩, 도합 6개를 썼습니다. 개당 2년씩 쓴 셈이군요 ㅎㅎㅎ 소싯적에는 저주받았다고 생각했던 동굴같은 귓구녕이 에티모틱 리서치의 이어폰들을 만나면서 빛을 봤죠. 착용감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소리는 말할것도 없고 ㅠㅠㅠㅠ
15. AKG K601
기나긴 사랑의 현재 진행형 #01 이것도 어언 3년째 쓰고 있군요 ㄷㄷㄷ
16. Etymotic Research ER4XR
그저께 사온, 기나긴 사랑의 현재 진행형 #02
많이들 읽어주시면, 담번엔 그 동안 써온 음악플레이어나 오디오에 대해서 또 썰 풀어보겠습니다. 다 늙어빠진 아재의 기나긴 추억팔이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