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에서는 일단 이상한 문장 하나가 눈에 띕니다.
62페이지의 '엄석대가 마련해 준 공정한 링'에서 한병태는 오히려 주먹 서열이 두세 등급 올라갔다는 부분입니다.
엄석대가 한병태의 복수를 위해 마련해 준 이 링은 과연 '공정'했을까요?
만약 정말로 '공정'했다면, 어떻게 한병태가 원래의 주먹 서열보다 더 올라갈 수가 있을까요?
아마도 아이들은 한병태가 아니라 뒤에 서 있는 엄석대의 기세에 눌려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한병태는 이런 상황을 '공정하다'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병태가 생각하는 '공정'의 개념을 알 수 있습니다.
그건 '엘리트인 자신이 권력으로부터 특혜를 받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런 특혜를 한병태는 '엄석대의 은총'이라고 표현합니다.
한병태가 생각하는 '자유와 합리'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 부분은 마지막 회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병태는 마침내 '성적 조작'이라는 엄석대의 엄청난 비밀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이내 고자질을 단념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서울에서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렸고 반 아이들에 대한 영향력에 있어서도 서울에서의 내 위치였던 분단장 급보다 크면 컸지 작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한병태의 모습을 보면서 두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 한병태는 정말 '자유와 합리'를 위해 급장이 되려 한 것일까?
- 자신의 개혁을 외면한 아이들을 향한 한병태의 혐오감은 타당한가?
아무튼 한병태가 항복하자 엄석대는 그를 포용하여 61명 모두가 행복한 반으로 이끌어 갑니다.
그리고 한병태는 그의 지배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적극적으로 그에게 봉사합니다.
저는 이 모습이 작가가 원했던 6월항쟁의 결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리해 보자면...
- 선의를 가진 초인적인 독재자
- 독재자에게 충성하고 특혜를 받는 지식인
- 독재자를 믿고 따르는 국민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여기서 이야기를 끝내지 않고 새로이 6학년 담임선생님을 등장시켰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