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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볼 때 자학과 비판은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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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T.Thompson
추천 : 11
조회수 : 58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10/04 14: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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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께 질문을 하나 드리죠. 

이집트와 이라크는 세계에서 제일 역사가 오래된 나라입니다. 그들이 찬란한 문명을 열었을 때 다른 민족들은 겨우 석기시대 원시인들이었죠. 그래서 지금 여러분들은 이집트인이나 이라크인들에게 심각한 열등감을 느끼십니까? 그리고 유럽인들, 북아메리카 백인들은 그 나라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낄까요?

조선은 근대화에 실패했다. 상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발달하지 못했다. 육상 교통이 형편없었다. 뭐가 부족하고 뭐가 발달을 못했고 뭐가 형편없고 어쩌고 저쩌고. 

음...... 그런데요? 영국인들이 원시인일 때, 이집트 사람들은 피라미드 세우고 있었죠. 그렇다고 해서 영국인들이 열등감을 느껴야 합니까?

흔히 흥망성세라는 말에서 보듯 역사를 뒤져보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합니다. 문명의 발달과 쇠퇴는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비분강개한 기분으로 역사를 들여다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만, 어쨌거나 발달이든 쇠퇴든 다 하나의 현상입니다. 

중국이 우리보다 상업이 크게 발달했다라... 그래서요? 우리가 지금은 그들보다 더 잘살고 있잖아요? 이집트가 이라크가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문명을 자랑하고 분명 찬탄스런 부분들이 많지만 그게 딱히 우리의 열등감을 자극하진 않죠. 우리가 그들보다 더 잘 살고 있기 때문이죠. 조선의 근대화 실패와 더불어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많이 부러워 하시는데, 글쎄요. 

이미 21세기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다 이룬 대한민국이 왜 아직도 19세기의 망령에서 못 벗어나 열등감을 느끼는지 저는 이해가 안됩니다. 일본이 아직 기술 수준이나 경제력에서 앞서는 측면은 있지만 예전처럼 압도적일 정도의 차이도 안나는데 말이죠. 몇몇 분야는 우리가 앞서는 분야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옛날의 촌스런 기억에서 못 벗어나는 걸까요?

밑에 제가 쓴 글에서 역사 자학글이나 올리는 부류들의 최종귀결은 '자살'이라고 했더니 몇몇 분들이 좀 심한 표현이 아니냐고 지적하셨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비판과 비하는 아주 많이 다른 겁니다. 

역사의 기능 중의 하나는 과거를 거울 삼아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든 단점이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리석은 짓을 한 과거도 있겠죠. 비판은 자신에 대한 애정이나 믿음을 바닥에 깔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하는 생산적 행위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나는 열등해" "나는 틀려먹었어"라고 한다면 그건 그냥 자기비하입니다. 생산적이지도 않고 그런 사고의 최종결론은 그냥 '자기파괴'입니다. 

디시의 역갤충들이 대표적입니다만, 다른 게시판에도 비슷한 부류들은 많습니다. 그들이 올리는 역사글은 대동소이합니다. 상업화, 도로 수준, 거대 건축물, 수차가 어쩌고 인구가 어쩌고. 의도야 다른 사람들을 도발시키기 위해서든, 자신의 현실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든, 현실의 좌절을 자기비하로 표출하든 그들의 주장을 따라 가면 최종 결론은 딱 하나 입니다. 

'자기파괴'

역갤충들을 비롯한 비하론자들의 글에서 이 이상의 논리적 귀결을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제 의문은 그겁니다. 왜 자신들의 글이 도달하는 귀결대로 행동하지 않고 뭐하러 힘들여 글을 쓰고 있냐는 겁니다. 

덧붙여서. 

근래 들어서 유럽의 산업화에 대한 역사 연구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국의 산업화 과정은 대단히 특수한 사건이었으며, 유럽국가라 할지라도 영국의 산업화 과정을 모방하거나 적응해간 과정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프랑스 같은 나라들 조차도 영국이 일으킨 이례적이고 특수한 사건에 적응해가면서 따라갔다는 겁니다. 

어차피 상업의 발달이고 뭐고 간에 영국이 제시한 산업화의 흐름을 따라 갔느냐 못 따라 갔느냐가 중요했다는 것이죠. 상업의 발달 정도로 따지자면 이슬람 국가들 따라 갈 나라 없습니다. 거기는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 자신이 상인 출신입니다. 뿌리부터 상업국가들이고 전근대시기부터 결혼 전에 결혼 계약서를 썼던 나라입니다. 그래서요? 그 나라들이 산업화에 성공했는데도 식민지가 되었답니까? 그렇게 상업이 발달해서 지금도 변변한 선진국 하나 없답니까?

조선이 상업이 발달했든 안 했든 국가가 안정적이었다면 산업화의 흐름을 따라 갔을 겁니다. 어차피 영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은 영국의 산업화를 모방하고 적응해간 역사입니다. 국가가 그 시기에 그런 임무를 시행할만큼 안정적이었으냐, 아니었느냐가 더 결정적 요소라는 것이죠. 

그러니까 근대화 실패와 식민지화라는 역사적 좌절은 딱 19세기 조선의 국가적 혼란 그 부분만큼만 까면 되는 겁니다. 한 시기의 실패 때문에 수백년 아니 수천년의 역사를 다 부정하는 것은 그냥 쌍 무식한 반역사적 사고일 뿐입니다. 

그리고 근대화의 실패고 식민지화고 이제 그런 컴플렉스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나라에서-만약 선진국이란 표현이 눈에 거슬린다면-이 정도 사는 나라에서 단지 어느 특정 시기의 실패 때문에 열등감이나 자기 비하 의식에 시달릴 필요가 있을까요?3
출처 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bullpen2&mbsIdx=3391157&cpage=&mbsW=&select=&opt=&key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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