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또 한 건 해먹으려는 시동을 걸고 있다. 2015년 개통하는 케이티엑스(KTX) 수도권 고속철도(수서~평택) 구간과 이를 활용한 경부 및 호남 고속철도 운영에 민간사업자를 참여케 하겠단다. 한국철도공사와 민간 철도업체들이 경쟁입찰을 통해 철도 운행권을 따서 운영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알짜배기 케이티엑스 철도 운행권을 민간에 팔아먹겠다는 뜻이다. 국토해양부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민영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절대로 안 된다. 철도산업은 이른바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자연독점의 대표적 예다. 선로 구축 등 초기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일 공급자를 통한 생산 및 공급이 가장 효율적인 경우다. 그런데 국민 세금 수십조원을 들여 깔아놓은 케이티엑스 철로 위에 민간사업자는 유지·보수 비용 정도만 지불하고 사업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은 엄청난 특혜다.
국토부는 민간사업자가 경쟁하면 요금이 20% 떨어진다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 국토부 시녀 노릇하는 산하 교통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내밀고 있다. 교통연구원이 그렇게 정확하게 판단했다면 교통연구원이 사업성이 있다고 한 용인경전철이나 인천공항철도가 빚더미 애물단지가 됐겠나. 말은 경쟁체제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한번 운영자로 선정되면 30년간 해당 구간을 독점운영하게 된다. 민간사업자가 자선사업 할 요량이 아니라면 처음에는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요금은 더 오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지금 철도공사는 수익성 있는 케이티엑스 노선에서 벌어서 일반철도와 광역철도, 물류철도 등 수익성 낮은 다른 부분의 손실을 메우고 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여전히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통근하거나 지방 곳곳을 여행할 수 있다. 만약 민간에 알짜배기 노선 운영권을 넘기면 그 민간업체가 손실 나는 노선의 적자를 메워줄 리 만무하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철도 민영화는 문제점이 너무 많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주요 간선노선의 운영은 거의 100% 정부 또는 공기업이 맡고 있다. 영국이 대처 정부 시절 민영화를 시도했는데, 결과는 실패임이 명확해졌다. 영국은 모든 노선에 경쟁입찰을 시행했지만, 민간사업자들이 선로 및 각종 운영시설의 유지·보수에 매우 소극적이다. 하지만 열차가 멈춰서기를 바라지 않는 영국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세금으로 보조금을 계속 늘릴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2000년 1조8000억원에서 7조원으로 보조금이 네 배나 늘어났다. 더구나 시간이 감에 따라 사업자 간 선로와 차량, 신호통신체계 등이 달라지면서 운영체계의 호환성 부족, 정보교환의 어려움 등으로 안전사고가 빈발했다. 이에 따라 97년 7명, 99년 31명, 2001년 1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랐다. 요금은 내려가기는커녕 계속 치솟았다. 국제철도사업의 주도권도 공기업이 독점하거나 주도하는 프랑스와 독일에 뒤처지고 말았다.
사업권을 주는 방식에서도 정부 조처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일본의 민간철도는 처음부터 지역별로 독점적 사업자로서 기반시설을 모두 깔아 비용을 댄 뒤 운영까지 맡은 경우다. 반면 스웨덴에선 수익이 나는 노선은 모두 공기업이 독점하고 지방노선과 야간 서비스 등에 한해 민간에 개방했다. 우리처럼 국민 세금으로 기반시설을 다 깔고 난 뒤 알짜배기 노선을 민간에 넘긴 경우는 없다.
이처럼 케이티엑스 민영화는 누군가 부당이득을 얻는 세력을 전제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다. 만약 이 사업이 추진된다면 궁극적으로 국민 세금 부담 증가와 안전사고 위험, 요금의 장기적 인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공항공사 매각에 이은 이명박 정부의 또다른 국가재산 팔아먹기를 막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