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만 강요하는 정부…"현장실습생, 노동조건 감시 필요" 기사입력 2011-12-26 오후 5:44:46 지난 17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쓰러진 고교생이 열흘 가까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머리에 고여 있는 피를 빼냈지만 언제 깨어날지 알 수 없다. 언론에서는 업체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무리한 잔업 및 주야맞교대 등을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명박 정권 들어 바뀐 직업교육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6일 서울 세종로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업률만 강조한 정부 당국의 무사안일이 빚어낸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는 2008년 4월, 학교 자율화라는 미명하에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을 폐기하고 특성화고 취업기능 강화 사업을 추진했다"며 "이 때문에 전문계고 현장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도가니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런 조치는 사실상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 이전의 상황으로 학교 현장을 되돌려 놓은 것"이라며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고 오늘날의 인재를 만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취업률만 강조하는 '더러운' 정부 고등학교 현장실습 운영에 관한 문제점은 오래부터 인식돼왔고 제기돼 왔다. 2005년 11월께, 현장실습 전문계 고등학생이 광주의 한 엘리베이터 점검을 하다 21m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는 현장 실습 인권침해 사례를 공개하며 문제점을 여론화시키기도 했다. 이에 참여정부 당시인 2006년 5월,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교조와 인권단체가 제기한 현장실습 제도 문제점과 개선점 등을 수용,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완전할 순 없지만 그래도 이후 노동력 착취, 저임금, 성폭력 등 현장실습생의 인권침해 문제 발생 빈도는 주춤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이 폐기되고 특성화고, 즉 전문계고 취업기능 강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이명박 정부는 취업률 증가를 위해 2년 내 목표 취업률 2배 상향을 독려함과 동시에 취업률과 예산 차등 지원 연계 등을 추진했다. 실제, 교과부는 올해의 취업 목표를 37%로 제시하고 있다. 올해는 37%이지만, 내년에는 50%를 제시하면서, 특히 취업기능사업이라는 명목아래 올해는 평균45%(개별학교 최소 목표치 40%), 내년에는 55%(개별학교 최소 목표치 50%)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런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학교를 통폐합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작년 5월에 발표한 '고등학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에 의하면, 학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2015년까지 전문계고를 마이스터교 50개교를 포함하여 400개교만 남기겠다 했다. 결국 3~4년 사이에 290여 개 학교를 인문계로 전환시키거나 문을 닫게 하겠다는 것. 그 기준이 되는 건 취업률이다. 그렇다보니 일선 학교에서는 취업률을 높이기에 급급해 무턱대고 학생들을 현장실습에 내보내고 있다. 반면, 학생의 노동 환경이 어떤지, 처우가 어떤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교과부도 마찬가지였다. 전문계 고등학생이 엘리베이터에서 추락해 문제가 됐던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 이전으로 상황이 되돌아간 셈이다.
"결국, 학생을 노동시장에 팔라는 이야기" 전교조와 금속노조는 "근본적으로는 산학관 협력 인프라 구축 및 학력, 학벌주의 완화 대책, 노동환경 개선 대책 없이 취업률만을 강조한 게 이번 사태를 일으킨 문제"라며 "이제라도 학교 현장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의무화하고, 사업체와 국가에서 현장실습생의 인권과 안전 보장을 강제하는 내용의 법제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은 "현장실습은 수업의 일환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의 현장실습은 교육이 사라지고 노동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리한 취업률 요구도 비판했다. 김성진 전교조 실업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이후 전문계 학생들에게 실적 위주의 정책만을 펼치고 있다"며 "실업계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는 전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현 정부는 취업률이 미달할 경우 통폐합을 하겠다며 일선 학교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현장실습이 제대로 된다는 건 무리"라고 설명했다. 권기승 전교조 실업위원회 사무국장도 "현재 정부가 요구하는 2013년까지 취업률 55%를 달성하라는 건 결국 학생을 노동시장에 팔라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청소년인권네트워크는 '안심알바신고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운영실태 점검과 지도감독을 촉구하는 공개촉구서를 26일 제출했다. 법에 대한 지식과 절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청소년에 대한 고려 없이 조력하는 전담교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진정을 넣게 한다든지 수업시간 중 관할 지방노동관서에 출석을 요구한다든지, 또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사업주와 대질조사를 하고,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건을 떠넘기는 등 2010년 시범사업보다 오히려 후퇴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 '안심알바신고센터'는 청소년 노동자의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2010년 중부고용노동지청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됐다. 2011년 고용노동부 차원의 전국사업으로 확대, 2011년 12월 현재 전국 47개 노동관서에서 104개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기사 원문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11226164217§ion=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