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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식민지, 식민지 근대에 관한 설명
게시물ID : history_231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답
추천 : 17
조회수 : 715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5/09/24 11:15:29
어제 글을 쓴 미답입니다. 
저는 베스트와 베오베에 올라온 글들을 보고 역사게시판에서 식민지 근대에 관한 논쟁이 있구나라고 생각해서 
논쟁의 가이드라인이나 제시해보자는 직업병이 발동해 글을 섰습니다. 
그런데 달린 댓글과 이후의 그들, 그리고 공지글이라는 것에 대해서 보게 되니 
단순한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제 글을 공지에 올린다고 하시니 의연중에 책임감도 생기고^^; 그래서 한번만 더 설명글을 써볼까 합니다. 
아. 이 직업병. 암튼 시작합니다. 

1) 근대(화)
글들을 살펴보니 근대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논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서로 다른 기반에서 이야기하시기도하고, 때로는 전혀 학술적이지 못한 내용도 있어서 
논쟁을 위해 기본적으로 공유되어야할 개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근대(화)는 단순한 모던(mordern)의 번역어도 아니고, 시간적 개념만을 특징하는 말도 아닙니다. 
근대(화)는 중세와의 단절점을 가지는 질적 특징을 담보하는 시공간적 개념어입니다. 
따라서 근대(화)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경제사회적 질적 변화를 봐야합니다. 
요소론적으로 무엇이 있고, 없고 만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근대(화)의 질적 특징은 무엇일까? 
이것도 정말 어마어마한 논쟁의 출발점이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생각해야하는 것은 
이중혁명(산업혁명, 프랑스대혁명)으로 나타난 자본주의(경제), 민주주의(정치,사회)의 출현과 
제도적 발전을 말합니다. 좀 더 자세히 본다면 공장제 생산구조의 출현, 계약관계에 기반한 임금노동자의 출현,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발달, 인권의 출현, 민족주의, 사회주의, 자유주의 등 근대사상의 발달들이 
그 예들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근대화, 근대적 발전, 또는 사회경제적 측면을 강조해 자본주의적 발전이라는 용어들이 
근대의 발전단계를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근대(화)는 요소론적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가 출현했어 그럼 근대야. 민주주의제도가 없네 그럼 근대가 아니야. 이런 식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그 사회 내부의 사회경제적 제(諸)관계를 파악해야하기 때문입니다. 

2) 식민지 
식민지도 시공간적 개념입니다. 
식민지는 기본적으로 식민 본국에 종속되어 자원 및 경제적 산물을 착취당하며, 생산품의 소비시장의 역할도 
담당합니다. 시기적으로 산업혁명전에는 주로 자원수탈을. 산업혁명 이후에는 본국의 생산품이 소비되는 
소비시장이자 본국의 자본주의 경제 발전을 위한 생산기지의 역활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민족(인종)차별이 존재하고 피식민지민은 법제적으로 식민지배자들과 동일한 권리를 누릴 수 없는 차별이 법제화된 공간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억압적, 비근대적으로 보이는 “식민지”는 근대와 함께 출현합니다. 
따라서 식민지 자체가 근대적 장치입니다.  

3) 식민지 근대(화)란?
자 이제, 본격적으로 식민지 근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하겠습니다. 

공지글을 보면 식민지 근대(화)를 식민지에 일어났던 근대화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정도로 볼 수 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내용은 다양한 학설 중 한쪽의 편을 든 것이고 위 내용이 역사학계의 일반적 입장도 아닙니다. 저번 글에도 말씀드렸듯이 역사학계의 일반적 입장은 ‘식민지에 근대적 발전(현상)이 있었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을 식민지자본주의론으로 바꾼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면 식민지 근대(화)를 어떻게 볼것인지에 대해서는 식민지와 근대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이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관점은, 근대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발전과 민주주의적 제도가 발달하는 곳. 하지만 식민지는 민족차별이 존재하고 피식민지민에게는 아무런 정치적 권한이 없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본다면 일국단위의 자립적 경제가 수립 안됨. 고로 근대≠식민지라는 관점입니다. 근대와 식민지는 다른 시공간적이고 이 둘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식민지를 극복하고 근대를 달성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에 대해서 “근대를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식민지에서 나타난 근대적 제(諸)관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이 식민지 자체가 근대적 기구라는 점을 설명해야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그래서 점차 “식민지라는 시공간도 근대의 경제, 사회적 관계가 점차 실현되어가고 한계나 제약이 있지만 근대적 제관계가 성립되어간다”는 입장이 나옵니다. 아니 오히려 “식민지라는 수탈공간이 있었기 때문에 근대가 가능했다”는 이론도 등장합니다. 

자 이제 근대와 식민지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입장은 어느 정도 공유됩니다. 문제는 그렇다면 근대와 식민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고, 식민지에서 일어난 근대(화)를 어떻게 볼것인가하는 점이 나타납니다. 

첫째는 “식민지는 그저 공간이나 시간적 개념일뿐 근대와 차이가 없다”라는 입장입니다. “식민지와 근대는 동전의 양면와 같은 것이고 식민지는 근대의 다른 모습일뿐이다”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식민지에서 전개된 근대는 일반적 근대와 질적인 차이가 있는 식민지적 근대다. 따라서 “식민지 근대는 근대가 식민지라는 공간에서 질적변용이 일어난 것이다”라는 입장입니다. 

자. 다시 첫 번째 입장은 2개로 분화됩니다. 식민지와 근대를 동일시하는 의도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첫번째는 탈근대주의자들입니다. 이들은 근대는 부정적 극복의 대상이고 식민지에서 나타는 억압적 요소들은 애초에 근대에 내재된 모순이다. 따라서 식민지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근대 보편의 문제이다. 라는 입장을 갖습니다. 

두번째는 근대지상주의자입니다. 근대적 발전, 특히 자본주의적 발전을 긍정하면서 식민지 역시 일반적 근대와 다를 바 없고 식민지는 그저 시기적 명칭에 불과하다. 식민지에서 자본주의 일반의 계약, 거래 관계가 진행되었다는 입장입니다. 

정리하면 

1) 근대≠식민지. 이 둘은 질적으로 달라요. 식민지 나빠요. 근대로 나아가요. 

2) 근대≒식민지. 식민지의 모순은 식민지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근대 일반의 현상. 근대 나빠요. 우리 탈근대해요

3) 근대=식민지. 근대의 제관계는 식민지에도 일반적으로 존재. 근대 좋아요. 식민지는 좋지는 않지만 근대가 있어요. 현재 발전의 기원을 찾아봐요.

4) 근대+식민지=식민지 근대. 식민지에 근대적 제관계가 나타나지만 그 과정에서 질적 변용이 일어나요. 식민지라는 시공간성을 주목해요. 

정도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공지글에 올라온 식민지근대(화)를 보는 입장은 3번의 입장과 유사한 입장에 놓이게 됩니다. 식민지라는 공간의 특수성이 배제되는 것이지요. 식민지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근대적 현상을 객관적으로 본다라는 입장 자체가 “객관적인” 입장이 아니라 하나의 학설이 가지는 입장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많은 일제시대 연구자들은 저 4개를 좌표축으로 하는 그래프 어딘가에 놓여있습니다. 수탈론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1번에 가까울 것이고요. 식자론들은 2,4번에 가까운 그래프가 되겠지요.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은 기본적으로 3번이지만 정치적 성향이나 연구의 목표에 따라 2번이나 4번으로 기울 것입니다. 뉴라이트들처럼 3번에 딱 붙어버릴수도 있고요.   

정리하면, 식민지의 근대화를 객관적으로 보자는 입장은 객관적 입장이 아니라 하나의 학설에 기초한 입장인 것입니다. 결국 어떤 ‘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론이 표상하고 있는 식민지와 근대, 또는 식민지 근대를 바라보는 관점이 더 중요한 것이지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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