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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반론, 식자론, 식근론의 사학사적 설명
게시물ID : history_230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답
추천 : 17
조회수 : 1118회
댓글수 : 86개
등록시간 : 2015/09/23 12:10:25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일제시대를 전공하는 박사과정에 있는 연구원입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쟁에서 한쪽의 비판대상이 되는 강단사학의 한명이라고 할수있겠죠. 

전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쟁이 좀 감정적이거나 예단하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민지시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하는 것은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학사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들에 대한 혼란으로 조금 잘못된 논쟁이 되는 것 같아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식민지근대화론 VS 식민지 수혜론은 어떤 측면에서 나온 논쟁의 지점인지 잘 이해가 안되고 

식민근대화론을 바라보는 관점이 일본이나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식민지근대화론'과 자본주의적 발전과 착취를 말하는 '식민지 자본주의론'

의 개념이 혼재되어있고, 거기에 수탈론이 이상하게 결부되어있는 형태라서 좀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모, 직업병 같은 거죠. ^^

암튼 우선 한국 역사학에서 식민지를 바라보는 초기 관점은 '식민지 반봉건사회론'이 주류였습니다. 흔히 줄여서 '식반론'이라고 합니다. 

이 논의의 핵심은 식민지는 자본주의적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반(半)봉건사회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식민지배는 강압적이고 폭력적이며 자본외적 통제에 의한 사회로 규정됩니다. 따라서 '수탈론'의 근간이 되는 주장입니다. 

'여하튼 뺐어갔다.' 내지는 '폭력적으로 끌고 갔다'. 등이 이 연구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선(?)이라고 할까요? 

식민지배의 폭력성과 억압적 성격, 그리고 비근대적 성격을 강조하는 연구경향이였습니다. 

그러던 중 '식민지 자본주의론'이 등장합니다. 줄여서 '식자론'입니다.

이 논의의 핵심은 식민지에 자본주의적 발전단계가 존재했고, 폭력과 억압적 성격의 수탈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착취가 진행되는 사회였다는 것입니다. 

즉, 자본의 지배가 이루어지는 사회라고 본 것입니다.

지금 많은 분들이 설명하는 "근대적 발전이 있었다.+착취가 있어다." 이것이 식자론의 근거입니다. 수탈론이 아니죠. 

이렇게 해서 식자론과 식반론 사이에 사회구성체 논쟁이 터지고, 이 논쟁은 80년대 변혁운동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정치적 함의도 있었기 때문에 

매우 큰 의미를 갖는 사건이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소련이 망하고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자본주의적 발전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주로 식민지반봉건사회론을 주장했던 사람이거나 그 사람들의 제자들 입니다. 흔히 지금 한국사회에서 뉴라이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식민지가 근대가 아니라 반봉건사회라는 주장을 180도 바꿔서 

식민지는 근대이고, 그 근대에서 벌어진 일이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적 성장의 바탕이 되었다'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합니다. 

지금 많은 분들이 설명하는 "근대적 발전이 있었다.+ 그래서 잘살게 되었다" 입니다. 

이렇게 되면서 식민지자본주의론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식민지근대화론자들과 논쟁을 하게 됩니다. 

이들은 모두 식민지에 근대적(자본주의적) 발전이 있었다는 점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식민지라는 기구가 어떤 작동을 했고, 

그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식민지자본주의론자들은 자본주의적 발전속에서 벌어진 착취와 억압을 강조하고,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은 자본주의적 발전속에서 벌어진 근대적 

발전 요소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식민지자본주의론자들이 요상하게 수탈론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대표적인 허수열이나 정태헌이 주장하는 개발없는 개발, 개발-수탈론 모두 식민지의 자본주의 발전이 

식민지에 살던 조선인들에게는 무관했거나 아니면 오히려 착취의 기제였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죠. 수탈론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근대적 발전이 있다. -> 식민지 근대화론

그런데 착취가 있다. -> 수탈론

그래서 잘살게 되었다. -> 식민지 시혜론

이 아니라 

근대적 발전 없이 강압적 수탈이 있었다. -> 수탈론

근대적 발전이 있다.+그런데 착취가 있다. -> 식민지 자본주의론

근대적 발전이 있다.+그래서 잘살게 되었다. -> 식민지 근대화론

이 좀 더 정확한 개념입니다. 

글이 좀 딱딱하게 재미없고, 쉽게 설명하려다보니, 좀 비약도 있지만, 대강의 흐름은 설명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식민지 시기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전공자는 사라집니다. 총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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