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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덴마크를 못 따라잡는 이유
게시물ID : humorbest_2308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숨만Ω
추천 : 61
조회수 : 3788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4/22 13:18:45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4/22 11:59:37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덴마크에서 살아보니ㆍ<12>] 직업학교만 나와도 어깨 펴고 사는 사회

초등학교에서 8학년까지는 시험이 없으나 8학년에서 예비시험이 한 번 있고 9학년이 되면 본 시험이 있다. 그 시험 결과를 토대로 9학년이 끝날 때 인문 고등학교, 기술학교, 상업학교로 진로가 갈리게 된다. 60% 가량이 인문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고 나머지는 기술학교나 상업학교로 간다고 한다. 기술한 바와 같이 인문 고등학교로 가면 대학 진학이 가능하고 기술학교 상업학교 등 직업 훈련학교에 가면 3~4년의 교육을 받아 간호사. 기능공 등 각 전문 분야로 진출하게 된다.

  9년간 아이를 지켜본 담임교사는 그동안 아이에 대해 관찰한 것과 9학년에서 치른 각 과목마다 시험 결과를 가지고 학부모, 그리고 학생과 면담을 하면서 인문 고등학교로 진학할 지, 직업교육을 받게 할 것인지를 협의한다.

  담임교사가 기술학교나 상업학교 등 직업학교 쪽을 추천할 경우, 학부모는 대개는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담임교사가 그만큼 아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아이 스스로도 그때쯤 되면 자신을 잘 알아 본인이 기술학교를 희망하기도 한다.

▲ 방과 후 교실에서 수업받는 덴마크 학생들. 

  덴마크 청소년은 매우 독립적이어서 9학년 정도 나이(15세)가 되면 부모는 아이의 진로에 대해서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문 고등학교, 직업학교 어느 쪽으로 진학하든 이것이 그 아이의 우열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적성과 능력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그래서 초등학교에서 친했던 친구들은 인문 고등학교와 직업학교로 진로가 달라졌어도 여전히 스스럼없는 좋은 친구로 남는다고 한다.

  인문 고등학교 진학을 못하고 직업학교 3년을 거쳐서 바로 사회에 나갔더라도 나중에 대학에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는 통로가 열려있는데 대학 정원의 5% 정도는 이처럼 늦게 공부하는 사람을 받는다.

  하지만 덴마크 부모들도 역시 속으로는 자기 아이가 인문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지 않을까. 덴마크의 한 고위공직자 부인의 말을 들어보자.

  "아들이 둘인데 큰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해 쉬는 중이다. 넉 달간 인도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내년에 대학에 진학해서 정치학을 공부할 예정이다. 그 애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좋아해서 대학을 가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8학년인 둘째는 큰 애와는 달리 공부에 취미가 없다. 대신 손으로 무엇인가 만들기를 좋아한다. 9학년이 끝나면 그 애의 진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래도 대학은 보내야하지 않을까" 하고 한국식으로 물어봤다. 그러자 그 부인은 "오히려 둘째가 대학을 갈 까봐 걱정이다. 어차피 공부에 취미 없는 애가 대학을 가봤자 몇 년간 시간만 낭비할 테니 아이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 하여간 어떤 방향이든 교육을 받는 것은 중요하다"라는 대답을 했다.

  과외를 시켜서라도 아이를 인문계 고등학교에 보내고, 적어도 대학은 나오게 하려고 애를 쓰는 한국의 학부모와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이처럼 대학에 매달리지 않는, 여유 있는 부모의 태도에서 덴마크 사회가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살만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 꼭 대학만이 아닌, 적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교육제도가 열려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직업학교만 나와도 생활이 보장되고 기를 펴고 살 수 있다면 어느 부모가 아이를 죽도록 공부만 시키랴.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에서 살아보니ㆍ<13>] '입시 과열'이 안 생기는 이유

앞서 실린 글에서 필자는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는 덴마크 사회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 관련 기사 :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한국에선 '좋은 직업'이 따로 있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왜 좋은 대학에 그렇게도 목을 매는 것일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반에서 상위권에 들도록 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초인적으로 공부시키는 것도 결국 '좋은 대학'이라는 게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런 '좋은 대학'이 '좋은 직업', '좋은 보수', '더 우월한 사회적 지위'로 마치 고리처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덴마크는 한국과 무엇이 다르기에 아이들이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방과 후 학교나 클럽에서 실컷 놀면서 자랄 수 있는 걸까. 필자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태도'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좋은 직업' 있느냐"는 질문에 '교과서적인' 대답…"과연 진심일까?"

▲ 덴마크 아이들이 입시 경쟁에 대한 부담 없이 자연 속에서 뛰놀며 자랄 수 있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의 구분이 없고, '직업에 따른 소득 격차'가 거의 없다는 점이 주요 이유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이 가장 좋은 직업이 되는 셈이니, 무리한 입시 경쟁을 치를 필요가 없다. 

  "덴마크 사회에도 이른바 '좋은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이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주변에 있는 덴마크 사람들에게 종종 던지곤 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의 의사처럼 다른 직업보다 '더 많은 보수' 혹은 '더 많은 존경'을 받는 직업이 따로 있느냐는 질문이다.

  이렇게 묻는 필자에게 덴마크 사람들은 번번히 '교과서적인' 대답을 하곤 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의사에 못지 않게 벽돌을 잘 쌓는 전문가를 존경한다"라거나, "불행한 의사보다 행복한 청소부가 낫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들은 진심으로 이렇게 믿는 듯 했다. 하지만 필자는 쉽게 수긍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질문을 이어갔다.

페인트공과 법률가의 실수입은 비슷하다

  "그렇지만 우선 벽돌공과 의사는 보수가 다르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지 않다"라는 것.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 누진과세를 하기 때문에 보수가 많건 적건 결국 실수입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다는 대답이다.

  따라서 벽돌공이나 의사나 생활수준이 비슷하고, 페인트공이나 법률가나 실수입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했다. (덴마크의 소득세는 49~60% 다. 조세저항이 생길 법도 한데. 그 혜택이 모두 돌아오니까 충분히 세금을 낼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또 직업학교만 나와서 사회에 진출하면 대학교 다니는 기간만큼 더 빨리 직장생활을 하게 되어서 경제적으로는 대졸자나 별로 차이가 없다고 했다. 전문 기술자에 대한 보수가 높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대학을 나온 사람보다 더 안정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직함이 아니라 이름으로 부른다"…"'사회적 신분', 역시 차이 없다"

  "그렇다면 소득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해도 대학을 졸업한 사람과 직업학교 나온 사람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다르지 않은가, 특정 직업을 더 대우해 주지 않는가, 요컨대 사회적인 신분이 다르지 않은가"라고 다시 물었다. 역시 대답은 "그렇지 않다"였다.

  "직업에 따른 사회적 신분 차이는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덴마크 사회에서는 거의 누구나 이름으로 (직함이 아니라) 부른다. 직장이 아닌 동네 여가 클럽에서는 누구나 동등하게 어울린다. 벽돌공이나 사장이나 마찬가지다."라는 설명이다.

  대학을 나와서 특별히 학식이 많다면 존경을 받는 경우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직업에 따른 차별이 거의 없다고 했다.

'관리자 되기'를 꺼리는 사회, "전문 기술자가 최고다"

  '대학을 나왔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으며,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전문가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기술자는 자기 기술 분야에서만 일하고 싶어 해서 매니저(관리자)가 될 기회가 있어도 피한다고 했다. 그만큼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는 것이었다. 가령 우체부는 빠르고 정확하게 우편물을 배달하는 데에서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갖는다고 했다.

  한 덴마크 교민은 "남편이 사장인데 직원보다 일찍 출근해서 미리 일 할 준비를 해놓는다. 기술자는 자기 할 일만 한다. 기술자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높다"라고 말했다.

짐꾼 아들이 물려받지 않아서, 회사를 팔아버린 사장 아버지

▲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덴마크 사람들의 풍경. '좋은 직업'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 없는 것처럼, '크고 비싼 차'를 타고 다녀야 남에게 인정받는다는 생각도 없다. 

  이어 그는 "근처에 큰 회사 사장이 살았는데 그 아들은 일찍부터 남의 회사에서 트럭으로 물건 나르는 사람이 됐다. 아들이 회사를 물려받지 않아서 그 아버지는 회사를 결국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 아들은 여전히 물건 나르는 사람으로 행복하게 지낸다. 15살부터 일하기 시작해서 얼마 전에 일한 지 25주년이 됐다. 이 날을 아주 자랑스럽게 기념했다"라는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또 다른 교민도 "이곳에서는 벽돌공 같은 기술자들이 돈도 많이 벌고 결코 사회적으로 무시당하지 않는다. 의사나 벽돌공이나 사는 수준은 비슷하다.'고 했다.

아이의 진로에 간섭하지 않는 부모들

  이처럼 상위권 학교,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보수, 더 안락한 삶으로 이어지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사회, 그래서 사람 사이에 서열이 없는 사회, 직업에 따른 생활 수준이나 사회적 신분의 차이가 거의 없는 비교적 평등한 사회이니 우리처럼 죽자 사자 매달려서 꼭 대학을 가야한다는 생각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9학년에서 직업학교와 인문 고등학교로 갈릴 때 담임이 파악한대로 아이의 적성에 맞게, 그리고 본인이 희망하는 대로 보내면 그만일 뿐 과외를 해서까지 무리하게 공부를 시킬 필요는 없는 셈이다.

  덴마크 가정에서는 어려서 아이에게 '다음에 뭐가 되어라' 식의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데 아이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모의 바람은 아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고 그 분야로 나가 직장을 얻는 것이라고 한다.

  한 부모는 '부모가 학비나 등록금을 대는 것도 아니고, (덴마크는 대학까지 무상교육이다.) 아이 자신의 인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의 진로에 대해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고 했다.

덴마크 부모들이 아이를 입시 경쟁에 내몰지 않는 이유?

▲ 어느 덴마크 거리에 세워져 있는 우체부의 자전거. 한국과 달리 덴마크에선 '직업 간 소득 차이'가 거의 없다. 그리고 관리자가 되기보다 기술자가 되기를 선호한다. 그래서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무슨 일을 하건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자부심을 느낀다. 이를테면 우체부의 경우, 빠르고 정확하게 우편물을 배달하는 데서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갖는다 ⓒ김영희

  시험으로 우열이 가려지고 등수에 따라 상위권 하위권으로 나뉘는 우리 식의 교육에서는 아이들이 공부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고 결국 대학 들어가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다른 능력이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지는 덴마크의 교육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인생을 살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과 팀이 되어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교육의 목표 자체가 우리와 다른 셈이다. 입시가 과열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개의 덴마크 사람들의 생각을 요약하면 이런 식이다.

"더 좋은 학교? 물론 그런 곳이 있다. 그런데, 글쎄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더 좋은 직업? 교육을 많이 받아서 박사나 의사가 되면 약간 존경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벽돌을 잘 쌓는 기술자를 이들 못지 않게 존경한다.

  그래도 직업 간 수입 차이가 있을텐데? 교육을 많이 받을 수록 수입이 늘어난다. 하지만 덴마크 세금제도는 돈을 많이 벌면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돼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거의 차이가 없다.

  더 잘사는 동네, 못사는 동네의 차이도 없나? 물론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못사는 동네 사람들이 잘사는 동네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그들 나름대로 만족하며 산다."

  최근에 실시한 각국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덴마크가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사회 구성원이 제 위치에서 만족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덴마크에서 살아보니ㆍ<14>] 서열사회에서 평등사회로…'68혁명'이 계기

앞서 게재된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와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등 두 글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일부 독자들은 편집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우리와 너무 다르다. 지구 상에 이런 사회가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독자들은 "덴마크가 연재물에 소개된 것과 같은 복지 체제를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와 전혀 다른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이런 모델이 실현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서열을 중시하는 유교 문화를 꼽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서열 의식'이 깨지지 않는 한, '평등 의식'에 기반한 복지 사회로의 이행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리고 이런 이행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필자인 김영희 씨는 "덴마크 역시 1950년대까지는 우리처럼 서열 의식이 강했다"라고 설명한다. 덴마크라고해서 원래부터 '평등 의식'이 강했던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영희 씨는 1968년 학생혁명이 분기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소규모 학생 시위가 세계를 휩쓴 신좌파 열기로 번진 1968년 5월 혁명이 덴마크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 김영희 씨는 덴마크에 '평등 의식'이 급격히 확산된 것은 1970년대부터라고 설명했다. 불과 한 세대만에 사회 전체가 환골탈태한 셈이다. 

이런 역사는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보다 평등하고, 살기 좋은 사회로 거듭나는 일은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는 교훈이다. 다음은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14회분이다. <편집자>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살기 바라는 것은 한국부모나 덴마크 부모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한국 부모가 아이들의 교육에 그렇게 열성적인 것은 좋은 학교를 나와서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이 바로 행복한 삶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좋은 학교' '좋은 직업'이라고 말 할 때의 '좋은'이라는 말에는 은연중 어떤 서열의식이 뒤에 숨어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이 서열이라는 것은 숨 쉬는 공기처럼이나 어디에나 뻗어있다.

  가정에도 서열이 있고 학교 내에서도 교장 평교사 학생이라는 서열이 있고 학생들 사이에도 등수라는 서열이 존재한다. 고등학교가 평준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강남학교와 강북학교 사이에 서열이 있고 대학 간에 있는 서열은 말할 것도 없다.

  직장, 직업에도 서열이 있어서 이는 바로 사회적 신분과 보수로 이어지는데 서열이 높은 쪽일수록, 즉 상위권일수록 혜택을 많이 받고 안락한 삶을 살게 된다.

  사정이 이러니 부모들은 아이를 상위권에 밀어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상위권, 하위권으로 나누는 서열의식, 그리고 불평등이 있는 한, 초인적인 학습시간과 과외열풍이 사라질 수 없다.

▲ '방과 후 클럽' 활동으로 토끼를 돌보는 덴마크 학생. 아이들이 경쟁에 시달리지 않고, 자유롭게 자랄 수 있게 된 계기는 '1968년 학생 혁명'이었다.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로의 이행은 거저 이뤄진 게 아니었던 셈이다. ⓒ김영희 

  부모가 다 같이 일하는 덴마크 가정에서 부부 사이는 물론 부모와 아이들과의 관계도 상당히 대등한 편이다. 아이들도 인격체로 간주하여 항상 아이들의 의견을 묻고 존중한다, 말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아이가 매사에 스스로의 의견을 말하도록 격려를 한다.

  학교에서도 교장은 교사보다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 행정적인 업무를 맡아서 처리하는 대표쯤으로 인식이 된다. 또 교사는 학생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시켜야 한다. 학생들은 우열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능력과 소질이 다른 존재로 파악된다. 학교간의 서열은 거의 없고 직업에 따른 사회적 신분과 보수의 차이도 심하지 않다.

  이처럼 서열이 거의 없는 평등한 사회이니 상위권에 진입하기 위해 모든 희생을 할 필요도 없고 덴마크 부모들은 아이가 방과 후 학교나 클럽에서 마음껏 놀아도 걱정이 없는 것이다.

  덴마크 부모의 바람은 '아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고 그 분야로 나가 직장을 얻는 것' 이라고 한다. 즉 하고 싶은 일, 능력에 맞는 일을 하면서 만족감을 얻는 것을 행복한 삶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덴마크에도 1950년대 까지는 우리와 같은 서열의식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68년 학생혁명을 기점으로 1970년대부터 평등의식이 급격히 확산돼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인간 능력의 다름을 인정하고. 개성을 인정하여 동등하게 여기는 평등정신이 우리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당신들을 공부시켰다" 
[덴마크에서 살아보니ㆍ<17>]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덴마크는 선진적인 복지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복지국가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시장경제만으로는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 즉 최소한의 수입 보장, 그리고 질병, 고령화, 실업 문제에 대한 사회적 안정망 구축과 아울러 평등하고 질 높은 공적 서비스(가령 의료, 교육)의 제공 등의 문제에 개입하여 조직적인 힘을 행사하는 나라를 통상 복지 국가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복지국가란 사회 안전망이 구축되고, 의료 서비스와 교육이 보장되는 국가를 말하는데 여기에 덧붙여서 인권이 보장되고, 민주주의 제도가 실시되어야 한다. 위의 세 요소가 얼마만큼 보장되는 가는 정치적 결정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자선에서 노동자, 농민 조합으로

  복지국가 출현 이전의 유럽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 해결을 주로 교회에서 행하는 자선에 의지해 왔다.

  19세기 초 이후 국가가 개입하게 되었는데,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전 유럽에서 진행된 산업화에 따라 노동자 계급이 탄생하고 임금, 실업, 주거, 의료 등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 까닭이다. (코펜하겐 시내에는 1870, 1880년대에 이 산업화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은 열악한 상태의 노동자들의 집이 아직 남아있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즉 제도를 만들어서 해결하는 방법)과 혁명(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데, 덴마크는 농경국가에서 산업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아주 드물게 피를 흘리지 않은 나라라고 한다.

  산업화 초기에는 농민, 노동자들이 각자의 조합을 만들어서 문제에 대처를 했고 1899년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 내어 마침내 당을 만들어서 국회에 내보낸 것이 오늘날의 사회민주당이다.

가족이 아닌 개인 단위의 복지

  복지제도가 실시되는 단위에는 사회구조에 따라 가족 또는 개인이라는 두가지 단위가 있다. 덴마크는 개인 단위를 택한 나라다.

  남녀 차별 없이 거의 전 국민이 일하는 덴마크에서는 개인이 낸 세금을 기초로 해서 개인단위로 복지혜택이 돌아간다. 전 국민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복지혜택은 소득을 재분배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1933년에 개선이 되었고 1960년에 노령 연금 제도가 도입됐다. 덴마크 복지제도의 특징은 시대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적응을 해나가는 점으로, 가령 20년 전 실업률이 높았을 때는 조기퇴직을 유도 했으나 오늘날 복지비용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이 높아지자 지금은 67세의 정년까지 일하도록 유도를 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이루어낸 바탕에는 농부, 노동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조합을 만들면서 형성한 강한 연대 정신, 평등정신, 협동조합 운동, 국민적 합의, 유연성 등이 있다.

무상 교육, 무상 의료…"문명의 위대한 성취"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서비스, 실업, 노후, 육아, 장애에 대한 보조와 제도적 뒷받침 등 삶의 각 단계마다, 고비마다 주어지는 각종 복지혜택은 덴마크인에게 인간적인 위엄을 보장해주고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난 삶을 가능하게 해 주고 있다. '덴마크의 복지제도를 두고 '문명의 위대한 성취' 라고까지 자찬하는 덴마크의 한 사회학자의 말이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다.

▲ 기차역 앞에 세워진 자전거들. 복지의 나라인 덴마크는 자전거 천국이기도 하다. 복지국가를 가능케 한 사회 연대 의식은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발휘된다. 상당수의 덴마크 인들은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보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선호한다. 

  이런 복지제도의 재원은 세금이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높은 세율의 세금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누진율을 적용하는 덴마크의 소득세는 40~60% 에 이른다. 그 위에 부가가치세가 25% 붙는다. 가히 살인적인 세금의 나라다.

  그러나 국민들은 높은 세금에 투덜거리면서도 꼬박 꼬박 정확히 세금을 낸다. 세금이 복지혜택이 되어 투명하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높은 세금에 기반한 복지, 부자에게도 좋다

  또 세금포탈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 한 이유이기도 하다. 덴마크에서는 세금포탈을 가장 큰 범죄로 여기고 만일 세금포탈을 하면 어느 경로로든 확인이 되어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

  흔히 다른 나라에서 있을 법한 부자들이나 기업 경영인들의 조세 저항이 덴마크에서는 없는데 이는 사회적인 불안 비용을 따져보면 높은 비율의 세금을 기반으로 이루어 낸 복지제도가 부자들에게도 이익이 되고 경영인들에게도 경쟁력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상의료니까 서비스가 부실할 거라고?…천만에!

  해외에서 근무하고 귀국한 한 덴마크인은 해외에 있으면서도 그렇게 많은 세금을 낼 때는 속이 상했으나 막상 귀국을 해서 모든 것이 보장되니 세금을 낸 보람이 있다는 말을 했다.

  또 덴마크 회사에서 근무하는 우리 교민 한 분은 월급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떼어내니 처음에는 기가 막혔으나, 아이의 학교 교육은 물론이고 몸이 아파서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받은 의료서비스가 감동적이어서 그 다음부터는 세금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모두가 자기 앞가림만 하려들면, 복지는 불가능하다"

  최근에도 덴마크에서는 세율로 논의가 분분하다는 소식을 전하는 한 지인의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 개인적으로는 세금을 낮추면 좋겠다고 생각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세금은 더 내도 좋으니, '복지국가'를 유지 하자는 것이 중론이랍니다.

  내가 68% 세금에서 어떻게 더 내려 하느냐고 면박을 주면, 남편은 '약자를 위해서'라며 아주 열변입니다. 모든 덴마크 국민이 자기 앞만 가리려 한다면 복지국가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이곳 실정이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금이 너무 높다, 내기 싫다' 하지만 속마음으로는 자기들 개개인이 복지국가를 지탱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답니다.

  이곳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자기들이 덴마크 복지의 원천이라고 자부합니다. 자기들이 없다면, 복지가 안 된다고 하는 그 말에 저도 동감을 합니다.

  덴마크의 보통 사람들은 자기들이 낸 세금으로 변호사, 의사, 검사 등 사회의 모든 엘리트들을 '공부시켰다'고들 자부합니다.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은 상당한 행복감과 함께 남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보다 더 많은 나라 
[덴마크 통신]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의 세 배 되기도"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51%에 불과하다. 이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저임을 감내해야만 한다. 기업들이 각종 편법을 동원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엄청난 인건비 절감 효과 때문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이 똑같다면? 아니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보다 더 높다면? 지금처럼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하지 않았을 것이다.

  덴마크가 바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은 임금을 받는 나라다. 비정규직은 연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정규직보다 더 많은 돈을 받고 있다고 한다.

  덴마크에서 30년 이상 살고 있는 이영주 씨가 쓴 덴마크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싣는다. 이 글은 지난 4월까지 <프레시안>에 '덴마크에서 살아보니'를 연재한 김영희('과천 품앗이' 운영위원) 씨가 이영주 씨와 주고 받은 편지글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편집자>

  덴마크에서는 노동인구의 90%가 노조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기술직, 교직, 간호사,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 보모, 파출부, 청소부, 공무원, 군인 등 각 일하는 분야에 따라 해당노조에 가입을 하게 됩니다. 월 회비는 노조마다 거의 비슷해서 1400 크로네 (약 30만 원) 정도입니다. (저소득자에게는 비싼 편이지만 세금면제가 되니까 실제 내는 액수는 절반 정도입니다.)

  모든 노조는 LO 라고 하는 노조 총연합(http://www.lo.dk/Englishversion.aspx)에서 관리를 합니다. 대부분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노조에서 차별 없이 보호를 받지요.

  비정규직으로 채용이 되었더라도, 3개월 이내에 임용계약서를 고용주가 작성하지 않으면 고용주에게 벌금이 부과됩니다. 그리고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이 된답니다.

  특히 비정규직 임용기간이 만료되는 일주일 전에는 해고를 시킬 수 없도록 노조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에 의한 해고일지라도 최소한 계약만료 4주 이전에만 해고할 수 있습니다.

  가령 비정규직으로 3개월간 채용했을 경우, 해고를 원하면 고용주는 2개월 후에 해고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합니다. 이 서면통보 시일이 단 하루라도 지나면 자동적으로 정규직 직원이 됩니다.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노조는 반드시 규명을 해서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합니다.

  비정규직은 연금혜택은 없지만 그렇다고 차별은 받지 않습니다. 채용 계약 시 정규직과 이런저런 차이가 있다고 미리 명시를 하기 때문에 계약 당사자는 이 차이를 알고 수용합니다. 그 외에는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정규직은 연금이 없는 대신 정규직보다 높은 급여를 받도록 되어있습니다.

  가령 시간당 덴마크 법정 최저임금인 140크로네(약 3만 원)를 받는 직장이라고 한다면 정규직은 급여(140크로네x노동시간)와 휴가비13.5%와 복지비를 월급으로 받게 되지만, 비정규직은 급여(140크로네x노동시간)와 휴가비13.5%, 복지비 외에 정규직이 아니라서 적용되는 15% 상당의 보상금, 주말과 국경일휴가비 3.5%를 더 받게 되어있습니다. 물론 주말에 일하면 주말수당, 저녁에 일하면 저녁시간수당이 지급되는 것은 당연하고요. 그래서 심하면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의 세 배까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 간호사노조 파업이 있었는데 이처럼 정규직보다 훨씬 높은 비정규직 임금이 발단이 되었답니다. 경력 있는 50대 간호사가 일일 고용 간호사로 한 달에 4일 정도 주말을 끼고 일을 해서 받는 임금이 웬만한 정규직 간호사가 주당 37시간 일하고 받는 월급과 맞먹습니다. 그래서 덴마크 간호사의 월급은 유럽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정규직 간호사들이 월급 15% 올려 달라고 농성을 한 것이지요.

  대부분의 덴마크 기업들은 노조법을 지킵니다. 회사 홈페이지에 '우리 회사는 노조법을 존중하고 반드시 지키며, 노조 임원들에게는 특전이 있습니다.'고 명시해 놓습니다. 임용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 그 회사가 노조법을 잘 지키는지 미리 노조에 알아 볼 수도 있지요. 만일 비정규직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기업이 있다면 전 노조가 연대파업을 해서 그 기업에 항의합니다.

  덴마크에서는 개인회사에 고용되었다 해도 회사가 망해서 문을 닫아 월급을 못 받게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모든 고용주는 '월급책임보험' 이라는 것에 가입을 해야만 직원들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사면 자동차 보험을 들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사를 등록할 때는 반드시 '월급 책임보험'을 들어야 합니다. 이 보험에 든 이후에 직원을 채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재정 상태와는 상관없이 직원들 월급이 보장됩니다. 회사가 망해서 사장은 빈털터리가 된다 해도 직원들 월급과 휴가비는 보험회사에서 100% 지불하지요.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차별은 물론 없습니다.

  현 덴마크의 실업율은 3% 미만으로 역사상 제일 낮다고 합니다. 만일 실직을 하게 되면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종전 직장의 월급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누구나 월 1만7000 크로네(약 370만 원)정도의 실업수당을 받습니다. 최대 4년 간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데 물론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직장을 갖도록 본인도 노력해야 하고 정부기관인 인력센터에서도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월급이 평균 2만5000-3만 크로네 (540만 원-650만 원) 선이라, 실업자가 될 경우를 대비하여 추가로 월급보장보험을 든답니다. 현재 전 노동인구의 50-60% 정도가 들어있는 실정인데 이 보험료가 정치적 의제로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야당 측에서는 최저임금을 받는 개인의 월급보장보험료는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답니다. 월급이 3만 크로네 이상 되는 사람은 개인이 추가로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최저 임금을 받는 사람이 똑같은 추가 보험료를 내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요사이 이곳서는 '핀란드식 벌금제도'을 도입하자는 토론도 있습니다. 가령 속도위반이나 주차위반 등으로 벌금을 물어야 할 경우, 핀란드에서는 개인소득에 따라 벌금이 부과됩니다.

  예를 들어 수입이 30만 크로네 이상 사람은 주차벌금 1만 크로네, 수입이 25만 크로네 이상 사람은 주차벌금 9000 크로네, 수입이 10만 크로네 이하 사람은 기본요금 510 크로네 하는 식입니다.

  많이 벌수록 세금도 많이 내고 벌금도 많이 내는 것이 공평한 것 같습니다. 덴마크도 이런 벌금 제도를 도입하려고 연구 중인 듯합니다.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노는 게 원칙" 
[덴마크에서 살아보니ㆍ<8>] 숲 속 유치원

코펜하겐의 공원에 가면 아주 어린 꼬마들이 단체로 걸어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공원뿐 아니라 거리에서도 보호하는 어른 몇 명과 함께 작은 아이들이 줄지어 길을 걸어가거나 버스를 타는 광경이 쉽게 눈에 띈다.

  추운 겨울날도 예외가 아니다. 두툼한 방한복을 입어 꼬마 눈사람 같은 모습을 하고 바깥을 걸어 다닌다

도시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놀도록

  이것이 바로 '숲 속 유치원'이다. 도시의 어린이들을 보다 많이 자연 속에서 뛰놀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26년 전 처음 설립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실내가 아니라 매일 숲이나 바깥에서 노는 것이 원칙이다.

  지금은 이런 숲 속 유치원이 널리 퍼져 코펜하겐에만 스무 군데가 넘는단다. 또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아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아야 겨우 자리가 날까 말까란다.

  한국에도 이런 유치원이 있으면 하는 바람에서 숲속 유치원 한 곳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비가 보슬보슬 뿌리는 4월 초.

  아침 9시 약속시간에 맞추어 유치원 앞으로 가자 부모들이 연방 자전거에 꼬마들을 싣고 와서 데리고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두리번거리는데 이 유치원의 리더(원장 격)라며 긴 머리의 젊은 여자가 나를 맞았다.

  유치원 내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유치원이라기보다 따뜻한 가정집 같은 분위기였다. 이름이 '벤트'라는 그 리더는 그곳의 유치원생이 34명, 교사는 7명이라고 소개했다. 유치원생은 만3세부터 5세까지 받는데 세 살짜리 유아가 절반 이상이라고 하고, 교사는 4명은 정식으로 유아지도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고, 나머지 셋은 인턴이라고 했다.

숲 속 유치원 교사의 조건, 야외 활동을 좋아할 것

  숲 속 유치원이기 때문에 교사들도 야외생활을 좋아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데 벤트 자신은 스카우트 단원이었다고 한다.

  유치원에서 일한 지 총 24년이 되었고, 그곳에서만 12년 동안 근무했다고, 그제야 자세히 보니 얼굴에 나이 든 흔적은 있지만 날씬한 몸매에 긴 머리가 아직도 젊은이처럼 보였다. 아마 아이들을 데리고 매일 숲 속을 걷다보니 그런 모양이었다.

  네 명의 정식 교사 중 남자 교사가 두 명인 점이 특이하게 보였다. 유치원 교사가 되려면 고등학교 졸업 후 3년 반 교육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7시에서 오후 5시 사이가 유치원이 열려있는 시간인데, 교사들은 아침 7시~오후 3시 혹은 아침 9시~오후 5시의 시간을 교대로 일하고 부모들은 자신의 직장 시간에 맞춰 맡긴다고 했다.

'조용한' 방과 '시끄러운' 방

  보통 가정집 정도의 크기인 유치원은 1층에 크고 작은 방이 넷, 그리고 테라스가 있고 지하에 약간의 공간이 있었다.

  현관에 잇대어진 방은 아이들이 옷을 걸어두고 갈아입는 공간으로 쓰고, 큰 방은 아이들이 모이는 곳, 맨 작은 방이 사무실, 싱크대가 놓여있어 부엌으로 쓰는 통로 옆 작은 방은 '조용한' 방이었다.

  '조용한' 방에서는 유아 세 명이 책상 앞에 앉아 소리 없이 작은 구슬을 그릇으로 옮기는 일에 몰두를 하고 있었고 한쪽에는 작은 소파가 놓여 있었다. 조용히 있고 싶을 때, 그리고 숲 속에서 돌아와 쉬고 싶을 때 아이들이 그 방을 이용한다고 했다.

  반면 지하에 있는 '시끄러운' 방에는 아이들이 장난을 치며 멋대로 놀 수 있도록 쿠션으로 된 큰 블록들이 있었다. '시끄러운' 방 옆에 컴퓨터가 딱 한 대 있는데 큰아이들을 위한 것으로 오후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지하실 한쪽 벽에는 나무에 매어 그네로 쓸 밧줄들이 주렁주렁 걸려있기도 하고 교사들이 숲으로 나갈 때 입을 덧옷이며 장화, 신발, 배낭들이 있었다. 지하실 계단이 가파라서 아이들이 오르내릴 때 위험하지 않을까 했더니 벤트는 아이들이 알아서 잘 조심을 한다고 했다.

낑낑대며 혼자 방한복 챙겨 입는 세살 꼬마

  여기저기 돌아보는 사이 보모들과 유치원아들이 큰 방 바닥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있었다. 대개 9시경에 아이들이 모여 앉아 발표도 하고 놀이도 하고 노래도 부르다가 10시경부터 밖으로 나간다고 했다.

  보모는 아이들이 돌아가며 누구나 발표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하고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큰소리를 내지 않도록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앉아 있어도 매우 자연스러운 분위기였고, 얼마쯤 앉아서 놀이며 노래를 하다 먼저 나가고 싶은 사람은 나가라고 하자 절반쯤은 일어서서 옷을 입으러 갔다.

  아이들 키 높이의 옷걸이에 주렁주렁 걸린 옷들은 대부분 위아래가 달린 방한복이고 바깥에서 입는 전용이어서 여기저기 흙이 묻어있었다. 세 살짜리 꼬마가 낑낑대면서도 혼자서 옷을 입고 지퍼도 올리고 모자도 찾아 쓰고 장갑도 끼는 모습이 신기했다. 교사들은 옆에 있다가 잘 안 들어가는 신발을 신겨주고 끈을 매주는 정도였다.

보모들의 토론으로 갈 곳 정해

  현관문 앞에는 작은 배낭들이 쌓여있었다. 아이들이 각자 지고 갈 배낭이었다. 들어보니 제법 묵직했는데 물 한 병, 점심도시락, 따뜻한 여벌옷이 들어있다고 했다. 집 마당에는 미리 나온 아이들이 모래장난이며 물장난을 하기도 하고 넘어져 있는 나무에 올라가서 놀기도 했다.

  이윽고 교사를 따라 아이들이 배낭을 매고 줄을 지어 문밖으로 나갔다. 비가 뿌리는데도 아랑곳없었다. 17명씩 두 조로 나누어 한 조에 세 명의 교사가 배치된다고 했다. 내가 함께 한 조는 결석으로 인해 아이들이 열 세 명이어서 교사는 둘이서 따라 나섰다.

  오늘은 가까운 사슴공원에 가는 날이었다. 매일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려면 막상 갈 곳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대개 어디를 가느냐 물어봤더니 여기저기 멀고 가까운 공원이나 바닷가, 때로는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간다고 했다. 멀리 갈 때는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간다는 것이었다. 갈 곳은 그날그날 보모들이 토론을 해서 정한다고 했다.

공원과 숲, 박물관이 많은 나라

  코펜하겐은 여기저기 동네마다 공원도 많고 공원에는 나무가 많아 숲이나 다름없다. 이러니 숲 속 유치원을 운영하기에 좋은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또 덴마크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어린이를 위한 방이 따로 있고 그림 그리기, 만들기 등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길을 걸어갈 때는 아이들이 꼭 두 명씩 손잡고 가도록 하고 건널목에서는 일단 멈춰서 차를 조심하도록 습관을 들인다고 했다. 얼마 후 사슴 공원 안으로 들어가자 일단 멈춰 서서 보모들이 아이들 숫자를 확인한 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놀면서 저절로 배운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뛰어가기도 하고 땅에서 무언가를 줍기도 하고 물이 고인 곳에서 절벅거리기도 했다. 이끼가 끼어 미끄러운 나무다리를 건너가는데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 걸었다. 미끄러지지 않는 튼튼한 신발이 첫 번째 중요한 장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밖에 나가 돌아다니는 유치원이라 하지만 그래도 무슨 커리큘럼 같은 것은 없느냐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느냐 하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노는 것을 통해서 저절로 배운다고 했다.

  사실 손잡고 걸어가는 것, 차 조심 하는 것, 숲에서 뛰어다니는 것, 땅에서 무언가 줍는 것, 계절이 변하는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 하나하나가 공부 아닌 것이 없었다.

▲ 숲 속 유치원. ⓒ김영희
사고는 오히려 실내에서 더 잦다

  이 숲 속 유치원은 일주일 닷새 중 하루는 유치원에 머무는 날로 정해서 17명은 수요일 다른 17명은 금요일에 유치원에 머문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숲 속 유치원은 아예 유치원 건물도 따로 없이 매일 아침 숲 입구에서 만나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오후에 해산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에서 노는데 그럴수록 아이들이 더 강해진다는 것이었다. 혹시 아이들이 다치거나 위험했던 경우는 없었냐고 묻자, 없었다고 사고는 오히려 실내에서 더 일어나기 쉽다고 했다.

추운 날씨, 젖은 땅 위에서 도란도란 노는 아이들

  이윽고 공원 내의 오늘 가기로 정한 장소에 다다르자 아이들은 익숙한 듯 배낭을 벗어놓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올라가기도 하고 배가 고픈 아이들은 땅에 앉아서 도시락을 꺼내서 먹기도 했다. 정해진 점심시간이 없이 아이들이 마음대로 알아서 먹는다고 했다.

  하나 둘 도시락을 꺼내어서 먹는데 보니 아이마다 도시락 통도 제각각 다를뿐더러 싸온 내용물도 다 달랐다. 도시락 통마다 그 속에 적어도 다섯 가지 정도 다른 것이 들어있었다. 과일, 채소, 빵, 치즈, 비스킷 등.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아직 땅은 얼어있고 몹시 추운 날인데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눈이 덮인 한겨울에도 이렇게 숲에서 놀았을테니 그럴 만도 했다.

  같이 온 남자교사는 앞에 앉은 아이들과 가만가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벤트는 설탕이 우리 몸에 좋은지 나쁜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12명의 아이들이 주위 여기저기에 자연스럽게 흩어져서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땅에 눕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쓰러져 있는 큰 나뭇가지 속에 들어가기도 하며 노는데 이상하게 크게 고함을 지르거나 떠드는 아이가 없었다. 물론 웃기도 하고 소리도 지르지만 한국 어린이들에 비하면 훨씬 조용한 느낌이 들었다.

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유치원

  그렇게 숲 속에서 점심을 먹고, 놀다가 대개 오후 3시경에 유치원으로 돌아가는데 날이 나쁠 때는 2시경 가기도 한다고 했다. 유치원에 돌아가면 학부모들이 번갈아가며 가져오는 과일과 빵을 나누어주는데 아이들이 배가 고파서 아주 잘 먹는다는 것이었다.

  별로 표 나지 않게, 그러면서도 지혜와 정성이 깃든 보살핌을 받으며 숲 속에서 동무들과 어울려 놀고 있는 그 아이들이 나에게는 참으로 행복한 어린이들로 보였다.

  나는 그동안 엄마가 어린아이를 유치원이나 보육시설에 맡기고 직장 나가는 것에 상당히 회의적이었는데 이 정도의 유치원이라면 아무 걱정 없이 맡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필자 이메일 : [email protected]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노는 게 공부다" 
[덴마크에서 살아보니ㆍ<9>] 방과 후 학교

한국 어린이들은 방과 후 할 일이 많다. 물론 동무들과 놀기도 하겠지만 각종 학원을 가거나 숙제를 한다. 나는 덴마크 어린이들은 방과 후 어떻게 지내는지, 한국에서처럼 숙제나 과외는 없는지 궁금했다.

맞벌이가 일반화된 덴마크, '방과 후 교실'은 필수

  덴마크에서는 저학년 아이를 둔 부모의 90%이상이 양쪽 다 일을 하기 때문에 직장이 끝나서 데리러 갈 때까지 누군가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방과 후 교실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동네의 마글고 학교에 있는 방과 후 교실을 방문해 보았다. 약속된 시간인 12시 30분에 맞춰 찾아가자 방과 후 교실 총 책임자인 리스벳 옌슨씨가 맞아서 안내했다. 그 학교는 거의 100년이 된 학교로 2000년에 내부를 대대적으로 현대화 시켰다고 했다.

  1~9학년까지 총 학생 수는 700명인데 이 중 학교에 부설된 방과 후 교실은 1~3학년까지의 저학년생 32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했다. 나머지 더 큰 아이들은 걸어서 10분 걸리는 방과 후 클럽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오전, 정규 학교…점심 시간, 정규 학교와 방과 후 교실 공동교육…오후, 방과 후 교실

  이 학교에서는 1~3학년이 사용하는 건물을 오전에는 정규 학교로 쓰고 오후에는 방과 후 교실로 쓰고 있었다.

  8~12시까지 정규 학교시간이고 12~2시까지는 정규학교와 방과 후 교실이 섞이는 시간, 그리고 2~7시는 방과 후 교실 시간이라고 했다. 따라서 오전에는 정규학교 교사가 2시 이후에는 방과 후 교사가 아이들을 맡게 되고 12~2시 사이는 양쪽의 교사가 동시에 있게 된다고 했다.

  이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오전의 정규수업에서 오후의 방과 후 교실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한 배려라고 한다. 그래서 학교 측에서는 정규학교와 방과 후 교실 모습을 다 볼 수 있도록 일부러 12시 30분으로 약속 시간을 잡은 것이었다.

교실 속에 주방이 있다

  안내자와 학교를 돌아보는데 1~3학년이 쓰는 2층짜리 건물 안에는 우리처럼 책상 걸상이 놓인 교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가정집의 한 부분처럼 보이는 주방 시설이며 아이들이 뒹굴고 놀 수 있는 코너, 유치원 비슷한 실내 놀이 공간, 다양한 공작실, 땅바닥에 앉을 수 있는 방 등이 교실 사이에 섞여 있었다.

  아이들은 8시에 등교하여 아침 11시에 점심(각자 싸온)을 먹고 오후 2시에는 방과 후 교실에서 다시 점심을 준다고 했다. 부엌에서 점심 준비 상 차리는 것은 교사와 아이들이 도와서 같이 한다고 했다.

▲ 방과 후 교실 풍경. ⓒ김영희

교사와 아이들이 공부할 내용을 자율적으로 정한다

  특이한 것은 어떤 아이는 아직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또 어떤 아이들은 교실 바로 앞 노는 공간에서 뒹굴기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기도 하는 등 제각기인 점이었다.

  정규교사와 함께 비디오를 보며 아직도 수업 중인 반이 있는가 하면, 방과 후 교실 선생님을 도와 부엌에서 빵을 만드는 아이들, 부엌 앞의 책상에 앉아 무언가 만들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밖에서 운동을 하고 들어와서 교실바닥에 모여 앉아 무언가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아이들 그룹도 있었고 공부가 끝나서 소란스레 장난치고 노는 아이들 틈 속에서 선생님과 책장을 하나한 짚어가며 소리 내어 읽기를 하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읽기가 늦은 아이를 선생님이 도와주고 있는 중이라 했다.

  이 학교는 매일 아침 교사와 아이들이 그날그날 공부할 것을 정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 날의 공부를 빨리 끝낸 아이는 12시 이후에는 방과 후 교실이 되어서 노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시간 보낸다

  방과 후 교실에는 만들기, 그림 그리기, 컴퓨터 다루기, 레고 맞추기, 퍼즐 놀이, 구슬 꿰기, 음악교실이나 무용교실에 가기, 도서실에 가서 책 읽기, 혹은 책 빌리기. 혹은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뒹굴거리기, 운동장에 나가서 놀기 등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 그리고 전문교육을 받은 교사가 있다.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놀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부엌 근처에 칠판이 하나 있었다. 칠판에는 방과 후 교실의 여러 장소와 운동장을 나타내는 칸이 쳐져있고 아이들의 사진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아이들은 뒤에 자석이 붙은 자기 사진을 현재 자기가 있는 칸에 붙여놓았다가 운동장으로 나가거나 다른 곳으로 가면 사진을 해당 칸으로 옮겨 놓도록 돼 있었다. 그러면 부모가 찾으러 와서 아이가 어디 있는 지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교실에 앉아서 배우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안내하던 옌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날그날 프로그램을 짜서 스스로 하게 한다. 날로 새 지식이 쏟아져 나오므로 학교에서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없다. 단지 어떻게 공부하나. 어떻게 배우나 그 방법을 가르친다.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다.

  또 아이마다 배우는 시스템이 다르다. 어떤 아이는 책을 읽으며 배우지만 어떤 아이는 몸을 움직여야만 하고 어떤 아이는 눈으로 봐야 더 빨리 배운다. 1학년 때는 주로 이런 것을 파악해서 그 아이에게 맞게 배우게 한다.

  가만히 교실에 앉아서 배우는 것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졌다. 창의력을 기를 수 없다.

  덴마크에서도 아이들의 산수 성적이 뒤떨어졌다며 옛날 식으로 돌아가자는 의견이 있으나 옳지 않다고 본다.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 노는 것 하나 하나가 다 배우는 것이다"

  아이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시험은 없다. 등수를 매기지도 않는다.

  숙제가 없느냐 묻자 저학년은 거의 숙제가 없고 정상적으로 공부를 따라가면 학교수업시간에 충분히 할 수 있거나 혹은 아무리 많아도 30분 이내에 다 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했다. 또 시험도 없다. 따라서 그 결과로 등수를 매기는 일도 없다고 했다.

  우리 현실과는 사뭇 거리가 먼, 그러나 진정으로 어린이를 위하는 교육임에 틀림없었다. 이 정도의 방과 후 교실이라면 엄마들이 마음 놓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고 한편 어린이 자신도 어려서부터 자립심이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필자 이메일 : [email protected]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충분히 놀아야 다부진 어른으로 자란다" 
[덴마크에서 살아보니ㆍ<10>] 방과 후 클럽

노는 것 하나 하나가 배우는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 어린이들은 왜 그렇게 책상 앞에서 하는 공부에만 매달려야 할까. 상급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그리고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우리 아이들은 숙제와 과외, 시험의 중압감에 더 시달리게 마련이다.

10~15세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클럽

이번에는 상급학년들을 위한 방과 후 클럽을 방문했다. 코펜하겐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도시 파룸이라는 곳에 있는 방과 후 클럽으로 10~15세의 아이들이 다니는 곳이었다.

오래된 농가를 개조한 이 클럽은 밖에 자전거를 묶을 수 있는 장소가 넓었다. 아이들이 대개 학교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입구에 선생님들과 그곳에 등록한 아이들의 사진이 벽에 붙어있고 클럽에 올 때마다 아이들이 사인을 하는 공책이 있었다.

이 클럽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방에는 부엌시설과 식탁 의자 그리고 한쪽구석에는 텔레비전과 소파 등이 놓여있었다. 식탁과 의자를 한쪽으로 밀어놓고 마침 춤을 가르치고 있었다. 옛날 춤인 미뉴에트였다.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배우는 아이들이나 매우 진지하게 연습하는 중이었다.

농가의 헛간을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방문한 때가 여름 방학 중이라 아이들이 적어서 한산했지만 대신 그곳의 책임자인 윌라 씨로부터 보다 세심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이 방과 후 클럽이 여는 시간은 평소에는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방학 때는 오전 10시~ 오후 5시 반까지이다. 총 등록 학생 수는 400명이고 보통 150명 정도가 늘 이 클럽에서 북적인다고 했다.

원래 농장이었는데 어떤 회사가 사들였다가 운영이 잘 안되자 시청에서 빌려서 방과 후 클럽으로 쓸 수 있도록 내주었다고 한다.

자그마한 농가 건물 세 채와 창고며 헛간 등을 그대로 이용해서 공예, 목공, 미술, 재봉, 세라믹, 요리, 풀무질, 활쏘기 등의 여러가지 특별 활동반과 아이들의 쉼터가 곳곳에 만들어져 있었다.

▲ 방과 후 클럽을 위한 공간. 헛간을 개조해 만들었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꽤 허름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곳이다. ⓒ김영희

자유롭게 클럽을 택하는 아이들

이 방과 후 클럽의 교사는 모두 20명인데 전공에 따라 각자의 반을 맡아서 이끌어가고 있고, 아이들은 맘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이 반, 저 반으로 간다고 했다.

윌라 씨가 처음 안내한 곳은 목공실과 공예반이었다. 목공실은 온갖 전문적인 도구와 장비가 갖추어져 있어 나무로 무엇이든 못 만들 것이 없어 보였다. 공예반에서는 아이들이 유리구슬과 도자기로 만든 목거리, 반지 등을 보여주는데 디자인이며 솜씨가 상점에서 파는 것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 공예반. ⓒ김영희 

마당에 화초들이 많고 온실도 있어 그 속에서는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그 화초를 돌보고, 온실 일 하는 것을 모두 아이들이 맡아서 한다고 했다. 원예에 취미가 있는 아이들이 스스로 한다는 것이었다.

▲ 아이들이 가꾼 화분. ⓒ김영희

"터키 여행에서 배워 온 방식으로 아이들과 바닥에 타일을 깔 거예요"

전에는 창고였음직한 건물에 들어가니 마구간처럼 칸이 나뉜 큰 우리에 토끼들이 한 마리씩 들어있는 것이 보였다. 주위에는 건초들이 쌓여있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이곳에 와서 토끼를 한 마리씩 맡아서 먹이도 주고 매일 관찰하며 기록을 한다고 했다.

▲ 방과 후 클럽에서 토끼를 키우는 아이. ⓒ김영희

조금 외떨어진 헛간으로 가는 길에 서있는 컨테이너를 윌라 씨가 문을 열어 보여주었다. 바로 훌륭한 음악실이었다. 드럼세트며 기타며 여러 악기들이 있어 밴드 하나쯤은 넉넉히 구성할 정도였다. 음악에 취미 있는 아이들은 여기서 마음껏 연습을 하고 즐기며 행사가 있을 때는 공연도 한다고 했다.

▲ 음악실. ⓒ김영희

윌라 씨가 맡고 있는 세라믹 반은 벽이 없이 지붕만 씌워놓은 헛간에 들어있었다. 올해의 프로젝트는 바닥 타일 만들기라고 하면서 아이들이 만든 타일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터키여행을 했을 때 거기서 옛 방식을 배워 와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다 완성이 되면 그 헛간 바닥에 타일을 깔 예정이라고 했다.

"그 나이대 아이들에겐 비밀스런 장소도 필요하죠"

재료는 타일가게에서 부스러기 타일, 혹은 헌 타일을 얻어오거나 아주 헐값으로 사온다고 했다. 윌라씨를 보니 이곳의 교사들은 아이들을 가르친다기보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어떤 주제를 정해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며 스스로도 즐긴다는 인상이 들었다.

세라믹 반 옆에는 아이들이 모여 앉아 모닥불을 피우고 차를 끓여 마시며 놀 수 있게 돌멩이들이 놓여있는데 여간 아늑해 보이는 게 아니었다. 헛간 뒤쪽에는 재래식 대장간이 그럴듯하게 차려져 있어서 쇠 다루는 일을 해볼 수도 있고 바로 옆에는 요리교실을 위한 조리대와 오븐이 갖추어져 있어 아이들이 빵을 만들어서 구워 먹는다고 했다.

▲ 아이들이 직접 차를 끓여 마시며, 노는 곳. ⓒ김영희

또 그 옆에는 밧줄을 직접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밧줄 사다리도 만들고 줄타기도 하고 놀 수 있는가 하면, 좁지만 활쏘기도 할 수 있도록 과녁이며 활이 있었다.

▲ 밧줄 놀이를 위한 장소. ⓒ김영희

▲ 활쏘기 놀이를 위한 장소. ⓒ김영희 

헛간 앞의 넓은 풀밭 한쪽에는 울퉁불퉁한 낮은 장애물이 비슷한 것이 연속으로 있어 물어보니 그곳이 토끼 경주장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토끼를 데리고 와서 훈련을 시켜 일 년에 한두 번 토끼경주가 열리는데 그런 야단법석이 없다고 했다.

▲ 토끼경주장. ⓒ김영희

풀밭 끄트머리에는 짚으로 된 작은 움막집이 하나 있었다. 아이들이 숨어들기 딱 좋은 만한 곳이었다. 윌라씨는 이 클럽에는 아이들이 숨을 곳이 많다며 웃었다. 그 나이또래의 특성에 맞추어 비밀스러운 장소를 일부러 만들어놓은 모양이었다.

▲ 움막집. ⓒ김영희

아이들이 학부모를 초청하는 행사

초지 한쪽에서는 고무로 된 간이수영장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놓은 것이 보였다. 작년에 일일 장터를 열었던 곳이라 했다.

학부모를 초청해서 1년 동안 만든 것을 보여주고 파는 행사인데 아이들이 주관해서 행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나무를 엮어 가게모양을 만들고 장터에서 통용될 돈도 만들고 하는 식이라는 것이었다.

다른 창고 하나는 우리로 치면 '귀신놀이 집'이었다. 들어가면 으스스하도록 분위기를 꾸며놓아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이었다.

간이 돔 형태로 된 체육관에는 여러 가지 구기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데 특히 껌껌한 겨울에 실내 핸드볼이나 하키를 많이 한다고 했다. 그 바깥은 롤러브레이드를 타는 곳이었다.

다시 본 건물 쪽으로 오는 길에 들린 별채의 방 하나에는 라디오나 오디오등의 전자제품 부속이 널려있었다. 전기에 소질 있는 아이들이 와서 논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모여 앉아 카드놀이 할 수 있는 방도 있고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쉴 수 있는 방도 있었다.

컴퓨터는 두 대뿐…야외 활동을 적극 권장

윌라 씨가 마지막으로 보여준 곳은 재봉실과 그림 그리는 방이었다. 재봉실 역시 어느 전문 학원 못지않아 보였고 그 옆방에는 여자아이들이 패션쇼 놀이를 할 수 있게 옷이며 천, 화장품, 인형, 종이박스, 패션쇼 그림 등이 쌓여있었다.

그림 그리는 방에는 아이들이 그린 다양한 그림을 문과 벽에 붙여놓았는데 이 클럽에 처음 오는 아이들은 우선 여기에서 그림을 그리며 이곳에 적응을 한다고 했다.

▲ 아이들이 그린 그림. ⓒ김영희

이곳에 컴퓨터는 단 두 대 뿐이라고 윌라 씨는 자랑스럽게 말하며 대개 여름에는 밖에서 보내도록 하고 겨울에 실내에서 지낸다고 했다. 그러나 겨울에도 밖에서 활동하는 반이 있고 반드시 밖에서 지내야 하는 기간도 있다고 했다.

일 처리가 다부진 덴마크 대학생, 쩔쩔매는 한국 대학생

성의껏 안내를 해준 윌라 씨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나오면서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참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기에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마음껏 놀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자라니까 자연히 창의력 있는 교사나 직업인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동안 주위에서 덴마크 대학생과 한국의 대학생이 아르바이트하는 것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덴마크 대학생은 일을 다부지게 처리하는 반면 한국 대학생들은 일이 서툴고 쩔쩔매기 일쑤였다.

한국 아이들은 그저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면서 자라는데 비해 덴마크 아이들은 어려서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실제 해보니 그럴 만도 하다고 비로소 이해가 갔다.

필자 이메일 : [email protected]

1등도, 꼴찌도 없는 교실 
[덴마크에서 살아보니ㆍ<11>] 경쟁보다 협동을 중시하는 교육

부럽기 짝이 없는 덴마크의 방과 후 클럽을 돌아보고 나서, 나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관련 기사 : "충분히 놀아야 다부진 어른으로 자란다")

좋은 학교 나와야 잘 사는 한국…교육이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 그런 방과 후 클럽이 있다한들 학부모들이 모두 선뜻 아이들을 보낼까. 혹시 공부할 시간이 없을까봐 주저하지 않을까.

  우리보다 잘 사는 덴마크의 아이들은 이렇게 다양하게 놀며 배우며 성장을 하는데 유독 한국의 아이들은 왜 그렇게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공부에 매달려야 할까.

  그 이유는 자명하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학교, 좋은 대학교에 갈 수 있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좋은 보수를 받고 좋은 동네에서 살며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순환 고리가 있는 한 초등학교 시기부터 아이에게 공부를 안 시킬 도리가 없다. 교육이 단순히 교육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초등학교 졸업 후, 진로 나뉘는 덴마크

  그렇다면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덴마크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까. 아이를 그렇게 놀도록 내버려두어도 괜찮은 걸까.

  나는 다시 주위의 덴마크 인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당신들은 자녀에게 좋은 성적을 얻도록 하고 싶지 않은가, 그래서 자녀를 좋은 고등학교 혹은 좋은 대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은가. 자녀가 좋은 직업을 갖거나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성공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가.

  덴마크에서는 2살 반 혹은 3살부터 6살이 될 때까지 유치원에 다니고 6살이 되면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9년을 다닌다.

  초등학교 졸업 후 학생의 진로가 갈리는데 각자의 적성에 따라 인문 고등학교, 상업학교, 기술학교 등으로 진학하게 된다. 인문 고등학교에 가는 학생은 졸업 후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고 상업학교나 기술학교 학생은 졸업 후 취업을 하게 된다.

'중구난방' 교실, 점수도 등수도 없다

  덴마크의 초등학교에서는 8학년에 이르기까지 시험을 쳐서 점수를 매기거나 반에서 등수를 매기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이마다 타고난 소질과 능력이 다르고 학습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다르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1년 간은 주로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는 기간으로 간주된다.

  그리하여 각 아이의 특성에 맞게 교육을 하는데 가령 빨리 배우는 아이는 앞선 교과서를 주고 뒤쳐지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따로 도와주게 된다. 교실에서 아이들의 학습태도가 우리 보기에는 매우 규율이 없고 중구난방으로 보이는 것도 아이마다 공부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믿는 정신의 소산이다.

"아이마다 배우는 방법이 다르다"

▲ 덴마크 아이들이 방과 후 클럽 활동을 통해 그린 그림. 덴마크 학교에서는 다양한 체험학습을 중시한다. 아이들이 교실에만 갇혀 지내면, 창의력을 기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영희

  내가 방문했던 마글고 방과 후 학교 교장 옌스씨는 이렇게 강조했다.

  "아이마다 배우는 시스템이 다르다. 어떤 아이는 책을 읽으며 배우지만 어떤 아이는 몸을 움직여야만 하고 어떤 아이는 눈으로 봐야 더 빨리 배운다.

  1학년 때는 주로 이런 것을 파악해서 그 아이에게 맞게 배우게 한다.

  가만히 교실에 앉아서 배우는 것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졌다. 창의력을 기를 수 없다.

  여기서도 아이들의 수학성적이 뒤떨어졌다며 옛날식으로 돌아가자는 의견이 있으나 아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 노는 것 하나 하나가 다 배우는 것이다"

공부 잘 한다고 칭찬하는 일은 없다

  이처럼 모든 아이가 다르다고, 즉 공부를 잘하는 아이, 운동을 잘하는 아이, 만들기를 잘하는 아이 등 아이마다 타고난 소질과 능력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아이들은 공부를 잘한다고 우쭐하지도 또 공부 못한다고 기죽지도 않는다.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여러 가지 능력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학교 측에서도 공부 잘하는 아이라고 해서 특별히 칭찬하거나 시상하는 제도가 없다. 잘하면 교사와 부모가 만나는 날, 칭찬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니 공부를 못하는 아이라도 전혀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당당할 수가 있다.

아이들이 수업 내용 정한다…"스스로 생각하는 힘 기르는 곳이 학교다"

  마글고 학교에서는 교사가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아침 아이들과 함께 그날의 프로그램을 짜서 아이들 스스로 하게 한다고 했다. 날로 새 지식이 쏟아져 나오니 학교에서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없고 단지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어떻게 배우는지 그 방법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사석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던 덴마크의 교육부 장관 역시 '학교교육의 목표가 어떤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장차 기업이나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데, 현대에는 누가 명령할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고 스스로 알아서 일을 처리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숫자가 아닌 관찰과 기록으로 아이를 평가한다

  초등학교에서 8학년까지 시험도 없고 석차를 매기지 않는다고 해서 아예 평가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담임교사는 매 아이들마다 과목별 학습능력과 사회성 발달을 꼼꼼히 말로 적어서 기록부를 만든다. 그랬다가 일 년에 두 번 학기 중간에 담임교사와 학부모가 만나는 날(한 학생당 25분이 할애된다)이 기록부를 부모에게 보여주는데 이것이 바로 성적표다.

  담임교사는 아이에 대해서 말해주고,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면 어떻게 도울 것인지 상의하여 그것을 다음 1년간의 목표로 정한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하는 평가

  그리하여 개선을 해나가고 그것을 또 기록해서 다음 해에 교사와 학부모와 아이가 같이 점검해본다.

  재미있는 것은 학년이 조금 올라가면 학부모와의 면담이 있기 전, '아주 잘한다', '잘한다', '보통이다', '못한다' 등의 세부 항목으로 나뉜 평가용지를 아이와 부모에게 미리 나누어주어, 아이 스스로가 자신의 학습과 행동을 평가하게 하고 부모 역시 자기 아이를 평가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교사는 교사대로 기록부를, 부모와 아이는 각자의 평가서를 들고 만나는데 대개는 서로 일치한다고 한다.

담임교사, 입학부터 졸업까지 안 바뀐다

  담임교사는 대부분 1학년부터 9학년까지 계속 아이들과 같이 올라가고 중간에 바뀌더라도 한번 정도 바뀐다. 그러니 자연 아이들을 잘 파악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학부모보다도 아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들 말한다.

  담임교사가 9년 동안 같은 학급을 맡게 되면 학생들을 편파적으로 대한다거나 혹은 학부모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경우는 없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전혀 없다고. 만일 있으면 그 교사는 당장 파면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혼자서만 잘하면 아무 소용없는 수업 방식

  학교에서는 일반적으로 아이들을 4명씩 팀으로 짜서 공부나 발표를 하게 한다. 그래서, 가령 산수를 잘하는 아이가 주어진 문제를 혼자서 먼저 풀어도 소용이 없고 그 팀이 다 함께 풀어야 푸는 것이 된다.

  잘하는 아이가 못하는 아이를 가르쳐서라도 다 같이 알아야 한다.

  그 바탕에 깔려있는 것은 못하는 아이를 끌어올려서 함께 가야 한다는 덴마크 특유의 평등정신이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못하는 아이를 무시하거나 따돌리는 것을 학교에서 금기시 한다. 아무리 1등을 해도 교사는 '제일 잘하는 아이' 라고 하지 않고 '잘 하는 편 (잘 하는 아이 중의 하나)'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상위권'이 따로 없는 학교

  우리처럼 초등학교에서부터 시험이 있고 등수를 매기는 한 아이들은 상위권에 들기 위해 일찍부터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덴마크의 초등학교에서는 아예 시험과 등수 자체가 없으니 상위권이라는 말도 의미가 없는 셈이다. 등수를 매기거나 우열을 가리는 교육이 아니라 누구나 다른 능력이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전제 하에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 참으로 부럽지 않을 수 없다.

  필자 이메일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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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라는 물음에 익숙한 사회 
[덴마크에서 살아보니ㆍ<15>] "자유로운 질문 속에서 자아 존중감도 생긴다"

덴마크의 한 교사는 덴마크 아이들이 외국 아이들에 비해 유난히 질문이 많다고 했다. 미국에서 교환교사가 온 적이 있었는데, 그는 미국 아이들보다 훨씬 질문을 많이 하는 덴마크 아이들에게 놀랐다고 했다.

이유를 알고 행동하는 버릇이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한다

  그래서 그는 무엇이든 꼭 이해가 가도록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을 하여 무슨 일을 할 때면 항상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유를 말해주며 생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령 비가 와서 비옷을 입힐 때는 왜 비옷을 입어야 하는지, 비옷을 안 입으면 감기에 걸린다는 등의 이유를 반드시 말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덴마크 아이들은 무엇을 할 때는 반드시 왜 하는지 질문을 하는데, 이처럼 '왜'라는 물음을 던지며 독자적으로 사고하고 자라난 아이들은 커서 확고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게 돼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한다.

  또 쉽게 남을 부러워하거나 남이 하는 대로 따라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특이한 선택도 존중…"관행을 무조건 따르지는 않는다"

▲ 자전거로 출근하는 덴마크 사람들. 어릴 때부터 매사에 이유를 따져 묻는 게 생활화된 까닭에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서도 자부심이 강하다. 그래서 스스로를 남과 비교하면서,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갖는 일도 드물다. 남의 눈을 의식해 형편에 맞지 않는 큰 차를 타고 다니는 경우를 찾기 힘든 것도 그래서다. '벽돌공과 의사가 비슷한 대우를 받는 사회'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김영희

  한 교민의 이야기다. 직장 동료 중에 결혼식을 앞 둔 신부가 있었다. 그 신부는 결혼식 때 멋있는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어서 굉장히 비싼 드레스를 맞추는 대신, 비용 때문에 결혼 피로연을 생략하기로 했다.

  누구나 하는 결혼 피로연을 생략한다는 것은 거의 생각할 수 없는 일인데, 그 직장동료들은 그 신부의 선택을 '존중'하여 수긍을 하고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다.

  그러자 신부가 "피로연은 없지만 결혼식에 와서 부디 나의 비싼 드레스를 유심히 보아달라"는 주문을 하여 다들 웃었다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덴마크인은 다른 사람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질문 없어서 효율적이다"라는 게 칭찬인가?

  다른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 하기 잘하는 우리 사회의 풍조는 어려서부터 "왜?"라는 물음이 없이 자랐기 때문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한국인의 효율성을 칭찬하는 자리였다. 한국에 오래 거주하여 한국을 잘 아는 한 지인은 "한국인은 정부에서 결정하면 그대로 잘 따른다. 가령 정부에서 지금부터 IT(정보기술) 산업에 주력한다 하면 그대로 따른다. 질문이 없다. 덴마크에서라면 왜 그렇게 해야 하냐고 먼저 질문부터 하고 토론을 거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인은 질문이 없이 잘 따르니 일을 추진하기에 효율적이다(?)'라는 요지의 그의 말이 칭찬으로 들리지 않은 것은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필자 이메일 : [email protected]

"19살 넘으면, 부모가 간섭할 수 없다" 
[덴마크에서 살아보니ㆍ<16>] 아이에게 자립을 강조하는 문화

흔히 하는 이야기 중에 이런 게 있다. 한국인은 수직적인 사고를 서구인은 수평적인 사고를, 또 한국인은 집단적으로 사고를 한다면 서구인은 개인적으로 사고를 한다는 것. 또 한국인이 권위적이라면 서구인은 민주적이라고도 한다.

물론 모두 단편적인 비교일 뿐이다. 그런데 "어릴 때 어떻게 자랐느냐"의 문제가 이렇게 비교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위의 한 지인이 들려주는 덴마크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다.

"덴마크 어린이들은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부모가 기른다. 항상 어떤 일에 대해 자신의 독자적인 의견이 있어야 하고, 이를 잘 표현 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 유치원 내부에 주방 시설이 있다. 덴마크에서는 간단한 간식 만들기 정도는 어릴 때부터 직접 하도록 교육받는다. ⓒ김영희

학교에서 선생님이 질문하면 얼른 손을 들고 대답을 해야 평가가 잘 나온다. 부모도 아이들에게 늘 질문을 하고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도록 장려한다.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도록. 스스로 결정하도록 장려한다. 그렇지 못하고 누구에게 의지하면 놀림을 받는다.

가령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나야 하고, 옷 입고 벗고 하는 것도 할 수 있을 때부터 혼자 한다. 간단한 간식 만들기, 빨래 세탁기에 넣고 빼서 줄에 너는 것도 어렸을 때부터 한다.

무엇이든 독립적으로 하도록, 빨리 자립하도록 거의 강요된다. 그래서 다른 나라 아이들보다 빨리 성숙하는 것 같다. 19세가 넘어 혼자 살기 시작하면 부모는 더 이상 아이들의 삶을 간섭할 수 없다."

여기에 대비해 본 한국의 어린이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의 어린이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 말씀, 선생님 말씀을 잘 듣도록 교육을 받는다. 무슨 일이든 부모님께 여쭤보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어른이 말할 때는 함부로 나서지 않고 잘 들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시험을 잘 봐야 좋은 점수가 나온다. 그래서 교과서와 참고서의 내용을 잘 익히고 과외도 해야 한다.

한국 어린이와 부모들에게는 학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상위권에 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어릴 때부터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도록 장려된다.

어린이들은 경쟁에서 이기는 데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지기 때문에 혼자 살아가는 능력을 기르는 것 등에는 신경을 쓸 수 없다. 이는 초등, 중등, 고등학교 내내는 물론이고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역시 장래를 준비하느라 (가령 취직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연수를 가거나)집안 일을 배울 여가가 없다.

결혼 할 때까지 미성년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20세가 넘어도 취사, 빨래 등을 할 줄 모르는 것이 당연시 된다"라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필자 이메일 : [email protected]
/김영희 '과천 품앗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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