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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그 치열한 전쟁의 역사 : 대혁명
게시물ID : humorbest_2301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idovelist
추천 : 103
조회수 : 4643회
댓글수 : 1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4/14 16:53:21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4/14 16:30:29
마재윤은 매 경기마다 수세에 몰려 싸워야 했다. 그에게 주어진 맵은 너무도 불리했다. 테란도 프로토스도 마재윤을 저지하기 위해 시퍼런 칼날을 갈고 있었다. 사방천지를 적으로 둘러싸인 채 마에스트로는 지휘봉을 들었다. 전장 위에 날아드는 그의 손짓 한 번, 눈길 한 번에 저그가 활주하기 시작했다.

마재윤의 체제는 저그 운영의 최종형이었다. 상대가 어떤 전략을 준비하든 마재윤은 완벽히 대처했다. 박태민과도 달랐다. 마재윤 그에게는 단순한 운영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마재윤과 대등하게 싸우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그의 정찰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그의 정찰이 성공한 순간 마에스트로의 저그는 무적이 되었다. 그는 워포그 저 너머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엄재경은 울부짖었다. 사람이 감히 어떻게 신을 이기겠습니까.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아찔하도록 완벽하게 마재윤은 승리했다. 그에게 맞서는 게이머들은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마본좌라는 이름 하나에 선수들은 긴장하고 평소의 실력조차 발휘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온게임넷의 뒷담화에 나와서 마재윤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감, 그 앞에 앉은 순간 등을 타고 오르는 아찔한 긴장감을 토로했다. 

MSL은 이미 그의 놀이터였다. MSL의 모든 선수들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마재윤의 저그는 OSL마저 거침없이 집어삼켰다. 양대결승에 오른 마재윤은 만인이 인정하는 본좌가 되기까지 OSL 결승만을 남겨두었다. 

그곳에서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임요환에 이은 두 번째 본좌, 테란의 천재 이윤열이.

이스포츠계 전체가 동의했다. 이번 OSL마저 우승한다면 마재윤은 본좌가 되리라고. 황제도 천재도 괴물도 이루지 못한 모든 이의 동의 아래, 완벽한 조건부 본좌가 처음으로 탄생했다. 테란 유저들은 이윤열에게 모든 기대를 걸었다. 그가 마재윤을 저지하길 원했다. 창칼이 난무하는 스타판에 처음으로 시커먼 총구를 들이댄 그 사람, 이윤열이 이번에도 마재윤을 저격하길 원했다.

그리고 결승 당일. 전장에 선 마에스트로는 오만했다. 그는 자신의 승리를 공언했다. 이윤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윤열은, 평소 그답지 않은 노기 띤 표정으로 선언했다.

나는 전설로 남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침묵했다. 사방천지는 이윤열의 시퍼렇게 날선 눈과 함께 적막에 잠겼다. 천재는 이제 천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전설이 되고자 했다. 그게 가능할까? 마재윤의 얼굴이 굳었다. 두 사람은 이윽고 지휘석에 앉았다. 마우스를 잡고, 천재와 마에스트로의 결전이 준비되었다. 

난타전이 펼쳐졌다. 마린이 녹아내린다. 커맨드센터로 불이 붙는다. 기지가 일제히 떠오르며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퀸이 날아들고 있었다. 이윽고 해설진들의 괴성과 함께 커멘드센터가 오염되었다. 천재 이윤열의 마지막 사령부는 저그의 것이 되었다. 그것이 3세트였다. 이윤열의 입술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마지막 4세트. GG를 선언하며 이윤열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마재윤은 지휘봉을 내렸다. 해설진들은 이제 거의 경악과 공포로 고함을 쳤다. 

사람이 어떻게 신을 이긴단 말입니까. 엄재경의 그때 그 고함이 사람들의 머릿속을 뒤흔들고 있었다. 어떻게 그를 이긴단 말인가. 천재는 전설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마에스트로는 신화가 되었다. 

2월 24일, 마재윤이 OSL을 석권한 바로 그 순간부터 스타판의 모든 논쟁은 종식되었다. 마재윤의 항모전단은 기어이 롱기누스와 리버스템플이라는 온게임넷의 음모마저 통째로 가라앉혀 버렸다. 모든 이스포츠 팬들은 침묵하여 고개를 숙이고 최고의 경외로 새로운 본좌를 맞이했다. 사람들은 이제 스타판의 종말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무조건 이기는 경기가 뭐가 재미있나. 어떤 사람들은 말했다. 마재윤만 나오면 재미가 없다. 최연성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마재윤의 스타리그 출전을 제한해야 한다. 허나 누가? 그들은 반문했다. 롱기누스라는 극악의 전장에서 천재 테란 이윤열마저 꺾은 그를 무슨 수로 저지하나? 도대체 누가 나서서 그의 지휘봉을 꺾을 수 있을까?

MSL 결승이 다가왔다. 상대는 프로토스였다. 마재윤의 인터뷰가 방송되었다. 그는 3:0 압승을 자신했다. 자신을 상대로 프로토스라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그는 조소했다. 만인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 마에스트로를 상대전적에서 압도하는 게이머는 단 한 사람, 기욤 페트리 뿐이었다. 강민도 박정석도 그를 꺾지 못했다. 프로토스는 물론이고 괴물 최연성, 천재 이윤열, 저그전의 스페셜리스트인 황제 임요환마저 마제윤의 앞에서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 마제윤의 인터뷰는 아무런 반론의 여지도 없는 진리였다.

마재윤이 이길 것이다. MBC게임도 온게임넷도 한입으로 말했다. PGR도 디시도 입을 모아 단정했다. 마에스트로도 그리 될 것이라 했다. 그가 지는 방법은 단 하나, 마우스에서 손을 떼버리는 경우였다. 

그런데 상대 프로토스 유저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스타판이 들끓었다. 그 게이머는 감히 본좌 마재윤을 상대로 3:0의 승리를 자신했다. 인터뷰를 마친 후 그가 이미 푸켓으로 떠났다는 것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경악했다. 결승전을 포기했단 말인가? 마재윤을 추앙하던 자도 그의 몰락을 바라 마지않던 자도 입을 모아 탄식했다. 사흘밤낮을 연습해도 채 이기지 못할 절대강자를 앞에 두고 휴가를 가다니, 정녕 이기기를 포기했나? 

누군가? 사람들은 외쳤다. 저 건방진 자는 누구기에 감히 스타판의 유일한 본좌에게 3:0의 승리를 자신했단 말인가? 그 프로토스 유저의 이름은 낯설었다. 사람들은 비로소 어렴풋이 그의 반반한 얼굴과 그리 특출나지 않은 지휘를 상기했다. 얼굴토스, 보통토스, 이번 인터뷰로 그의 별명은 막 하나 늘어난 참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입만 산 게이머, 입스타라며 비웃으며 조롱했다.

그가 푸켓에서 돌아왔다. 웃고 있었다.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이번에도 승리를 자신하는가. 그는 다시 대답했다. 3:0으로 승리하리라고. 그 웃음에 마에스트로는 불쾌했다. 

"자신감이 너무 넘치는 선수다."

스파키즈팀을 공포에 몰아넣던 그날처럼, 눈빛 하나로 상대를 전율케 하는 절대강자의 권위로 마에스트로는 상대를 향해 거칠게 내뱉었다. 상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이끄는 프로토스 역시 워포그에 감싸여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7일간 펼쳐진 마재윤의 천하는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결승이 다가왔다. 2월 24일 있었던 OSL결승 이후 7일만이었다. 마에스트로가 무대 위로 걸어나왔다. 전장을 지배하는 신의 눈을 들어 그는 오만하게 웃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이어 상대 프로토스 유저가 걸어나왔다. 그의 싸하도록 말끔한 얼굴로 엷은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두 사람은 지휘석에 자리했다. 마에스트로는 지휘봉을 들고, 전장 위에 예술을 펼치기 앞서 흘끗 상대의 아이디를 눈짓했다. 

비수[Bisu]. 

코웃음을 치고 마재윤은 전장에 강림했다. 누구도 행방을 의심치 않는 이상한 경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감히 마재윤을 상대로 3:0의 승리를 장담한 그 사람. 김택용이라는 이름의 프로게이머는 나지막이 비수를 들어 겨눴다. 전설이 될 그 이름 비수 더블넥의 등장이었다.

프로브가 느닷없이 마재윤의 본진으로 난입했다. 한번 스윽 기지를 둘러보는 김택용의 눈으로 새파란 웃음이 맺히고 있었다. 스타게이트가 올라갔다. 커세어가 소환되었다. 해설진들의 호흡이 가빠지며 비명과 고함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마에스트로의 본진이 흔들리고 있었다. 오버로드가 미친듯이 찢겨나가고 있었다.

하나, 둘, 커세어의 킬수를 세는 마재윤의 눈으로 핏줄이 올랐다. 셋, 넷. 저만치에서는 사람들의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템플러 아카이브가 지어지고 있었다. 다크 템플러! 사람들의 입으로 그 이름이 비명처럼 튀어나왔다. 게이트웨이에서 다크템플러가 나오자 사방천지를 경악과 공포가 뒤덮었다. 

시퍼렇게 날선 비수가 마재윤의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

마에스트로의 눈이 미친듯이 떨기 시작했다. 드론이 산산조각나고 히드라가 찢겨나간다. 이제 다크템플러들은 스파이어로 달려들고 있었다. 안된다. 그의 머리로 그런 생각이 스쳤다. 스파이어가 깨지면 경기는 끝이다.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 마재윤의 지휘봉이 떨어짐과 동시에 오버로드가 동원되고 히드라가 애둘러 들어왔다. 

잡을 수 있을까. 정신없이 본진으로 집결하는 마에스트로의 병력 위로,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들고 있었다. 사람들의 입에서 다시 한 번 탄식이 터졌다. 커세어가 몰려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오버로드를 찢어버린 커세어는 히드라를 피해 다시 유유히 사라졌다. 스파이어가 터졌다. 김택용의 멀티는 세 군대로 늘어나고 있었다. 마재윤의 병력이 앞마당 멀티로 달려들었지만 비수 더블넥은 캐논라인을 구축하고 있었다. 전장은 순식간에 피냄새 가득한 살육의 현장으로 변했다. 마재윤의 병력이 전멸당하는 즉시 비수의 병력이 이제는 마재윤의 다섯시 멀티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GG와 함께 마재윤은 멍하니, 지휘봉을 내려버렸다. 

1경기 직후 사람들은 이미 얼이 빠져 있었다. 김택용이? 그들은 반문했다. 몽상가도 아니고 천재도 아닌 비수 김택용이, 설마 마재윤을? 2경기를 위해 지휘석에 앉은 마재윤의 표정은 변해있었다. 여유롭던 그의 얼굴은 흙빛이었다.

셔틀이 날아들고 다크템플러가 뛰어내린다. 마재윤의 지휘봉이 또다시 흔들렸다. 캐스터들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빠르게 날아든 커세어가 제공권을 장악한 동시에 마재윤의 본진은 초토화되고 있었다. 여섯 마리, 일곱 마리, 캐스터는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여덟 마리, 아홉 마리. 

다크템플러의 칼날이 멈췄다. 이미 미네랄 필드는 비어있었다. 마에스트로의 드론이 전멸한 것이다. 이제 다크템플러들은 앞마당 레어에 달라붙었다. 레어가 무력하게 터지자마자 사람들의 입으로는 아주 기인, 탄식이 터져나왔다.

승패는 기울어 있었다. 김택용의 병력이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었다. 마재윤의 히드라들이 뛰쳐나오자마자 그것들의 머리위로 시퍼런 비수가 꽂혔다. 사이오닉 스톰. 크립이 일순간에 피바다로 변했다. 앞마당을 비집고 들어오는 김택용의 병력을 보며 마재윤은 헤드폰을 벗어버렸다. GG. 마재윤의 입에서 울음 같은 한숨이 터지고 있었다.

2:0의 스코어. 믿을 수 없지만 앞선 것은 김택용이었다. 방송과 관중과 모든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는 이제 거의 공포에 젖어있었다. 마재윤이, 전장의 지배자 마에스트로가 그들 눈 앞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결전의 3경기가 시작되었다.

비수 더블넥, 그리고 코닥체제. 마에스트로의 눈이 워포그를 꿰뚫고 김택용의 진영을 응시했다. 뮤탈과 스커지가 커세어와 미칠듯한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질럿 한 기가 앞마당으로 난입해 들어와 드론 한 기가 찢겨졌지만 아직 괜찮았다. 그의 지휘봉은 치열하게 전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뮤탈리스크 때문에 김택용은 채 다크템플러를 꺼내지 못했다.

막았어? 김택용의 새파란 눈이 워포그 너머에서 활주하는 뮤탈리스크를 향해 꽂혔다. 그럼 다른 방법을 사용해 볼까? 

비수 더블넥은 질럿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아칸과 섞여 본진을 뛰쳐나간 질럿이 마재윤의 중앙과 앞마당, 본진을 한꺼번에 뒤흔들었다. 마재윤의 지휘봉이 다시 흔들리고 있었다. 편대규모의 커세어가 다시금 오버로드를 갈갈이 찢으며 제공권을 휘어잡고, 본진에서는 셔틀에 다크템플러들이 탑승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심장이 차갑게 식어갔다. 전장은 고요했고 셔틀은 마에스트로의 본진으로 날아들었다. 네 기의 다크템플러가 오버로드 없는 텅 빈 본진으로 떨어져내렸다. 순식간에 레어로부터 피가 울컥 쏟아져 나왔다. 

카메라가 마재윤의 얼굴을 잡았다. 양대리그 4회 우승에 빛나는 절대 본좌 마에스트로는 하얗게 질려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어가 터졌다. 툭, 하고 누군가의 심장이 멈추는 소리가 울려펴졌다. 사람들은 숨을 삼켰다. 스크린으로는 마에스트로의 마지막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GG.

마재윤이 패배한 것이다.  

경악의 탄성이 사방천지를 뒤흔들었다. 레어 파괴, 히드라덴 파괴, 스파이어 파괴, 드론 전멸. 마재윤과 김택용의 경기는 저그가 프로토스에게 당할 수 있는, 상상력이 미치는 그 모든 치욕을 전부 쏟아부은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김택용은 씩 웃어보였다. 혁명이었다. 사람들은 탄식했다. 혁명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사람, 혁명가 김택용은 엷은 웃음과 함께 우승컵을 받아들었다. 입을 맞추는 그의 모습은 전율과 경악, 공포와 환희의 믿을 수 없는 총합으로 다가왔다. 마재윤은 말을 잇지 못했다. 꿈결처럼 그는 비어버린 자신의 왕좌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위로, 마에스트로의 지휘봉을 꺾어버린 혁명가는 왕좌에 비수를 꽂아넣었다.

혁명가는 선언했다. 독재는 끝났노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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