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주말에 한꺼번에 정주행을 했습니다. 현실적인 심리 묘사가 몰입도를 높여서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저는 남자이긴 하지만, 이 웹툰의 시점이 유미 시점이기도 하고,
솔직히 남자들 사고보다는 여자들 사고가 이해가 잘 될 때가 많아서
저는 유미에게 감정이입하면서 읽었거든요?
유미랑 웅이랑 크고 작은 트러블이 있었을 때에도,
유미가 과민반응을 한다기 보다는 웅이가 감성적인 면이 떨어진다고 느껴졌고,
이상한 자존심 내세우는 것도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됐고요.
그래도 웅이는 정도 많고 배려심도 깊은 남자였기 때문에 호감이 가는 캐릭터였고,
유미한테도 잘 맞다고 생각했어요. 유미도 그만큼 웅이를 좋아했었고요.
나중에 결국 웅이와의 기억들은 추억으로 남겨지게 되었지만요...
(그거 읽은 날 우울감이 몰려와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ㅠㅜㅠ 하필 비도 와서 ㅠㅜㅜㅠㅜ)
뭐... 어차피 잡을 수 없는 것들이니까요. 잡지 않는 편이 서로에게 나을 지도 모르고...
유미 쪽에서는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해서, 웅이 쪽에서는 유미에게 피해 주기 싫어서라고 말했지만
결국 둘 다 권태에 대한 핑계이니까요... (결국 그 나쁜 개새이 때문에 ㅠㅜㅜㅠㅜㅠ)
그리고 나중에 두 번째 남자 유바비가 나왔는데,
솔직히 유바비가 유미에게 정말 좋은 남자인지는 의심이 갔습니다.
바비가 완벽한 남자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유미가 바비에게 끌렸던 이유 역시도 어쩌면,
부족한 점이 많았던 웅이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능적으로 끌린 거죠. 그런데 이 '본능적으로 끌렸다'라는 부분이 맘에 안 드는 겁니다.
저는 사랑이, 즉흥적 감정보다는, 서로를 진심으로, 인격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과 열망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웅이와는 그런 것이 성공했고요.
그런데 바비의 배려는 웅이의 배려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사람을 너무 꿰뚫어본다는 느낌일까요. 눈치가 백만 단이라서 세세한 감정을 하나하나 다 캐치해서 유미에게 배려를 해 주는데,
그게 저에게는 어떤 뉘앙스로 다가오냐면,
'난 이렇게 완벽하니까 넌 내 게 될 수밖에 없어. 네가 아무리 달아나려 해도 넌 어차피 내 손바닥 안에 있어.'
조금 과장하자면 이런 느낌일까요.
정작 자신은 조금도 자신을 열어보이지 않고, 조금도 희생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만 유미를 끌어들인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눈치도 배려심도 있는 데다가 '헌신의 의지'까지 있으면 매력이 있을텐데,
바비의 신비주의가 그 부분을 가렸고, 제 공감을 사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유바비 잘생김!!!♥♥♥♥' 하는 맹목적인 여성 독자들의 편도 아니고,
'새이는 욕해대면서 유바비는 욕 안 하네?' 하는 비뚤어져빠진 남성 독자들의 편도 아닙니다.
제가 이 웹툰을 보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앞서 말했듯이 여성 독자 대상이라는 점이지만,
섬세하고 감성적인 심리 묘사를 담아낸 따뜻하고 간지러운 스토리를 원한 것이지,
3류 로맨스 소설같이 현존하지 않는 남자를 가져다 놓고 '너무 잘생겨서 반해버렸다' 따위의 스토리를 원한 것은 아닙니다.
작가님이 원하시는 길이 어느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독자들 의식한다고 후자 쪽으로 가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것보단 차라리 바비와 연애를 하지 않고, 유미의 글쓰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낫습니다.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