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끔뻐끔'
담배연기가 어미 찾아가듯 구름을 쫓고있었다. 두 다리를 벌려 계단에 걸터 앉아 한모금 위안을 갖고있는 희철이었다.
그의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어머니가 통장에 돈 넣어뒀어..."
말 끝에 한숨은 담배를 맛있게하는 원천중 하나였다. 다 낡아 빠진 점퍼하나만 껴입고 뽀끔뽀끔 담배를 빨아재끼는 그의 모습은 거지꼴이었다.
킥킥, 희철은 스스로의 모습이 너무 웃겨 쪼개다가 목구멍에 담배연기가 걸려 켁켁대며 고통스러워했다.
찔끔흐른 두 눈물을 손등으로 훑어내었다. 몹시 추운날씨 덕에 눈물이 묻은 자국에서 추위가 눌러 붙어버렸다.
"들어가자...."
방에 들어가니, 쓰레기, 티팬티, 꽁초들, 술병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러나 친숙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나마 이런 방이 위안을 주니깐.
수북히 쌓인 원고들을 뒤적이며 쌓아둔 동전들을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100원짜리 22개, 500원짜리 4개.... 이번 달 월세내고 전화요금내고 생활비를 제하면 담배 살 돈은 없음은 분명했다.
그렇다고 술을 줄일 수는 없으니, 과감하게 식비에서 까기로했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불꺼진 장초를 입에 물고 우물우물, 희철은 액정을 뚫어져라 보고있었지만 손가락으로 타자를 차마 치지 못하고 있었다.
지영은 이별통보로 마지막 문자라는 것이,
'티팬티는 가져.'
"씨발년...."
작게 깔리는 희철의 목소리는 우울했다. 급격히 차오르는 분노에 휴대전화를 던지진 못하고, 재떨이를 던지자 원고 위로 담뱃재가 차르륵 흩어졌다.
얼굴을 싸잡고 희철은 한참을 있었다. 그러나 눈물은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그저 뻐근했다.
"씨발...티팬티..."
이걸 버려야하나 말아야하나 희철은 망설여졌다.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여자에 관한 증표가 되리라.
가난한 거지에 게으름뱅이, 글 파는 낭만주의자 거기다 레쓰비를 좋아하는 골초에겐 더이상 여자는 없을 것 같았다.
결국 흔적이라는 미련을 놓지도 못한 희철은 닫힌 커텐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배고파 씨팔!"
그에겐 무엇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