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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슬픔과 분노가 치밉니다” 법륜 스님의 답변
게시물ID : sewol_227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엔케이nk
추천 : 13
조회수 : 1140회
댓글수 : 69개
등록시간 : 2014/04/30 10:10:47

세월호 침몰 사고를 보며 많은 국민들이 어린 학생들을 잃었다는 사실에 살을 에이는 슬픔과 분노를 느껴가고 있습니다. 지금 사회 분위기는 다들 화가 나서 폭발하기 직전인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떤 관점을 갖고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지난 4월 22일 포항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서 고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님의 질문에 법륜 스님이 답한 내용입니다. 



질문자 : “세월호 침몰 사고를 보고 마음이 너무나 답답합니다. 실종된 분들이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같은 고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으로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메어집니다. 또 한편으로는 사고를 일으킨 선장과 사태 수습을 제대로 못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분노가 치밉니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이 철저히 밝혀져서 다음에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해 우리 국민들과 고등학생을 가진 부모님들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요?”


법륜 스님 : “먼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들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또 실종자들의 생환을 위해 기도합니다. 보는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가족들의 마음이야 어떻겠습니까? 그러나 이 사건은 이미 일어나 버렸고 이제 남은 일은 최선을 다해 실종자들을 구하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살아있는 우리의 책임입니다.


우리는 이런 불행한 사건이 생겨났을 때 대부분 다 남을 탓하게 됩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너무나 분하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 탓, 회사 탓, 선장 탓을 하게 되죠. 그런데 이런 대형 사고는 어떤 특정한 한 사람이 잘못해서 생겨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은 보통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되어 일어납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희생자를 천도하고 그 가족을 위로하는 일과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번 사고의 원인을 잘 밝혀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이 일을 통해서 이제까지의 우리들의 삶을 진지하게 한번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잘 살펴보면 이 일은 침몰 사건에 연루된 선장 등 몇몇 사람들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그들 몇몇 사람만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성실하게 일해서 성공하려고 하기 보다는 쉽고 편하게 성공하려고 하고 요행을 바라는 분위기였습니다. 돈보다는 사람의 목숨을 더 중하게 여기는 안전제일주의가 아니라, 돈만 벌리면 뭐든지 해도 된다는 그런 물질주의, 배금주의가 사회곳곳에 풍미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도에 지나치기는 했지만 이번 사고는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입니다. 배를 운행하는 사람에게 안전교육을 철저하게 시켰을까요? 또, 배의 안전운항을 위해 각종 검사는 제대로 했을까요? 우리도 소방 훈련을 받을 때 진짜 불날 것을 대비해서 훈련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훈련 시간이 길어지면 왜 빨리 안 끝내냐며 아우성이잖아요. 차를 탈 때 안전벨트 메라고 해도 제대로 잘 듣습니까? 귀찮게 생각하잖아요. 왜 그럴까요? 마음속으로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요행을 바라고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 사건으로 난리를 피우지만 그때뿐이고 몇 달 지나면 또 다시 그런 일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일상에 묻힐 것입니다. 


지금 조사를 해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배만 그럴까요? 지금 사고가 안 난 곳들도 다시 조사를 해보면 이런 문제들이 안 나올까요? 다 나옵니다. 지금 우리는 선장과 선원들을 죽일 놈들이라 욕하지만 어쩌면 본인들은 억울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우리사회가 전반적으로 직업윤리의식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의사의 직업윤리는 ‘환자를 우선한다’ 라고 되어있지만 현실에서는 환자보다 돈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교인들도 찾아오는 사람들의 아픔보다는 돈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현상은 어느 한부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부분이 지금 이런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되어 있는 한, 대형참사가 요행히 안 일어났던 것이지 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만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옛날에 우리가 가난해서 먹고 살기 힘들 때는 좀 사고가 나더라도 부정한 방법까지 동원해 가면서도 돈벌기 위해서는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런 노력으로 많은 부를 축적하며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먹고 살만한 상황이 되었잖아요. 그러니 이제는 압축성장에서 오는 각종 부작용에 대해서 조금씩 조금씩 개선 해나가야 할 때입니다. 


이런 부작용을 개선하려면 이제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질서를 확립 해나가야 합니다. 법질서가 제대로 확립 되려면 위에서부터 법을 잘 지켜야 합니다. 오히려 밑에서는 좀 잘 못하더라도 봐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거꾸로 되어 있습니다. 위는 잘못해도 대충 봐주고, 아래는 원칙을 엄격히 적용합니다. 그러다보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법질서를 꼭 지키자고 해도 아무도 마음에서 동의를 잘 안 합니다. 그래서 일반국민들은 걸리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위에서부터 분명하게 잘 지켜줘야 밑에서도 질서가 잡히게 되는 것입니다. 


분명 항해 수칙에는 ‘배에 문제가 생기면 선장은 배와 함께 죽더라도 승객을 먼저 구조하고 자기는 맨 마지막에 내려라’ 는 규칙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분이 선장을 처음 한 것도 아니고 연륜이 오래되었는데도 이 부분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직업윤리 의식이 매우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이 분만 그렇겠어요? 다른 분들도 그럴 수 있겠지요. 이런 것들이 지금 우리 사회의 어느 한 부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 우리 사회가 안전불감증에 걸렸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하자는 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움칠해하고 침울해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 정말 우리가 이제는 GDP 숫자 크기 갖고 잘 사는 기준을 잡을 것이 아니구나. 사회 전체를 재정비하자’ 이렇게 각성되어야 합니다. 무조건 몇 사람에게 죄를 물어 처벌한다고 사회제도가 고쳐지는 것은 아닙니다. 재발을 막으려면 우리 모두의 반성이 필요합니다. 


어른들의 얼렁뚱땅 하는 이런 문화가 결국 우리가 사랑하는 아이들을 희생시킨 것입니다. 정말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은 이제는 돈이나 재산이 아니라 정말로 안전한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을 보며 안타까워하거나 움츠려 들기만 할 게 아니라 크게 깨달아서 변화를 가져오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 사고 자체는 불행한 일이지만 이 사고를 통해서 한국사회가 더욱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사회 분위기는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폭발하기 직전입니다. 누구 하나라도 잡아서 몰매라도 때려야 분이 풀릴 지경입니다. 누구 한명이라도 걸리기만 하면 죽어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지금 사회 전체가 움츠려들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침체되어 있습니다. 조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자숙하는 분들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잘못 걸릴까봐 잔뜩 움츠러 들어있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안타까운 마음에 이렇게 움츠려 들어 있지만, 조금 지나면 경기침체로 손해를 본 사람들의 또 다른 불만이 분출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책임을 지고 반성해야 합니다. 승객을 책임지지 않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만 비난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분노의 감정대로 한다면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서 중벌을 주어야 우리 속이 시원하겠지만 이것은 법의 정신에 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법치 국가이고, 법치 국가는 죄형 법정주의, 즉 법에 정한만큼 처벌을 해야 합니다. 이 법이 잘 못되었다면 다음부터는 법을 개정해서 적용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럴 때 일수록 우리는 더 법을 잘 지키고 법의 미비함을 발견했다면 국민적 합의를 통해 법을 개정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 우리들의 슬픔과 안타까움이 이루 말할 수가 없지만, 그렇다고 계속 위축되어 있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정말 반성을 한다면 이 문제를 풀어내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사회를 어떻게 개혁할 것이냐 하는 미래지향적인 행동을 보여야 합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해서 안전점검이 필요할 때가 되었습니다. 사건의 원인을 종교적 윤리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옳지 않고, 보복 논리로 접근하는 것도 옳지 않고, 특정인에게만 책임지우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이번일은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합니다. 회사도 이제부터는 너무 이익 중심으로만 가지 말고 안전을 중시하면서 이익을 추구해야 합니다. 기업 운영 방향이 크게 바뀌어야 합니다. 안전성을 감독하는 공무원들도 자기 직분에 충실해야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직업 윤리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인의 도덕적인 행동은 비교적 잘 함에도 불구하고, 직업윤리는, 즉 의사로서의 윤리, 종교인으로서의 윤리, 기업인으로서의 윤리는 상당히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각 부분에서 일을 할 때 그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한 윤리 의식과 책임 의식에 대한 교육이 철저히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는 우리사회에 이런 불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함께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봅시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봅시다. 이것이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분들을 위한 진정한 추모이며, 살아있는 우리들의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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