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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이 끼치는 악영향의 징후는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편 중독에 대한 대처은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 때 일반 사람들이 아편을 먹는 일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만큼 아편은 자연스러운 기호품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실제로 1870년대의 아편은 1970년대의 담배보다 더욱 쉽고 폭넓게 구입할 수 있었다. 당시에 아편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주로 가난하고 낮은 계층사람들이었는데, 기록에 의하면 가난이 심하면 심할수록 구매욕구는 더욱 더 크게 나타났다.
아편이 일반인들이나 의학자들 사이에 전혀 문제되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19세기에 접어들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예로 30년간 아편을 복용해 온 생명보험 가입자의 죽음에 대해, 아편 중독이 그의 예상 수명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보험사가 보험금 지불을 거절했다. 그리고 수년 후 스코틀랜드 법정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런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아편제들이 무해하다고 주장하던 의사들도 의심스러운 발언을 하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 새롭게 등장한 공중위생운동원들이 내놓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아편제가 포함된 약품들의 효력을 우려하기 시작한 시점은 1830년대부터였다. 그 뒤 30년이 지난 1860년대에 이르자 그때까지 진행된 많은 조사들을 통해 아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겨났다. 즉 아편은 다른 독약들과 함께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회적이고 의학적인 문제로 간주되었으며, 상습적으로 복용하면 고질적인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망 통계에서도 아편이 죽음의 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전제에 두고 조사가 이루어졌다.
다양한 조사 결과 1860년에 모든 치명적인 중독들 중 3분의 1이 아편제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영국 내의 건강 관련 간행물들도 사회적으로 보편화된 아편의 과잉 복용과 중독문제에 대해 기사나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당시에는 아편제를 치료용으로 조금 복용하여 고통만 잊으려고 했던 사람들도 과잉 복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는 아편 혼합물에 들어 있는 믿을 수 없는 아편농도, 복용량의 비표준화, 조악한 품질에 있었다. 예를 들어 같은 약품이지만 한 약제사의 아편제가 다른 약제사의 아편제보다 훨씬 더 독할 수 있었으며, 상습적인 아편 사용자들은 그들이 복용할 수 있는 한계를 잘못 판단해 과잉 복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이런 문제 말고도 아편은 19세기에 일어난 대다수 자살사건에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현대인의 입장에서 아편의 유독성이 밝혀지는 과정을 살펴보다 보면 당시 사람들의 무지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도 19세기 사람들과 똑같은 무지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현재 벌어진고 있는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19세기 영국 사람들이 벌였던 아편에 대한 논란과 너무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담배를 마약으로 분류하여 인류의 가장 큰 적이라고 규정짓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기호품이라고 선호하기도 한다. 담배에 대한 유해 논란이 어떻게 결정될지는 모르지만, 1세기가 흐른 뒤에 우리의 후손들도 현재의 우리가 담배에 대해 벌이는 논란을 두고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
“21세기 사람들의 무지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출처 | http://blog.daum.net/bluros/662622 푸른 장미님의 블로그에서 발췌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