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단절이란게 참 무섭다.. 일제 강점기 세대가 자기가 겪은 일을 말해도.. 근거를 대라 말하는 시대라니.. 증언하는 사람이 죽고 없어진다고 해서 그 일이 없던게 되는건 아니잖아. 반도인, 한토진, 한토징.. 이게 없던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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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학생때의 일입니다.
4학년이라 학교에서 중국근현대사를 배울때였는데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근현대사 학회 가면 복잡하다 5.4운동에 대해서 발표하면 누군가 나타나서는 '내가 그때 경험해 봤는데 그렇지 않더라' 라고 말한다' 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뒤이어 교수님께서는 이런말도 하셨지요 '그런데 역사라는건 아무리 그래도 증거로 말하는거고 실제로 한두 사람이 경험한 것이 모든 것을 대표할 수는 없는거다'
아직 어렸던(라고 해봤자 몇년 전이지만) 저로써는 무척이나 기억에 남았던 말씀이었습니다.
역사란 증거로 말하는 것인데다 한두사람의 실제 경험이 그 사건 전체를 기억할수는 없다라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제야 조금 그 맥락이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
저희 아버지는 어린시절 서당에 다니셨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모든 사람들이 학교대신에 서당을 다니신줄 아십니다.
저 또한 이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를 완전히 믿기 어렵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의 교육사에 대해서 전 '배웠기' 때문이지요.
제가 배웠던 한국의 교육사는 근거와 증거를 기반으로 저를 설득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제가 배운 이 내용을 아버님의 개인적인 경험 대신에 더 신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역사의 단절이란 과거의 개인의 경험이 후손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을 말하는게 아닙니다.
그 과거의 사건 전체에 대해서 증명하고 증언해줄 역사적 근거가 소멸하고 학자들에게 하찮게 여겨지면서 점차 잊혀지는것을 말합니다.
과거는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에 후대의 사람들은 철저하게 그 근거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두명의 증언은 좋은 근거가 되지만 곧 과거를 이해하는데 충분조건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증언이 다른 다수의 근거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면 더더욱 그렇지요.
결국 학자는 역사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서 더더욱 과거를 밝히는데 창의적 방법을 이용하고 근거에 매달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본론을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역사의 단절을 어떤 블로그의 주인장이 이야기 합니다. 그 주인장은 근거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눈빛을 억지로 피해야만 했습니다. 오직 그에게는 자신의 조부님께서 증언하신 '개인적인 경험'외에는 없지요. 그는 이 근거를 '맹신'합니다. 그래서 근거가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했습니다.
좋습니다. 뭐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는 정도라면 그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하지만 이를 가지고 누군가를 설득하려고 한다면 응당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야만 합니다. 이 블로그 주인장이 가진 조부님의 증언 만으로는 불충분하지요. 하지만 이 주인장은 이를 몰랐던 것일까요? 결국 요구되어진 근거 대신에 자신의 공간에 가서 한탄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