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0년대부터 유럽 형태의 근대성 이식이라는 측면에서 러시아는 길고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러시아는 70여 년 동안 사회주의 실험을 했다. 러시아의 사회주의는 효율성이 결핍되었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고, 혹은 효율성이 더 높은 유럽 양식의 근대성에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러시아의 독특한 지연地緣 현실과 지연 정치적 경험 및 지연 문화적 신분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다음의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즉 러시아의 사회주의 실험은 사실상은 유럽 양식을 띤 자본주의의 한 변종이라는 것이다. 양자는 대규모 자본축적과 자본운용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측면에서, 사회 생산력을 크게 향상시켜 근대화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양자의 다른 점은 유럽은 시장과 개인의 작용을 더 중시했고, 러시아는 이와 달리 국가계획의 작용을 더 중시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는 러시아의 독특한 역사 및 문화적 배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사회주의 실험은 유럽 양식과는 다른 근대성을 대표하게 되었고, 이러한 종류의 근대성은 사실상 더 효율성 높은 근대성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길이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러시아의 사회주의 실험은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유럽식 정치적 현대성을 이식하는 데 러시아는 대단히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이러한 성공 또한 사회주의 실험이라는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전 70년 동안에 사회경제발전 수준을 대폭 끌어올리지 못했다면 1990년대 초의 혁명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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