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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솜누스. 그의 정원에는 양귀비 꽃이 만발하였다고 한다.
솜누스가 들고 있는 양귀비는 풍요의 여신 케레스와도 연결되어 있다. 케레스를 위한 의식행사에서 양귀비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솜누스의 아들이 모르페우스라는 사실은 아편과 그의 부산물인 모르핀 사이에 은유적인 연관성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로마인들은 아편을 진통제와 신성한 약으로 생각했을 뿐 아니라 편리한 독약으로도 사용했다. 이런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들은 최고의 쾌락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려는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였다. 아편을 이렇게 사용한 사람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로마 정벌에 나선 명장 한니발이다. 그는 자신의 반지 속에 치사량의 아편을 항상 넣고 다녔다. 그리고 그는 반지를 사용할 때가 되자 비시니아의 리비사에서 최고의 즐거움을 느끼며 생을 마감했다.
한니발
하지만 아편이 가장 큰 매력을 발휘한 곳은 암살자의 손아귀에서였다. 누군가를 없애야 하는 암살자들에게 아편은 구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암살 성공률도 높은 약품이었다. 표적이 된 사람에게 접근만 할 수 있다면 아무도 몰래 음식물이나 음료에 넣기에 아주 간편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독약을 먹고 죽은 사람의 얼굴 표정은 내장이 찢어지는 고통에 의해 마치 아귀와도 같이 일그러지는 데 반해 아편으로 죽은 사람은 지극히 평온한 모습을 한다. 그러기 때문에 암살이 성공한 뒤에도 의심을 덜 받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독약이었다.
아편이 독약으로 사용되었던 사례는 많다. 역사가 코르넬리우스 네포스(기원전 1세기 경에 활동한 로마의 역사가,웅변가)에 따르면, 기원전 367년에 디오니시우스(로마 교황)의 아들은 의사들과 함께 그의 아버지에게 아편을 과잉 복용하게 만들었다. 또한 서기 55년에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마지막 아내인 아그리피나는 자신의 아들인 네로에게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서 열네 살 된 수양아들 브리타니쿠스의 포도주에 한 웅큼의 아편을 넣어 마시게 했다.
폭군 네로의 어머니 아그리피나
아편이 의약용으로 사용될 때는 다른 물질들과 섞어서 사용된다. 오늘날 아편이 기분전환 약품이라고 불리듯이 단순히 기분전환용이나 독살을 위한 무기로 사용할 때는 아편의 쓰디쓴 맛을 없애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런 용도로 사용될 때는 쓴맛을 희석시키거나 감추기 위해서 꿀과 섞어서 먹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편이 지닌 유익한 특성이 널리 퍼짐에 따라 아편을 먹는 로마인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기원후 2세기에 리시스는 아무런 고통 없이 아편 즙 4드램(1드램은 1.722그램이다)을 먹을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아편을 처음 먹는 사람이 4드램이라는 양을 먹으면 그 사람은 암살자가 준 독약을 먹은 것과 똑같은 처지가 된다. 리시스가 이 정도나 되는 양을 먹고도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은 그가 이미 아편에 심각하게 중독되었다는 말과 같다.
기원후 1세기와 2세기에 유명한 의사였던 가렌은 아편이 해독작용 외에 두통, 현기증, 귀먹음, 간질, 약한 시력, 기관지염, 해소, 기침, 토혈, 복통, 황달, 비장 경화, 담석, 비뇨기과 질환, 발열, 나병, 월경불순, 검은 담즙 과다 외에도 모든 전염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아편을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시이 치료하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코모두스 황제 및 세베루스 황제 등에게 아편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처방하였다.
하지만 가레은 아편에 대한 신뢰만큼 연구도 많이 하였다. 그 결과 아편이 유독한 면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아편으로 지속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복용량을 계속 늘려야 한다는 인체의 내성 개념도 이해하고 있었다.
한편, 원로원 의원 프리니는 양귀비 씨앗이 유용한 수면제이고, 양귀비 수액은 두통과 관절염을 고치고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저술했다.
아편은 문학에서도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기원전 70년에서 기원전 19년 사이에 살았던 로마의 국민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자시의 작품 <농경시>, <아에네이드>에서 아편을 수면제로 언급하였다. 작품에는 ‘이슬과 같은 꿀과 최면의 양귀비를 주다’와 ‘망각의 강에 영면으로 흠뻑 젖은 양귀비들’같은 시구들이 나오는데, 아편의 효능을 말하고 있다.
출처 | 푸른 장미님의 블로그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