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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의 역사 (7) 그리스의 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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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Lemonade
추천 : 16
조회수 : 188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20 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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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아편은 예전에는 금기시되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리스인들에게 아편은 정식적․초자연적 측면에서 사용되는 좋은 물질 중의 하나였다. 특히 데메테르(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농업,풍요,결혼의 여신) 종파의 입문자들에게는 많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설에 따르면, 데메테르가 저승의 신 하데스에게 납치된 딸 페르세포네를 찾아 헤매다가 들판에 핀 양귀비 꽃들을 발견하고는 무심코 그 꼬투리에서 분비되는 수액을 맛본 뒤 잃어버린 딸에 대한 고뇌를 잊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데메테르를 새겨놓은 조각상이나 그림에는 여신이 다른 농작물이 아닌 한 송이의 양귀비꽃을 쥐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여신의 제단에도 양귀비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실제로 엘레우시스(그리스 아테네서 북서쪽으로 약 20킬로미터 떨어진 여신 데메테르의 성지(聖地))에서 행해진 데메테를 여신을 위한 의식에서는 그 해에 죽은 사람들에 대한 슬픔을 잊기 위해 의식에 참여한 사람들이 아편을 복용했으며, 아편 복용의 효과로 젖어드는 짧은 수면은 봄의 생명력을 맞이하기 위한 겨울의 휴식으로 이해하였다.

 

아편은 의약적인 측면에서도 아스클레피오스(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의 사제들에게 매우 유용한 물질로 사용되었다. 이들은 환자들에게 아편을 복용하도록 하였으며 환자들은 사제가 병을 치료하는 동안 아편의 약효에 의해 잠이 들었다. 그때까지도 아편은 사제들에 의해 신비한 물질이나 병을 치료하는 치료제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초자연적인 힘을 간직한 것으로 대접받던 아편은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세기 경에 활동한 그리스의 의학자)에 의해 끝을 보게 되었다.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는 아편이 누려왔던 마법적이고 신비적인 지위를 빼앗고 하제․수면제․마취제․지혈제 등에 사용되는 약이라는 새로운 지위를 부여하였다. 합리적인 사상가였던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여겼으며, 자연에서 얻은 질병은 당연히 자연에서 얻은 치료약으로 고칠 수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아편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가진 어떤 존재가 아니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치료약 중에 하나로 생각하여 다른 물질과 마찬가지로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히포크라테스는 백대하와 자궁의 질식을 치료하기 위해 쐐기풀 씨앗을 최면성의 메코니온(흰 양귀비 즙)과 혼합해 마시라고 처방하였다. 그리고 그는 아편 자체를 치료약으로 사용하는 것은 자제하라고 하였다. 만약 어쩔 수 엇이 사용하더라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경고하였다. 이러한 처방은 이미 아편의 악마성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생각은 히포크라테스 선서 원문에도 담겨 있다.

 

나는 내 능력과 판단에 의해 … 누가 원한다 해도 생명에 치명적인 약물을 주거나 주도록 권유하지 않을 것이다.

 

아편은 문학에서도 모습을 드러낸다. 호머는 <오디세이아>에서 걱정을 잊게 해주는 약에 관해 언급했다. 이 약품은 아편을 원료로 하여 만든 것이었다.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를 방문했을 때 메넬라오스는 트로이 전쟁 때 죽어간 오디세우스와 다른 전사들에 대한 슬픈 추억을 달래기 위해 연회를 베푼다. 이 때 헬레네가 특별히 준비한 감로주를 내오는 대목이 나온다.

 

제우스의 딸 헬레네가 포도주에 약을 부었다. 그들은 걱정을 잊게 하는 이 약(nepenthe)을 마셨으며, 이 약은 그들로 하여금 모든 슬픔을 잊게 했다. 이 약을 마신 사람들은 어머니나 아버지가 죽었어도, 형제나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해도 눈물 흘리지 않았다. 경이롭고 불가사의하며 유익함과 치명적인 힘을 모두 지닌 이 약을 헬레네는 이집트 토스의 아내인 폴리다마한테 받았다.

 

오랫동안 학자들은 걱정을 잊게 해주는 이 약을 해시시(hashish)(성숙한 대마의 꽃대 부분에서 채취한 수지를 원료로 만든 마약)라고 짐작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기술되어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약에 취한 사람들의 모습은 해시시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아편을 복용한 뒤 나타나는 증상에 가깝다. 아편을 복용하면 분노와 슬픔이 억제되어 모든 것에 무관심해지지만 해시시는 정신 착란의 흥분상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시를 통해 호머는 시적 파격뿐만 아니라 중독된 사람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내용을 자세히 묘사했다. 실제로 그리스인들은 알콜에 아편을 섞어 공포와 고뇌를 잊고 생각하기 싫은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한 진정제로 사용하였다. 또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사용하기도 했다.

 

아편이 가진 이런 특징 때문에 슬픔을 잊게 하거나 희석시키는 용도로 사용하는 곳은 지금도 존재한다. 중동의 어느 지역에서는 양귀비로 차를 만들어 얼음을 띄운 뒤 장례식장에 온 조문객들에게 음료로 내놓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 푸른 장미님의 블로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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