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조금 넘은 아기인데요, 나가는 걸 좋아해서 더 어릴 때부터 하루 두 세 번은 아기띠를 하고 산책을 해왔습니다.
최근에 날씨가 쌀쌀해지다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고, 애 춥겠다.”라는 말과 마주치네요. 어제만 해도 세 번 들었고 많이 들은 날은 대여섯 번까지는 듣는 거 같습니다. 한 번은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데 옆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께 허벅지를 가볍게 찰싹 맞은 적도 있어요. “엄마는 이래 입고 애기는 춥게 입혔다”고.
처음으로 맞는 겨울이라 저도 처음에는 어떻게 입혀야 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아기띠하면 바지가 말려 올라가 맨살이 나온다든지 하는 점을 눈치를 못챘었어요. 그래서 ‘아, 정말 춥겠구나. 엄마가 미안해 ㅠ’하고 깨닫고 나서 요즘에는 얼굴만 나오게 여러 겹 입힙니다.
그런데도 “아이고 애 춥다”는 말은 줄질 않네요. 이뻐서, 걱정돼서 그러시는 거려니 하고 처음에는 진짜 감사히 여겼고 요즘에는 이해하고 삼키려 하고 있지만 집에서 엉엉 우는 아기 달개고 달래 양말 신기고 바지, 잠바 입혀서 나와 온몸에 진이 빠진 채 걷고 있는데 “아이고, 애 춥다”하시면.
추우면 우는 아기입니다. 따뜻한 곳에 들어갈 때까지 칭얼거리거나 울어요. 가만 있는다는 건 괜찮다는 뜻인 것 같은데.
이제는 그 말에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아요. 맞은 편에서 약간 연세 있으신 분이 걸어오시면 저도 모르게 약간 떨어져서 빨리 걷게 되더라고요.
걱정되어 해주시는 말인 걸 알지만 그 말 들을 때마다 자꾸 추운데 데리고 나오는, 옷도 제대로 못 입히는 못난 엄마가 된 것같아 자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