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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돌리는 두 톱니바퀴
게시물ID : history_225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심분리기
추천 : 5
조회수 : 68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8/14 10:53:57
역사를 돌리는 두 톱니바퀴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 거기엔 항상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좋은 이유와 진짜 이유.” J.P. 모건의 짧은 인용구는 어느 곳에나 적용 가능하다. 소개팅 후에 마음이 들지 않는 상대에게 집에 일이 생겼다고 먼저 돌아가는 사람은 이 말을 개인적으로 적용한 사례일 것이다. 진짜 이유인 ‘빨리 헤어지기 위해’, 좋은 이유인 ‘집 안에 일이 있어서’를 들먹이는 것이다. 또 사회적 기업임을 광고하기위해 자선사업을 하며 그만큼 세금을 환급받는 대기업의 사례는 사회나 단체에서의 활용이다. 우리는 이 좋은 이유를 명분이라 부르고, 진짜 이유를 실리라고 한다. 이 두 개의 톱니바퀴를 적용시키기 가장 적절한 분야는 아마도 역사가 아닐까 싶다. 역사는 개인의 선택과 단체의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역사를 이해할 때는 반드시 이 두 개의 톱니바퀴를 함께 봐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오해를 할 수 있다. 전쟁이 지도자의 분노로 시작된다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고, 과거의 사람들이 현대의 사람들에 비해 지적으로 부족하고 비이성적이라는 오판을 할 수도 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생각이다. 또 기억해야 하는 점은, 명분이 항상 상식으로 볼 때 옳은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실리 또한 금전이나 힘을 얻기 위한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이 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겠다.

 명분이 정의를 말하지 않는 경우의 예로 영국의 성공회 창설 배경을 이야기 해보겠다. 헨리 8세는 난폭한 성품과 화려한 스캔들로 유명한 왕이다. 헨리 8세의 업적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왕비 캐서린과의 이혼을 하기 위해 로마 가톨릭과 척을 지고, 영국의 국교인 성공회를 만든 것이다. 아들을 갖고 싶었던 헨리 8세는 당시 왕비이었던 캐서린이 아이를 낳기에는 너무 많은 나이라 그녀와 이혼을 하고 애첩과 결혼을 하고자 한다. 하여, 이혼을 승인해 달라고 교황청에 연락을 취했지만 교황청은 이 이혼을 승인하지 않았다. 왕비 캐서린은 당시 교황청을 쥐락펴락했던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의 이모였기에, 카를 5세의 압력으로 이혼이 승인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헨리 8세는 로마 가톨릭과의 관계를 끊고. 스스로가 교회에 수장이 되는 “수장령”을 선포하여 영국 교회의 수장이 되고 오늘 날까지 영국의 국교인 성공회가 이렇게 탄생한다. 즉 ‘이혼’이라는 명분으로 로마 가톨릭과 절연을 한 셈인데, 사정을 자세히 보면 더욱 복잡하다.

  헨리 8세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왕인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였다. 엘리자베스 시기에 영국이 유럽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이전의 유럽의 패권은 신성로마제국과 스페인의 황제인 카를 5세가 잡고 있었으며, 이에 대항하여 영국, 프랑스와 교황청이 동맹을 맺고 대항하였으나 오히려 동맹군이 패배하고 로마까지 카를 5세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 위기를 느낀 헨리 8세는 군대를 더욱 강하게 무장하고 많은 요새를 새웠는데, 이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때마침 교황청은 새로이 생겨나는 신교들과 인본주의로 그 힘이 이전과 같지 않았지만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에 눈독을 들인 것이었다. 그는 죽은 지 300년도 더 지난 캔터베리 대주교 토마스 베켓을 역모 혐의로 고발해 유죄를 선고한 다음 그의 무덤을 부수고 유해를 불태웠으며 그의 무덤을 찾는 순례객들이 바쳤던 막대한 재물을 몰수하였다. 이 재물로 전쟁비용을 충당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낭비벽을 충족시키는 것에도 사용하였다. 다시 이야기를 짧게 줄이자면 전쟁비용의 준비와 낭비벽을 충족시키고 영국 내에서 교황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진짜 이유를 위해, 그다지 정의롭진 않지만 좋은 이유를 가지고 온 것이다. 
  또 이런 진짜 이유와 좋은 이유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분야는 외교 부분이다. 서희의 활약이 돋보였던 고려와 거란의 전쟁의 예가 좋은 예이다. 당시 거란은 스스로를 고구려의 후신임을 자처하며, 신라의 후신인 고려가 자신들의 전신인 고구려의 땅을 차지하고 있다는 좋은 이유로 고려를 침략한다. 이에 숨은 진짜 이유는 송의 동아시아 지배권을 약화시키고, 스스로가 동아시아의 패권국이 되는 것이었다. 당시 송에 복속하고 있던 고려로부터 복속을 받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었다. 하지망 고려 조정은 그들의 숨은 뜻과 명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그들의 침략에 거란에게 항복을 해야 한다는 항복론과 거란에게 일정의 땅을 양보함으로 전쟁을 끝내자는 할지론을 가지고 논의를 한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당시 내사시랑을 맡고 있던 서희의 선항전 후협의 방안이 받아들여짐으로, 고려는 거란과 회담을 갖게 된다. 그곳에서 서희는 거란이 고구려의 후신이라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부정한다. 고려의 이름이 고구려에서 온 것과 도읍이 고구려, 고려 모두 평양이란 점을 이야기함으로 고려가 고구려 후예라는 것을 증명함고 거란의 침략 명분을 부정하였다. 동시에 거란에 복속을 하겠다며 그들의 진짜 목적을 충족시켜 줌으로 강동육주를 얻는 외교적 성과를 이룬다. 명분으로 그들의 행동을 제한하고 실리를 채워줌으로, 고려 또한 영토의 확장이라는 실리를 얻은 것이다.

  역사는 지금의 연속이다. 이제 와서 역사라고 말하는 사건들은 한 때는 지금이었다. 역사를 단순히 소설이나 이야기로 인식한다면 역사의 사건을 명분으로만 판단해도 좋지만, 역사는 소설이 아니라 과거의 지금이다. 때문에 실리와 명분 두 가지를 파악하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국가의 선택에서 명분이 중요한 이유는 외부적으로는 국제 관계에 있고, 내부적으론 정권의 안정성에 있다. 이는 과거나 지금이나 그다지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대량학살무기를 핑계로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경우를 볼 수 있다. 진짜 이유인 국방력 과시와 미래 에너지 확보를 숨기기 위해, 좋은 이유인 대량학살무기의 제거라는 카드를 사용한 것이다. 싸움은 분노와 미움으로 시작되지만 전쟁은 이성과 욕망으로 시작된다. 이는 지금도 그렇듯 과거에도 그랬다. 우리가 이 두 개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볼 때야 비로써 역사를 그저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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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 때 쓴 리포트인데,
한번 가져왔습니다아!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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