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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평주의]연금술사를 다 읽었습니다.
게시물ID : readers_224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엠브리오
추천 : 5
조회수 : 47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11/02 22:44:27
까페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는 옆자리 처자의 말에 혹해서 읽게된 연금술사...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후까문학엔 약도 없다...입니다...

이 소설은 자아의 신화를 실현해나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좀 단순하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꿈에서 본 보물을 찾아가는 이야기이지요.
이 보물을 찾는 행위가 상징 내지는 추상하는 것은 접어두었던 꿈을 실현하는것, 리스크를 짊어지고 도전하는 삶...뭐 이런 것들이죠.
그런데 너무 추상을 하려고 하다보니깐 이야기의 실체가 별로 없어요.
이 추상이라는 것, 다시 말해 보물을 찾는건 강백호가 전국대회 우승을 꿈꾸거나 손오공이 드래곤볼을 모으려고 하는 것과는 성격이 많이 달라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보통 사랑이야기를 하면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들, 사랑하는 대상의 아름다움 뭐 이런 것들을 말하고
꿈을 실현하는 이야기를 하면 역시 꿈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런 나쁜 짓을 해도 되나? 혹은 꿈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해도 되나? 뭐 이런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저는 이런 것들을 '이슈'라고 대충 부르는데요.
이 이슈들이 이야기의 육체, 근육과 살이자 이야기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연금술사는 이런 이슈들에 너무 관심이 없어요.
사랑하는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내 보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없죠. 
오로지 추상화된 꿈, 추상화된 성공, 추상화된 사랑만이 등장합니다.
마치 우화처럼요.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도 안된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우화라는 게 기본적으로 독자가 상징들에 대해 짐작하고 대강 의미를 해석하는 일에 그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화 속 이야기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어떤 지점을 환기 시킬 때 힘을 발휘하거든요.
즉 우화도 이슈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연금술사는 단순히 디테일을 무시했다거나, 상징이 모호하다거나 이런 문제가 있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이슈가 없어요.
그냥 자아실현 vs 현실안주 라는 공중에 붕 떠있는 추상만 있습니다.
그럼 이슈가 있어야 할 자리에 뭐가 대신 있느냐?
사랑과, 만물의 정기와, 연금술이라는 대책없는 개념들을 나열해놓은 작가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소설 속 산티아고가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내리는 여러가지 판단이나 생각들이 곧 작가의 목소리입니다.
이럴 거면 굳이 소설이나 이야기라는 형식을 뭐하러 빌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치인이 연설하듯이 대놓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그런 소설 많아요.
그런데 소설이니까 멋은 좀 내야 겠고, 진행되는 이야기에 들어갈만한 뭔가를 가져오긴 해야하니까
잡스러운 개념들이 좀 들어온 것 같은데요. 결국 이런 것들이 소설의 주제, 메세지 마져도 단순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제 정신차리고 네 꿈을 바라봐' 잖아요. 이 무슨 난데없는 힐링캠프김난도한비야크로스뱅인지...
사실 이 주제 자체가 좀 낡았고 시사성이 없어요.
꿈을 실현하는 것보다 더 힘든게 꿈이 뭔지 아는 것인 시대잖아요. 물론 그전에 입에 풀칠하기 힘든 시대이구요.

뒷부분에 모래폭풍 스팩타클 장면쯤 되니까 안쓰럽더군요.
소설을 써온 사람이니까 본능적으로 뒷부분에 뭔가 힘주는 장면은 넣어야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결국 스팩타클...인데... 다루고 있는 문제는 똑같아요...앞장면의 반복입니다. 이것도 이슈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아무튼 추상화에 힘쓰다가 이슈를 놓쳐버린 것... 
이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며 연금술사가 약빨이 빨리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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