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에 지하철을 탐
본인은 아직 어린편이고 겉보기엔 지장이 없으나 장애가 있음
심한 장애는 아니지만 다리가 불편해서 흔들리는 곳에서 중심을 잘 잡는게 힘들고
다리길이가 차이나서 오랫동안 서 있는 것이 힘듦
가끔 아무 이유 없이 다리에 힘이 빠져서 넘어질 때도 있음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시에는 되도록 앉아서 감
지하철 탈 때는 일부러 노약자석이 있는 X-1이나 X-4에서 타기도 함
예전에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임신했냐고 혼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무서워서 앉고싶어도 못앉았는데
대체 노약자석이 노인석도 아니고 내가 못앉을 이유가 뭔가 싶어서 1-2년 전부터 강하게 나가기 시작했음
그날도 퇴근길에 노약자석에 앉아있었음
노약자석에는 세 명씩 앉게 되어있잖음?
내 옆에 남자분 두 명이 앉으심
일행인듯 보였음
별 생각 없이 휴대폰 보고 있었는데 다음역에서 갑자기 옆옆자리에 앉아있는 아저씨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저기요 외국인이에요?"
함
잘못들었나? 싶어서 ㅇㅂㅇ? 했더니 또
"외국인이에요??"
라길래
"ㅇㅂㅇ??? 왜요?"라고 대답했더니
"한국에서는~ " 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남자의 일행분이 벌떡 일어나서 내 바로 앞에 서 있는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려함
그걸 보면서 아 내 앞에 임산부가 있었구나 몰랐네 하고 있는데
나에게 외국인이냐던 아저씨가 자기 일행분을 넌 가만히 있어 라는 듯한 뉘앙스로 다시 잡아다가 눌러 앉힘 ㅋㅋㅋ 일어나야 할 애는 쟤야 이런건가
"한국에서는 임산부가 이런데에 앉는거에요" 라며 노약자석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길래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국에서는 장애인도 이런데에 앉아요" 라고 똑같이 노약자석을 콕콕 찔러주는데
하나도 속이 시원하지가 앉았음... 그래서 사이다 게시판이 아니라 멘붕게
그냥 앉아있으면 어딘가 아픈앤가보다 하면 되지 왜 그렇게 확성기 댄 것마냥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온 전철 안에 다 들리게 말하는지 모르겠음
그 아저씨 덕분에 나는 전철에 다 들리게 장애인이라고 밝혀야 함
그게 너무 싫음 수치스러움 왜 내가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깟 노약자석에좀 앉겠다고 장애인임을 밝혀야함?
심지어 본인도 그렇게 약해보이거나 나이들어 보이지 않았음
지하철 탈 때마다 머리 희끗희끗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민증까거나 아픈곳을 까봐라 여기 왜 앉았냐 고는 안할거잖음?
근데 왜 젊고 아픈 사람들은 그렇게 못잡아막어서 안달인지 모르겠음
그렇게 임산부를 앉히고싶으면 그냥 자기 일행이 양보하는걸 막지 말든가 아니면 본인이 양보하든가
왜 생면부지 처음 본 사람에게 그러는건지..
아무튼 장애인이라고 하자 조금 놀라긴 하더니 전혀 미안한 기색 하나도 없이 여전히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장애인이에요? 아 난 몰랐어요" 라고 함
사과하는 것도 아니고 몰랐지뭐야ㅋ 하는게 짜증노 나고
저아저씨의 큰 목소리 때문에 갑작스레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인임을 원치 않게 밝힌게 수치스러워서? 그냥 씹어버림
그랬더니 두세번 더 반복함
장애인이에요? 난 몰랐어요
몰랐는데 어쩌라고? 몰랐으면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로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