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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M]Roman의 심경변화 (스포)
게시물ID : gametalk_2225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환상나그네
추천 : 12
조회수 : 72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11/18 22:44:32
제가 플레이하던 생존자 중에 Roman이라는 놈이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있던 애는 아니고, 한 12일인가 쯤에 합류한 놈이에요. 제 멤버 9명 중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은 2인입니다. (9명 전부 컨트롤한건 아니고 3~4명씩 플레이 하다가 1명이 죽고 다시 1명이 들어오고 이런 식이었어요.) 그런데 게임을 하면서 얘가 정말 극적인 심경변화를 보여주네요. 솔직히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roman의 첫 살인은 16일인가쯤에 일어났어요. 그때 제 생존자 팀 4명 중에서 1명은 성당쪽 뒤지다가 총 맞아서 죽고 한명은 상처가 심해서 거동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어요. 남은 사람이라곤 katia라는 여자랑 roman뿐 이었는데 플레이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roman이 전투관련 스킬을 갖고 있는 걸 아실겁니다. 복수...도 할겸 roman을 성당에 파견보내서 슬쩍 원수를 갚고 아이템을 챙겼어요. 피난처에 돌아온 roman은 복수였긴 했어도 내가 사람을 죽였어 라면서 마구 자책하면서 절망에 빠지더라구요. 저도 덩달아 우울해졌습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겨우 회복한 생존자(plave였나?)가 어느 빌라를 뒤지다가 거주민한테 발견당하고 사살당했습니다. 같이 살던 동료들은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감정이었는데 roman이놈은 그의 죽음은 억울하다. 내가 복수를 하겠다는 식의 감정이 뜨더라고요. 저도 화가 나서 roman을 암살조로 파견했습니다. 어찌어찌 복수를 마친 roman이 집에 왔는데 전처럼 절망하지 않고 나는 그의 복수를 했다. 당연한 거야. 라는 식으로 감정이 뜨더라고요. 감정도 절망은 커녕 sad도 안뜹니다. 오히려 살인이라곤 한적도 없는 다른 멤버들이 더 우울해합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겨울이 옵니다;; 이 게임의 겨울은 진짜 혹독합니다. 꼴랑 7주일 겨울동안에만 제 멤버 3명이 죽었어요.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연료를 들이 부어야되고, 그렇게 해도 애들이 겨울 내내 병에 시달립니다. 게다가 전 하필이면 겨울동안 병원이 전투지가 되는 바람에 병원에 가지도 못했습니다. 망할 보따리상인 놈은 거의 제가 가진 물자 절반을 들이부어야 약하나 줄까말까 하는 놈이고... 결국 3일정도 지나니까 물자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애들이 전부 굶어죽고 병들어 죽기 직전까지 가서 저는 이번에는 아예 약탈을 상정하고 roman을 보냈습니다. 복수하고 얻은 샷건이랑 방탄복으로 무장하고 작정하고 웨어하우스로 쳐들어갔어요. 물론 일부러 죽이고 싶지는 않아서 조용히 물건만 훔치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걸리는 바람에 총격전끝에 3명을 죽였는데, 집에 돌아와서 roman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난 죽이기 싫었지만 동료들을 위해 어쩔 수 없었어. 그들이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우린 많은 물자를 얻었어... 얘가 처음에 사람 하나 죽였다고 절망하던 애가 맞나 싶었습니다.
어찌어찌 겨울도 끝나고 대충 32일정도 지났을 때였습니다. 제가 겜토게에서도 글을 썼는데 이상하게 제가 병원에 가면 애들이 다짜고짜 총질부터 하더라고요. 진짜 병원에 아예 처음 가서 입구를 지나자마자 그랬습니다. 대체 왜 그랬는지는 도저히 모르겠어요.. 여하튼 이때쯤 되서 합류하는 생존자들은 뭔가 하나같이 심각한 중상이나 병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약품이 부족해서 병원에 가야하는데 병원애들은 다짜고짜 총만 갈겨대고.. 여기서 다시한번 roman이 나섭니다. 이번에는 어설트 라이플에 방탄모 방탄복까지 완비하고 병원에 쳐들어 갔어요. 입구에서부터 총격전끝에 무장한 놈들을 모조리 사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싸움도중에 환자 1명이랑 의사 1명도 죽었습니다. 근데 이놈이 집에 돌아와서는 자책은 커녕 많은 의약품을 챙겨왔다고 기뻐하는 겁니다. 살인을 한번도 안한 다른 멤버들은 roman은 살인마야! 그는 정말 많은 사람을 죽였어. 그가 전쟁이 끝났을때 심판받기를 바래. 이런 식의 반응을 보였는데, 로만은 참 가관이게도 그들이 죽건 말건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만 생존하면 돼. 이런 식의 감정이 떠있더라고요. 이런 미친;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때부터 얘가 아예 맛이 가더라고요. 어쩌다가 누가 병으로 죽거나 탐색중에 총에 맞아 죽으면 내가 아니라 걔가 죽어서 다행이야. 이런 식의 감정이 뜨고...
겜토게에서 40일대쯤에 게임이 끝난다는걸 봐서 40일 시작부터는 탐색을 안나가고 집에서 꿍박혀 있으려고 했어요. 최대한 식량만 잔뜩 긁어모으고 혹시 모자라게 되면 남은 물자 털어서 물물교환하고 그렇게 살려고 했어요. 그런데 탐색을 안나가고 집에 처박혀 있으니까 roman이놈이 다른 생존자들이랑 쌈박질을 하는겁니다! 3일 내내요! 심지어 한명은 이틀내내 처맞아서 severely wound가 뜹니다. 뭔 김현중도 아니고... 이 severely wound뜬 애는 44일째에 상처악화로 죽었습니다. 근데도 roman이놈은 자책감은 커녕 감정 저널 자체가 아예 안뜨더군요. 남은 한명은 roman에 대해 무슨 격렬한 비난인가 뭔가가 뜨고 broken상태가 되었는데 바로 그날에 게임이 끝나서 이 다음에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제 멤버 9명중에서 살아남은 애는 2명뿐이었습니다.
에필로그에서 roman은 아예 안뜨더군요; 대신 전혀 본적도 없는 zblra인가 하는 애가 생존자 멤버에 끼어있던데 버그인지 뭔지 같습니다. roman말고 살아남은 emily는 뭐 검찰관이 됐다고 뜨더군요.
뭐랄까 플레이하면서 roman이라는 애를 주인공격으로 세워두고 플레이를 했는데 이런 극한 상황에 몰린 사람이 점점 파멸해가는 모습을 보는 거 같아서 몰입이 되었습니다. 감정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때문에 괭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한편의 비극적인 전쟁다큐멘터리를 본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른 캐릭터들도 사람을 많이 죽이면 이런식으로 변하나 보고 싶긴 한데, 너무 찝찝해서 이런식으로 다시는 플레이하고 싶지는 않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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