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海馬)에 있는 특정 단백질 부족이 건망증의 원인이며 이 단백질을 늘려주면 건망증을 고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00년 노벨의학상 공동수상자이자 미국 칼럼비아 대학 메디컬센터 정신·뇌·행동연구소소장인 에릭 캔들 박사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병진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온라인판(8월28일자)에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AP통신과 사이언스 데일리가 28일 보도했다.
그는 또 건망증은 알츠하이머 치매와는 무관한 완전히 별개의 증상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고 말했다.
캔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뇌질환이 없는 사망자 8명(33-88)의 부검을 통해 해마의 치상회(DG: 齒狀回)와 노화와 관련이 없는 해마의 후내피질(EC)에서 채취한 뇌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미량분석을 통해 비교했다.
그 결과 치상회에서 노화와 관련이 있는 17개 유전자가 발견됐고 특히 이 중 RbAp48 유전자가 노화의 진행과 함께 꾸준히 발현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의 연구팀은 이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이 건망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쥐 실험을 실시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건강한 젊은 쥐의 뇌에서 RhAp48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게 하자 늙은 쥐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기억력 저하가 나타났다.
기억력 저하는 새로운 물건을 알아보는 인지 테스트와 물 속의 미로찾기 테스트를 통해 확인됐다.
이 유전자의 발현을 다시 회복시켜 주자 이 젊은 쥐들은 기억력이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연구팀은 또 다른 실험에서 특정 유전자를 바이러스에 실어 주입하는 방법을 통해 늙은 쥐의 치상회에서 RbAp48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켰다.
그러자 놀랍게도 기억력과 실행능력이 젊은 쥐들과 맞먹는 수준까지 향상됐다.
캔들 박사는 늙은 쥐의 건망증을 고칠 수 있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그러나 쥐실험에서 사용된 물질이 사람의 건망증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망증은 일부 신경세포의 기능적 변화에 의한 것이며 치매처럼 신경세포의 손실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또 하나의 사실은 건망증은 치매와는 무관한 독립적인 증상으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결과들을 보면 치매는 맨 먼저 해마로 들어가는 입력경로인 후내피질을 손상시키지만 건망증은 후내피질로부터 직접 입력을 받는 부위인 치상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