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말 지식경제부가 '공생발전형 소프트웨어(SW) 생태계 구축전략'을 내걸고 SW기술자 등급제 폐지와 SW노임단가제 소멸을 예고했다. SW기술인력을 16년전 '건설부문 및 기타 부문 엔지니어링'으로 묶을 정도로 희박했던 산업적 이해가 그간 업계에 쌓인 부작용화 현장의 불만을 깨닿고 달라진 결과다.
정부는 최근 SW산업의 기술자 등급제와 노임단가제 폐지가 16년 전, 이를 도입할 때와 마찬가지로 업계에 누적된 문제를 풀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한다. 기존 제도의 불합리성으로 피해를 겪었다고 생각하는 업계 종사자들 역시 전반적으로 해당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다.
그런데 일각에선 기존 제도에 문제가 있어왔다 해도 갑자기 이를 걷어낼 경우 시장에 혼란을 유발하거나 또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한다.
이에 답하기 위해 해당 정책을 발표한 지식경제부는 SW노임단가제를 폐지한 배경으로 크게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현행 노임단가제가 ▲SW개발 업무 성격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깔아 왔고 ▲십수년간의 SW산업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며 ▲당초 제도를 도입한 취지도 실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왜 폐지했나…"SW는 건설과 다르다"
지식경제부 SW정책과 정대진 과장은 지난 28일 "우선 과거에는 SW개발 업무의 성격을 마치 건설사업 노동처럼 '노동집약적'인 것으로 오해하고 그 가치기준을 업무량, 투입시간, 사업장 규모 단위에 뒀다"며 "그 결과 SW가 그런 성격으로 규정할 대상이 아닌데도 월단위 진행 기간과 동원 인원수를 측량하는 '맨먼스'나 복잡도 기준인 코드라인 숫자로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이 횡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SW산업 전반의 환경과 내용이 크게 바뀌고, 다른 분야와 융합하면서 범위도 다양해짐으로써 연결된 산업에 따라 노동의 성격, 작업의 결과물, 산업적 가치도 크게 바뀌었다"며 "그런데 획일화된 노임단가표 방식이 융합 업종간 다양성을 받아들이기에는 유연성이 떨어져 업계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상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노임단가제가 초기 도입된 취지는 해당 산업 분야 기술자에 적용되는 임금의 '하한선'을 제시함으로써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목적을 포함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업계는 그 수치를 지불 가능한 '상한선'으로 인식하고 잘못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공공발주처에서조차 사업 비용을 무조건 낮게 책정하는 관행과 예산 지출에 인색한 풍토가 많아 폐단이 컸다"고 덧붙였다.
이 3가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결국 가격결정의 권한을 본래 주인인 시장에게 돌려줄 필요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다만 정부 역시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갑자기 달라질 수 있는 변화에 시장이 대응할 완충장치를 만들기 위해 준비중인 것이 있다.
■"부작용 줄이겠다"
정 과장은 "기획예산처와 협의를 통해 민간사업자들이 (사라진 노임단가제와 사업대가기준을 대신할)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쓸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며 "또 공공부문이 향후 3~4년간 발주할 프로젝트 구축 사례를 축적시킬 '사례 리포지토리'를 만들어 향후 정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들이 모두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다"고 예고했다.
이어 "해당 시스템을 내년부터 구축하기 위해 편성된 내년도 예산이 17억원"이라며 "공공발주가 있을 때마다 그 제안요청서(RFP)와 수행사업내역을 치밀하고 자세하게 분석, 기록한 자료들을 갖춰 유의미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 지난 2009년3월 SW경쟁력강화추진협의회,한국SW진흥원이 연 ‘SW경쟁력강화정책토론회’서도 낙후된 국내 RFP가 화두였다. 이 경우 공공기관의 발주 담당자는 그 내용뿐 아니라 업계와 구축할 시스템 기술, 성격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상응하는 전문성을 갖춰야 할 전망이다. 프로젝트 수주 업체는 정교한 RFP를 따르기만 하면 돼 더 편해질 수 있는 반면 발주처인 공공기관 쪽이 머리를 쥐어뜯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이영상 한국SW전문기업협회 회장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국내서 SW구축사업을 발주하는 RFP를 명확히 쓰도록 몇년동안 노력해왔다"며 "프로젝트를 발주했건 수주했건 RFP를 무시한 요구와 수행결과로 분쟁 발생시 별도 관리감독기구를 통해 판정해 주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부 측은 아직 수발주 환경을 둘러싼 시장의 관리감독 기구에 대해 구체화된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임단가제와 기술자등급제
현행 SW노임단가제, 기술자등급제는 정부가 SW산업진흥법 시행령 제16조 'SW기술자의 등급별 노임단가' 규정에 의해 SW사업 대가기준에 적용할 '기술자 일당'을 직전 연도에 공표하는 방식이다. 통계법 제23조에 의해 한 해 기술인력의 분야와 등급별로 기본급, 수당, 상여금을 더한 '실지급임금'을 조사한다. 그리고 산출한 1인당 1일 급여액수로 다음 연도 단가표를 내놓는다.
▲ 95-96년 도입 초기 기술등급에 따른 노임단가표. SW사업은 별도 카테고리 없이 건설부문및기타부문의엔지니어링에 묶였다.
이 등급 체계 기본틀은 지난 1995년부터 기능사 3단계(초급, 중급, 고급)와 기술자 4단계(초급, 중급, 고급, 특급)에서 거의 바뀌지 않았다. 나중에 포함된 최고 수준 '기술사'와 최저 수준 '자료입력원'을 제외하면 16년전 그대로다.
게다가 당시 SW사업은 지금처럼 별도 영역으로 구분되지도 않았다. 크게 '원자력발전분야의 엔지니어링'이나 '산업공장 및 종합환경분야의 엔지니어링'과 구분되는 '건설부문 및 기타부문의 엔지니어링'에 속했다. 국내 SW산업 종사자 임금체계의 토대가 건설업계 노동자 임금체계와 동격이었던 것이다.
당초 정부가 이런 3개 부문 엔지니어링 사업을 구분지어 기술자 등급제를 시행한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정부는 지난 1975년부터 기술산업분야 대가기준과 노임단가를 '인가제' 방식으로 채택, 시행해왔다. 그에 따른 노임단가는 업계 종사자에게 실제 지급되는 임금의 80%안팎에 그쳤다. 이 때문에 기술개발 여력이 반감되고 성과의 품질을 높이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가 1994년 12월 인가제를 폐지하고 통계 기반의 등급별 노임단가제를 적용하기 시작한 배경이었다.
@ 결국 철폐되네요 -_- @ 출처 :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11129102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