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누나가 연로해지시면서 직장을 접고 구직난에 휩싸여 대리운전을 할까, 고민하다가
어떤 좀 큰 조직에서 운전기사 뽑는대서 거기 이력서를 냈답니다.
서류 합격했다면서 면접 오라고 하더랍니다.
5명 면접인데 누나까지해서 3명 왔더라네요.
누나가 어릴 때 (20대 시절)외국에서 교포2,3세 초중고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사를 영어로 가르친 일을
잠깐 하다가 귀국해서 그 일을 소개서에 적은 걸로 면접자가 한 명 질문하더랍니다.
면접위원은 5명 아저씨들.
옆의 두 친구는 시키는대로 열심히 하겠슴다! 시종일관 이러더래요.
귀닫고 눈닫고 입닫고 살겠슴다! 한 친구도 있었대요.
한국사에서 어느 부분을 가르쳤냐고 묻더래요.
아니, 누나는 속으로 "100년 전이나 된 것 같은 경력을, 그때 아이들 가르친 걸 지금 왜 묻지?"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고대사는 대강대강하고 아이들이 근현대사에 관심 많아하고
질문도 날카롭고해서 임진왜란 얘기하면서
고위관리와 임금은 다 도망다녀도 백성들과 스님들은
열심히 의병으로 싸웠다, 동학혁명도 그렇고..
하면서 말하다가..
그 질문자가 현대사에 대해서는 어케 강의했냐, 묻더래요.
누나는 긴가민가 하다가 의도를 눈치챘답니다.
뭐 그래서 누나가 중고등학교 시절 배운대로 가르쳤다,
애들이 6.25전쟁은 왜 난 거냐, 북이 내려올 동안 남한은 뭐했나, 질문도 날카롭드라,
했더니 다른 질문자가 이승만에 대해서는 어케 가르쳤냐, 묻더래요.
누나는 "운전기사로 지원했는데 제 가치관이 중요합니까?"라고 물었대요.
그랬더니 그 질문자가 여기는 공공기관이니까 물어보는거다, 그러더랍니다.
출근하면 하루종일 운전만 하게 될 거다, 라고 업무 설명을 해놓고 이승만이 왜 나왔을까...
는 누나와 저의 생각입니다.
하여간 누나는 말하기를,
중고등학교 시절 배운대로 이승만은 사사오입 부정선거로 유명하고
초등학생부터 들고일어나 동상의 목이 잘리고
하야해서 하와이에서 쓸쓸하게 돌아가신 것을 배웠는데
최근 6년 째 이승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와서 혼란스럽다, 하면서
두리뭉실 질문자의 함정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합니다.
그랬더니 제3의 질문자가 말하기를,
나는 지식이 좀 짧아서 그러는데 내 어린 시절에는
이승만에 대해서는 그 쪽 지원자가 배운 것과는 반대로 배웠다,
고 하더랍니다. 그러니까 이승만은 좋은 대통령이었는데
최근 6년간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런 뜻이라고 했다네요.
누나는 말하기를,
그러신가요? 저는 중고시절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내용이
부정선거에 대한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고 담담히 말했다 합니다.
그랬더니 그 3명 질문자 중 한 명이 본인의 생각을 이미 잘 말하셨네요, 라고 해서
누나는 다시 말하기를,
미국 911사건 때 말입니다,
라고 운을 떼니,
다른 질문자가 "괜찮아요.솔직하게 말하세요."하더랍니다.
누나는 다시 말을 이어가기를,
911에서 현장의 피해자 관련자가 한 유명한 말이 있잖습니까.
산 사람은 살아야된다. 지금 제가 나이가 이렇게 많아져 취업이힘든 상황에 놓였고,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데,
내일 출근할 직장이 없는 판에 역사 문제로 고민할 겨를이 50%? 30%라도 되겠습니까?
생활이 더 중요한데요. 역사학자들이 하는 역사에 대한 고민은 지금 제 상황에서는 할 여유가 없습니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을 했대요.
그랬더니 술 담배는 하느냐, 뭐 그런 거 물어보고 면접이 끝났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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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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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야, 내다, 이 글 누나 허락 없이 올린다, 혹시 보게 되면 이해해도. 알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