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여친따위는 없으니 음슴체로 가겠음.
우리 시골집에는 작년 여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무더운 날 들어온 개냥이 한마리가 있음.
이름은 야옹이에서 뒷글자만 딴 옹이.
평소 품행이 방정하여 타의 모범이 되...지는 않고, 그냥 본능에 충실한 개냥이임.
보통 고양이들처럼 지 자고 싶을때 자고, 지 먹고 싶을 때 먹고, 지 놀고 싶을 때(항상 밤이지만) 놀자고 야옹대는 그냥 고양이임.
가끔... 이 아니고 집 나갔다 들어오면 개젖을 빨아서 그렇지 그것만 빼면 아주 평범한 고양이임.
맞음. 아주 평범한 고양이임.
문제는 그래서 발생.
고양이.. 아니 괭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아실거임.
얘네는 집사가 맘에 들면 이것 저것 챙겨주는 아주 관대한 주인이심.
아니.. 내 생각에는 자기 밥을 챙겨준 김집사에게 월급을 주는거라고 생각함.
물론 챙겨주는 월급이 여기저기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바퀴벌레'... 라든지, '풍뎅이'라든지하는 벌레들인게 함정이라면 함정.
물론 위의 것들은 밖엘 나다니지 못하는 도시의 경우에 그렇다는 것임.
옹이가 사는 집은 '시골 집'임. 맞음. '시골'집임
대략
이럼. 이게 집 마당가장자리임. 담은 없고, 바로 앞은 밭이고, 그 밭 뒤는 골짜기고, 그 뒤는 야산임.(여기는 동쪽 - 참고로 동서남북 다 산임.)
고로 김집사에게 가져다 줄 월급이 사방 천지에 널려있다는 말임.
쥐라든지, 다람쥐라든지, 청설모(는 전멸)라든지, 손톱만한 벌레라든지, 어디서 듣도 보도 못 한 미묘한 생물이라든지, 참새라든지, 비둘기라든지, 까치라든지, 제비같은... 도시에서 사는 분들은 쉽게 보지 못할 여러 생물들이 있음.
상쾌한 아침을 참새의 따뜻한 주검과 맞이해 본적 있음?
나도 없음.
근데 우리 고모는 그걸 겪으심. 한두번도 아니고, 일어날때 그 광경을 보시고는 깜짝 놀란다고 하심.
실제로 몇년전까지 우리동네는 까치도 많고, 참새도 많고, 산비둘기도 종종 보였음. 하지만 유기묘들이 시골로 들어오면서 지금은 씨몰살.
게다가 우리 고모님은 온 동네 새란 새는 다 잡아 죽여 가져온다고 싫어하심. 가져오자마자 치워버리심.
그래도 이놈은 꿋꿋함. 다른 괭이들은 이러면 삐치거나 집나간다고도 하는데 그런것도 없음. 먹지도 않을거 계속 가져옴.
내 생각에는 김집사가 고생한다고 툭 던져 주는 월급개념인게 맞는거 같음. 그래서 월급을 버리든 말든 신경도 안쓰는 듯. (아니면 이 놈이 개냥이라서 특별히 둔하던가.)
문제는 올 봄에 발생함.
우리집에는 옹이보다 집에 들어온 기간이 몇년 앞선 녀석들이 있음.
매년 봄에 찾아와 시골에 있을 시절 내 숙면을 방해했던 (내 입장에서는) 악마같은 놈들임.
꼬라지는 이렇게 생겼음.
여름 철새이자 흥부에게 대박씨, 놀부에게 쪽박씨를 물어다주던 얄궂은 제비새끼임.
꼭두새벽부터 지저귀는 악마같은 놈들임.
(여담이지만 내가 영화나 광고같은 영상을 보면서 제일 어이없던게,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아침잠에서 깨는데 상쾌하다는 듯이 깨는거임. 이 새새끼들은 진짜... 악마새끼들임. 아오... 빡쳐. 새벽 네 다섯시면 어슴푸레 밝아오는데 그때부터 지랄임.)
나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귀농과 더불어 시골집에 찾아온지 몇년 된, 고모 입장에서는 아주 기특한 녀석들임.
그건 고모의 시점이고, 옹이의 시점은 몇차례의 구박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은 김집사의 월급을! 그것도 이번달 월급을 밀린 상황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임. 마치 착한 중소기업 사장이 임금체불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을 때와 비슷한 심정이었을거라고 추측함.
(보면 이때까지만 해도 얘는 자유로운 영혼이었음. 집 나갈까봐 이름표를 하나 사서 목에 걸어서 주인있는 괭이라고 알리자는 내 의견에도
고모님은 그런거 필요없다시며, 마치 돼지목에 진주목걸이나 괭이목에 이름표나 매한가지라는 스탠스를 유지하셨음.)
강남스똬일 제비가 한국으로 날아오는 이유가 무엇이겠음? 좋은 환경에서 자식새끼를 키우려 강남으로 러쉬하는 아줌마들의 마음과 매한가지 아니겠음?
고로 이 제비새끼들이 새끼를 깠다는 말임. 말이 좀 그런데... 대략 70dB의 소음이 80dB를 넘어 90dB를 향해 달려간다고 보면 됨.(자세한 수치는 모름. 근데 백배는 더 시끄러워진게 맞는 것 같음. 이런 새새끼들 ㅠㅠ)
하루 온종일 지지배배, 짹짹짹짹, 찍찍찍찍, 꺅꺅꺅꺅, 꾝꾝꾝꾝, 뀩뀨... 여튼 무지하게 지저귐.
올해는 거기에 없어서 모르겠지만 예년과 다름없었을 거라고 생각함.
사건은 그렇게 시작됐음.
위에 사진에도 보이듯 우리집 마루에는 기둥이 있음.
그리고 중간중간 지지대로 삼을 만한 전등스위치들도 있음.
게다가 제비들의 집중 하나는 기둥에 매우 가까웠음.
사단이 벌어질 준비는 모두 갖춰졌던 것임.
그리고 D-Day 새벽. 옹이는 밀린 월급을 지급하기 위한 사장님의 마인드를 가지고 월급이 쌓여있는 금고를 습격했음.
금고에는 큰 월급들 말고 작은 월급들이 있었음. 당당하게 인출해 옴.
(지금도 의문인게, 저 제비집에 대체 어떻게 들어가서 꺼내온건지... 무서운 새퀴. 실제로 보면 기둥에서 거의 60cm이상 떨어져 있음)
그리고 자랑스럽게 김집사에게 월급을 건넸음.
새끼들로......
그리고
갇혔음.
고모님께서 무척이나 화를 내심.
당연한 거임. 옹이보다 수년을 먼저 봤고, 매해 찾아오는 제비들을 반가워 하셨었음. 게다가 집에 들인 동물에 다른 동물이 죽어나가니 화가 더 나셨던 모양임.
옹이는 믿었던 김집사에게 배신(?)당하고 실의에 빠짐.
자그마한 케이지에 갇혀 무죄방면을 요구하며 야옹댐.
하지만 택도 없음.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가둬둘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음. 자유를 맛 본 놈을 마냥 가둬둘 수는 없는 노릇.
옹이와 협상(을 가장한 협박)을 통해 한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석방하겠다고 했음.
(진짜?)
그리고 그 결과(는 무슨)
물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이 고양이에게 스트레쑤를 유발한다는 것은 알고 있음.
하지만 너도 살고, 나도 살고, 제비새끼도 사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임. 지는 좀 짜증나는 것이겠지만 제비는 생사가 달린 문제라는 고모님의 판단이심. 나도 동의.
하지만 옹이는 그 후에도 스스로 목걸이를 돌려 방울 소리 안나게 한 후 제비집을 노리고 있었음.
하지만 결국 Fail.
몇번의 시도를 몇달에 걸쳐서 했지만 고양이 목의 방울소리 덕에 제비 부모들이 알아채고 격렬한 저항... 이라기 보다는 옹이가 다가만 와도 지랄발광을 해대서 접근도 못함. (옹이는 사람손에 커서 엄청 소심함.)
결국 제비들은 올해 여름을 무사히 나고 강남으로 Psy 형아 만나러 떠났음.
옹이는... 아직도 방울을 풀지 못하고 있음.
다른 새들좀 작작 잡아오라는 고모님의 의지가 아닌가 싶음.
그리고 절치부심하며, 내년 제비새끼들을 맞이 할 준비를 하고 있음.
그 준비는...
아군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