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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시즌 택배상하차 1달했었던 이야기. 1
게시물ID : humorstory_2643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근육맨상우형
추천 : 2
조회수 : 225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11/24 15:33:06
안녕하세요

오유를 즐겨보는 1인입니다. 

유머도 유머지만 이것저것 다양한 이야기를 보는것도 아주 즐거워서 오유를 종종 찾고 있습니당. 커가면서 이것저것 알바를 많이 해본 1인으로써 (박물관, 연구소 실험대상, 학교식당, 분식집, 전단지, 학원, 과외 등등...) 알바이야기들 올라올때마다 참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근데 택배상하차 이야기가 올라올때마다 다들 반응이 안좋으시더라구요. 흠.. 4주 가까이 택배상하차 알바를 해본 1인으로써 제 경험담을 한번 끄적여 보겠습니당...





2009년 8월 말, 저는 군 입대를 준비하려 여름학기를 마친 후 (곧바로 내려오지 않고 몇주 놀다가..,) 집에 내려오게 되었습니당. 원래 성격상 맘 편히 놀지 못하는 성격이고, 과외를 하고 싶었지만 군 입대 5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무리였기에 저는 단기간에 할수 있는 알바를 찾아 나섰습니다. (자기개발좀 하다 갈까 싶었지만 맘이 영 싱숭생숭한게 무리더라구요.)

이곳저곳 알아봣지만 할만한게 두 가지 밖에 없더라구요, 노가다, 택배상하차. 노가다는 기술이 부족해서 힘들것 같아서 택배 상하차(이때만 해도 택배 상하차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습니다.)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버지께 택배 상하차 일을 입대하기 전까지 하겠다, 라고 말씀드리자 아버지가 우체국쪽에서 하면 더 일이 훨씬 수월한텐데... 라고 하셨지만 임금이 너무 싸고 (대충 하루 일당이 3만 얼마 나왔던걸로 기억합니다...) 가장 가까운 우체국 집중국이 집에서 꽤 멀어서 (한시간 반정도 버스타고 가야되는정도?) 일단 알아보자 하고 인터넷으로 찾은 집 주변 인력소를 찾아갔슴당...

오후에 찾아갔는데 한번 쓱 훌터보더니 아저씨가 바로 이따 6시에 나와서 일할수 있냐고 물어보시길래 끄덕이고 돌아와서 좀 숙면을 취한 후에 밥을 단단히 챙겨 먹고 6시에 인력소로 나갔습니다.. 아저씨는 밤에 하는 일이라 고될수도 있다, 처음 일주일간은 보통 5만 5천원을 못주고 4만 5천원만 준다, 늦어지면 늦어진만큼 돈을 더 준다 (아.. 요게 좋은줄로 알았는데 아니였더라구요..) 등등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맥심커피를 한잔 쪽쪽 빨고 있으니 6시 30분이 되었고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같이 기다리던 6,7명 아저씨들과 같이 버스에 올라 탓습니다. 

도시에서 좀 떨어진 시골로 나가면서 셔틀마냥 이곳저곳에서 몇명씩 태우고 가다보니 도착할때쯤에는 벌써 버스 한대가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모였더라구요. 솔직히 좀 무서웠습니다. 

'어디로 가는거지?'
'혹시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짜고 날 팔아먹는거던지 다 같이 팔려가는건 아니겠지?'
'왜이렇게 멀지? 하다 힘들면 어떻하지??'

택배 상하차 일을 그냥 덥석 시작한 배경에는 어느정도 체력적인 면에서 자신감이 있어서 인지도 모릅니다. 노가다는 기술이 부족해서 못할것 같았지만 어렸을때부터 친구들과 농구를 꾸준히 해 와서 체력이 딸릴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았었습니당. 단지 낯선 곳이라는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죠. 제가 겁이 좀 많거든요. 가는 길을 기억하려고 눈을 부릅뜨고 창밖을 계속 주시하면서 갔습니다.

근데 깨어보니 도착했습니당. 어느순간에 저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었습니당. 지금 생각해봐도 전 참 태평했던것 같습니다. 

도착하니 생각보다 택배 상하차 공장(?)은 크기가 어마어마 했습니다. 꽤 브랜드 이름이 알려졋던 택배 회사였는데 공장을 연상시키더라구요. 수많은 콘베이어 벨트 (? 이름을 잘 모르겠네요.)들.. 수많은 트럭들.. 조금 위축되었습니당. 주변을 둘러보니 조금씩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왔나 이해할수 있었습니다. 말쑥해보이는 (전형적인 회사원 스타일의) 아저씨들이 한무리 모여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시고 계셨고, 저 같은 20대 초반 어색하게 한 둘씩 서있는 남정네들, 그리고 무리들중에서 가장 특이했던 부분은 고등학생 무리였습니다. 평일 이였지만 어떻게 오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8시에 도착했지만 8시 30분이 되자 미팅을 시작한다며 모두 모이라고 했습니다. 첫날이라 출근 지문 찍는법 등 사소한걸 배운 후에 미팅하러 갔습니다. 모든 근무요원들이 모여서 미팅을 하는데 공장 관리자 같으신 분의 첫 말씀이....

"무사고 1주일쨰입니다. 오늘도..."

1주일째가 축하할만 일이라니??? 순간 좀 겁이 나더라구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장갑을 한켤레 지급받고 팀장(?) 인듯한 사람들이 몇명 모여서 그들만의 짧은 미팅을 하더니 사람을 한명씩 뽑아가기 시작했습니
다. 마치 중학교때 축구 팀 정하듯이... 

저는 20대 후반? 인듯 보이는 인상 좋아 보이고 후덕한 사이즈의 (일하면서 알았지만 욕이 얄짤 없습니다.... 인상과는 달리...) 팀장에 의해 뽑혀 중분류 라는 곳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2년 전 일이라 전문적인 부분에는 가물가물할수 있으니 이해 해주시기 바랍니당...

아마 택배 상하차는 크게 상차/하차 (짐을 내리고 올리는것.. 하차할때는 '박스를 깐다' 라고 하더라구요..), 중분류, 소분류 로 나누어지던걸로 기억합니다 (대분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가물가물하네요. 중분류, 소분류가 있었으니 있었던것 같습니당.) 택배 차들이 8시 30분 경에 택배공장에 도착하기 시작하면 하차팀이 미친듯이 박스를 내립니다. 그럼 그 마구잡이로 뒤섞인 박스들이 벨트 위에서 돌아가면서 공장에서 열씸히 분류를 하는 저희들에 의해 차곡차곡 분리가 되어서 벨트에서 기다리고 있는 트럭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면 제주 박스들은 제주 차로 모이고 전주 박스들은 전주 차로 모이고 뭐 이런 식이죠. 그러면 상차팀이 이제 열심히 박스를 올리고 하루가 끝이 납니다.. 말로는 쉬워 보이죠.. ㅎㅎ

중분류로 가니 나이가 좀 있으신 50대 아저씨가 한분 계셨습니다. 통성명을 하고 일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습니다. 두달가량 하셨다고 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일은 단순했습니다. 벨트 위로 한번 분류된 박스들이 내려오는데 그 중에서 두,세 가지의 박스를 분류하면 되는거였습니다. 모든 박스 위에는 택배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예를 들면 D21, G23 식으로 알파벳 + 숫자 2자리 정도로 분류기호가 적혀있습니다. 이게 어느도시 어느구로 가는지 분류하는 기호입니다. 저는 내려오는 모든 짐들중에서 두 가지의 알파벳 (예를 들면 모든 D랑 G) 의 박스들을 벨트 밖으로 빠져나가게 (Y자 형태로 되있습니다. 제가 건들지 않는 박스는 그대로 지나가고 제가 빼내는 박스들은 새로운 라인으로 빠져나가죠.) 빼내면 되는것이였습니다. 참 단순해 보였죠..

그리고 공포의 택배 첫날 밤이 시작되었습니다.......



에궁 글이 너무 길어지네요... 내일 이어서 쓰겠습니다.... 재미 없는 부분만 썻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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