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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반개 두부 한모...맛없는 된장찌개...
게시물ID : cook_2201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재래kim
추천 : 22
조회수 : 178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8/09/14 20: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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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 안됐었다.
 
너무나도 철이 없고 어린 행동 이었다.
 
나는 아직도 배가 덜 고픈건가?
 
아직도 절박하지 않은건가?
 
자존심 따윈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자존심 내세운게 아니라 그냥 철없이 내 감정을 풀어 버린것일뿐이다.
 
그래, 그들이 아무리 나를 조롱하려 부른것이라 해도..
 
나는 그랬으면 안됐었다...
 
나이는 많지 경력은 없지 학력은 고졸...
 
어떤 놈인가 궁금하기 보단 그저 불러놓고 자신들의 유희거리로 만들고자 했던
 
그들이 너무 괘씸하지만...
 
나는 참았어야 했다.
 
나이는 많지 경력은 없지 학력은 고졸...
 
이딴 놈이 무슨 쥐뿔도 없는 자존심을 내세워 그런 행동을 했는지...참..
 
기분이 그랬다..
 
수중에 돈이 없지만 그냥 영화 한편 보고 싶었다.
 
아무 생각없이 멍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
 
하지만 내겐 밥 사먹을 돈 조차 없었다.
 
영화관 안의 의자에 앉아 영화 예고편을 실컷 보고 왔다.
 
멍하니 돌아다닐까 하다 비도 오고 날도 으슬으슬 한데 감기기운이 더 심해지면 또 병원비가 깨질까 겁나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와 쌀독을 열어 보니 바닥을 보였다...겨우 한공기 나올 정도 긁어모아 밥을 했다.
 
냉장고에는 김치 쪼가리 하나조차 없다..
 
문득, 된장찌개가 먹고 싶었다.
 
된장 외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귀찮다고 대충 쳐박아놓은 동전들을 집안 구석 구석 다 뒤져서
 
모아보니 4,300원.
 
집앞 슈퍼에 가서 무 반개 1,4000원 두부 한모 1,800원에 샀다.
 
1,100원 남았다.
 
내가 좋아하는 콘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싶었지만 정말 50원 모자라더라.
 
50원...
 
직장을 다닐때는 50원 짜리...아니 500원 짜리도 귀찮아서 거슬러 받지 않거나 모금함 통에 넣곤 했었는데...
 
50원...고작 50원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콘아이스크림을 포기했다.
 
다른걸 사먹으려다 1,100원은 최후의 최후로 쓰기로 하고 다시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텅빈 냉동실에 외로이 미라가 되어 가고 있던 멸치 몇마리 넣고 무반개 썰어 넣고 팔팔 끓였다.
 
된장을 풀고 몇 스푼 남지 않은 소금을 아껴 넣으며 간을 했다.
 
두부를 썷어 넣고 한 소끔 펄펄 끓여 대충 뚝베기에 퍼 담고 밥을 공기에 옮겨 담았다.
 
참, 초라한 밥상이다.
 
맛도 없다...무 반개 두부 한모 만 넣은 된장찌개가 얼마나 맛있겠나...
 
그래도 먹어야 한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먹고 돌아다녔다.
 
지독한 감기에 걸려 있기에...약을 먹으려면 꼭 밥을 먹어야 한다.
 
모래알 같은 밥을 매마른 혀바닥과 퉁퉁 부어 오른 목구멍 속으로 억지로 밀어 넣는다.
 
된장 맛 밖에 나지 않는 맛없는 된장찌개 한 숟갈 떠 또 밀어 넣는다..
 
맛없다.
 
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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