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본격 시행에 들어간 지 이틀이 지났지만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이용자 연령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일부 청소년들은 보란듯이 성인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사례가 벌써부터 비일비재하게 올라오는 실정이다.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6학년 박모(11)군은 평일에도 부모님 몰래 자정을 훌쩍 넘길 때까지 게임을 하는 게임 마니아다.
셧다운제 도입으로 원칙대로라면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을 할 수 없게 됐지만 박군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박군은 이미 한 달 전에 아버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자정이 넘어서도 쓸 수 있는 게임 아이디(ID)를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박군은 “아이템을 많이 모으려면 하나의 아이디를 집중해서 쓰는 게 좋다”면서 “최근에는 아빠 주민등록번호로 만든 아이디로만 접속을 해서 아이템을 모으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군은 “어른들이 게임을 못하게 여러가지 고민끝에 셧다운제란 걸 만든 것 같은데, 집에까지 찾아와서 일일이 다 확인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다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성인 주민등록번호로 만든 아이디로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면 막을 방법이 없어 단순히 자정 이후 접속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는 게임 중독을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주민등록번호 도용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최모(10)군은 셧다운제 시행을 앞두고 반 친구들끼리 ‘성인 주민등록번호’ 공유에 나섰다.
자신의 부모 주민등록번호뿐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등 일가 친척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낸 뒤 성인 주민등록번호를 구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빌려주는 것이었다.
최군은 “엄마 서랍에서 건강보험카드를 봤는데 거기에 할머니, 할아버지 주민등록번호가 적혀 있어서 메모해뒀다”면서 “게임 아이디를 만들지 못한 친구에게 할머니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콘텐츠경영연구소의 위정현 소장은 “셧다운제가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했을 경우 막을 방법이 없고 해외에 서버를 둔 게임을 이용하는 데는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허점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계도기간 동안 실효성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12월1일부터 내년 1월말까지 학부모, 시민단체 등과 함께 50여개 게임포털사이트와 100여개 인터넷 게임을 점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