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원정요청을 받은 당의 함대가 덕물도에서 신라와 합류하죠? 덕물도면 지금의 인천 앞바다인 줄 압니다. 즉 신라는 당의 함대를 일단 자신의 해역에 진입시켜 합류한 후 이 함대를 백제로 이끌어간 거죠.
만약 신라 수군이 덕물도에서 당의 함대를 마중 나와 에스코트해주지 않았다면 당장 서해안의 복잡한 수로에 대한 지식도 없는 당군이 성공리에 백강구에 골인하기가 쉽지가 않죠.
대충 서해안 어딘가에 상륙해서 육로로 사비성을 향해갈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이미 기습의 잇점이 사라지는 거죠.
신라의 조력은 백강구 진입 후 상륙하는 과정에도 대단히 유효했죠.
신라는 서해안이 뻘밭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지식이 있기때문에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준비할 수 있었죠. 돚자리를 좍 깔아 버려 길을 만드는 거죠. 백제는 그런 방법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당군이 예상치 못한 지점에 상륙하여 진격해오는 통에 제대로 된 방어진을 결성할 수조차 없게 되어 버렸죠. 어설프게 당의 대군과 회전을 뜨게 되어 버리니 승부는 이미 끝난 거죠.
물론 탄현을 넘어 사비성을 향해 진군하는 신라 육군도 역할이 있습니다. 군사적으로 동서 양방향으로 협공한다는 의미도 당연히 있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사비성에 도착한 당군에게 추가 식량을 지급함으로써 결전에 임할 수 있게 해 준 거죠. 바다를 건너온 당의 병력은 대단히 거대합니다. 이렇게 거대한 병력은 입이 많은 만큼 소모되는 군량과 군수물자의 양이 방대하죠. 이것을 신라는 백제와의 결전 전에 비상공급함으로써 대백제전쟁을 완수하도록 한 거죠.
사실상 당은 신라에게 육상과 해상 양방면에서 공히 서포트를 받아서 백제를 친 거죠.
당의 병력은 무려 13만에 이르는 대병력입니다. 거기에 신라의 병력까지 합치면 무려 20만에 육박하는 엄청난 병력이죠. 아무리 백제가 병력을 총동원한다해도 병력면에서 절대적으로 열세일 수 밖에 없는 규모죠. 거기에 더해서 전광석화처럼 백제 수도 사비성을 향해 쇄도해들어가는 전격전을 편 건데... 이런 식이니 백제가 뭘 어떻게 해 볼 도리 없이 그냥 망해 버린 거죠.
전쟁의 기획, 수행이 모두 신라의 손에 의해 주도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신라의 대백제전략에 당이 이용당한 셈이라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