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아니, 별명이 바보라니요. 너무나 속상한 마음에 조금 흥분하며 민정이에게 말했습니다.
"아니, 누가 우리 예쁜 공주님한테 바보라고 부른대? 어떤 녀석들인지 아빠가 혼찌검 내줄게!"
"아니야, 아빠. 민정이는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아빠가 안 괜찮단 말야!"
"아빠, 내가 왜 바보가 되었냐 하면요..."
민정이는 학교에서 연극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신데렐라편에서는 계모역할을 백설공주편에서는 마귀할멈역할을, 그리고 그 외 다른편에서도 온갖 악역 아니면 바보나 거지역할을 자진해서 했다고 합니다.
"민정아, 이왕이면 신데렐라나 백설공주나 뭐 좋은역할을 한다고 하지 왜 나쁜역할을 자진해서 한다고 그랬어?"
"응. 다른 애들이 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만 하려고 하니까 연극을 할 수 없잖아. 계모도 해야하고 마귀할멈도 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 하려고 하니까 내가 한다고 그랬어. 그런데 애들이 그 후로 나한테 바보라고 불러. 그래도 민정이는 괜찮아. 난 애들과 연극하는게 재미있으니까."
민정이의 말을 듣고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과연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었던가? 하고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세상은 주인공만을 기억하며 좋은것만을 기억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언제나 주인공만 좋은것만 필요한건 분명 아닐겁니다. 그저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수행하고 그것에 만족하며 즐기는 것. 참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일을 민정이에게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