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20대 중반이지만 대학 새내기 때 한 친구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지방에서 상경한 저로서는 서울사람답게?ㅋㅋ 세련되고 똑똑해 보이는 그 친구가 너무 매력적이었죠. 영어수업을 듣는 첫날,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막힘없이 자기소개를 하는 모습이 당당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 게다가 예쁘기까지.. 얼마나 설렜는지 아직도 그 기분이 가슴 한켠에 남아 있네요.
그 순간부터 1년간, 의무적으로 짜여지는 수업들을 듣는동안 멀찌감치서 그 친구를 지켜보며 혼자서 참 많이 설레기도, 가슴 아프기도, 혼자 별 짓을 다 했던 것 같아요. 꿈에도 거의 매일같이 나오고, 하루종일 생각나고, 혼자 행복한 상상도 많이 해 보고.. 그치만 어쩌다 길가다 마주치면 심장이 너무 뛰어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습니다.ㅋㅋ
영화나 만화를 보면 풋풋한 사랑 이야기에 좋든 나쁘든 결말이 있기 마련이지만 제 이야기는 참 시시하게도, 저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큰 감정이었다면 어떤 시도라도 했을 법 하지만 참 어리석게도 너무 쑥맥이었던 저로서는 도저히 그런 친구와는 말 한 마디 하기가 너무 어려웠고, 그렇게 간혹 인사하는 사이 이상으로는 발전시키지 못하고 인연이 끝났네요
그게 군대를 가서는 너무 후회됐어요. 군대 가니까 더 생각나더군요. 말 한 마디라도 붙여 친구라도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요. 하지만 별 수 있을까요 애초에 다가기조차 어려웠던 짝사랑이었던 것을.
그렇게 2년이 지나고 전역할 때가 다가오자 그 친구가 서서히 잊혀지더라고요. 저 스스로도 가꿀 줄 알게되고 자신감도 생겨 대쉬도 받아보고, 여자친구도 생겼습니다. 서로 많이 좋아해서 시작했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지금은 꽤 시간이 흘러 끈끈한 사이가 됐어요.
그런데 참 신기한 건, 아직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막연히 설레는 감정들이 남아 있네요. 그때만큼 강렬한 것은 아니지만요. 가끔가다 친구들을 통해 그 친구의 소식을 들을 때면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만약 길가다 마주치면 여전히 심장이 놀랄 것 같네요.
이런 게 사람들이 말하는 첫사랑이 잊히지 않는다는 감정인 걸까요. 다른 분들은 첫사랑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혼자 옛 추억 회상하다가 글을 남깁니다.